종합병원 앞 이상한(?) 약국

부제: 부천시약사회, 보건복지부에 공개질의

지역내일 2000-08-24
의약분업과 때를 같이해 지난 6월말 소사구 S병원 앞 도로변에 대형 약국을 개설한 약사 이 모씨(36세)는 요즘 눈앞이 캄캄하다.
하루 평균 5백∼6백여 명에 이르는 S병원 처방전 환자들을 염두에 두고 빚까지 얻어 수 억원을 투자했는데 전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전체 처방전 환자의 12∼13% 밖에 자신의 약국을 찾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투자비용을 생각한다면 매월 수 천 만원씩의 적자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알고 보니 이상한 속사정이 숨어있었다.
이 씨가 개업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 또 다른 대형약국이 들어선 것이다. 이 약국은 병원 건물 입구 바로 앞에 지난 7월4일 오픈한 N약국.
그런데 이상한 것은 위치를 언뜻 봐서는 병원에 속한 구내약국인지 독립된 약국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약국 입구는 병원입구와 마주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국을 가기 위해서는 병원을 통해야만 진입이 가능한 구조였다. 병원 밖 도로변에서는 약국의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2면 약도참조)
이렇게 되자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이 대부분 그 약국으로 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지난 19일 기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이 약국에는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병원 밖에 위치한 나머지 두 개의 약국에는 순서를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이 간혹 들어가는 정도였다.
이 씨는 이런 사실을 부천시약사회(회장 장재진)에 보고했고, 약사회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지난 7월 중순쯤에는 약사회 임원진이 병원을 찾아가 항의의 뜻을 전하기도 했으며, 8월16일에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정청으로 약국개설 허가가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해 공개질의도 했다.
이렇듯 지역 보건의료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병원 측은 환자들의 편익을 위한 조치였다는 답변이다. 개설 약사도 본인이 개설한 것이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보건복지부는 병원과 약국의 상호견제를 위해 ‘경제’ ‘공간’‘기능’의 구분(독립)을 강조해 왔다.
약사회 회원들은 이번 N약국개설이 이런 보건복지부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2면에 이어짐)

(1면에서 계속됨)
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종합병원 근처에 대형약국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처방전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명 문전약국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N약국도 이런 형태의 문전약국이다.
그런데 부천시약사회는 이번 N약국 개설문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상적인 방식이 아닌 종합병원과 대형약국 그리고 약 도매상 등이 결합돼 의약분업의 본뜻을 흐리고 동네약국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월 중순 약사회 임원진이 S병원 박 모 원장(64세)을 만나 약국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항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 후로 한달 여가 지난 8월16일 부천시약사회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약국개설과 관련한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서 약사회 측은 ▲병원과 앞 건물과의 기존 담을 헐어낸 점 ▲병원 측에서 기존 주차시설을 없애고 출구관리소를 이전했으며, 환자의 주차도 공유하고 있는 상태라는 두 가지 문제점을 우선 지적했다.
또한 이번 N약국 개설은 지난 7월2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전국시도 보건과장 및 보건소장 회의’에서 약국개설 주요민원 질의회신 내용과도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자내용 참조)

부천시약사회가 보건복지부 회신내용 중 특히 주목하는 세 가지 항목이다.
1. 약국을 개설코자 하는 건물이 병원과 같은 울타리 내에 있어 병원과 같은 통로를 같이 사용하고 주차장도 공유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동 건물은 병원의 시설 내에 포함된다고 판단함
2. 의료기관이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통로를 통하여 개설하고자 하는 약국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의 전용통로는 의료기관의 시설 내에 포함되기 때문에 약국의 출입구를 의료기관의 전용통로를 통하는 경우에는 약국을 개설할 수 없음. 아울러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구획은 의료기관과 약국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음을 환자들이 인식할 수 있고 담합의 우려도 주지 않도록 내부가 보이지 않는 견고한 자재로 막아져야 할 것임.
3.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건물이 병원건물과 별도로 구획되어 있다 하더라도 병원건물 울타리 내(또는 담장)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약국을 개설할 수 없음.

회신 내용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S병원과 N약국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이 지침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사실상 약국을 개설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부천시약사회는 △약국 개설허가 가능여부가 불투명 △병원의 허락 없이는 담을 헐어내고 주차장을 없애는 행위가 불가함 △병원의 주거래 도매상과 연계하여 병원과의 담합도 의심할 수 있는 형태라고 주장했다.
부천시약사회의 한 임원은 “이번 일은 물증만 없을 뿐이지 누가 봐도 병원, 도매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약사회에서도 이것을 그냥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부천시약사회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직접 방문해 상황판단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어떻게 허가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개설허가권을 지닌 지역보건소와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부천시 소사구보건소 정영구 소장은 “지형이 병원 부지에 포함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병원 앞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허가처분을 내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부지가 병원부지가 아닌 사유지이기 때문에 약국개설을 막을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약무식품정책과의 한 담당자는 “부지가 병원소유가 아니라도 의료기관 땅을 밟아야 한다면 구내가 된다”고 말한 뒤 “담까지 헐었는데 허가기관에서 어떻게 허가를 해 줬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또한 그는 부천시약사회에서 요구한 현장 점검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이야 보건소에서 판단할 문제다”라고 말한 뒤 “우리는(보건복지부) 경제적 공간적 기능적 구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고 실사를 통한 결정은 지역보건소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비정상적 형태 확산될 것”
이번 N약국 개설에 대해 지역 약사회를 중심으로 크게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병원과 약국 측은 양자 모두 약국개설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약사회원들은 이를 부정한다. 우선 병원과 약국의 관계다.
현재 N약국에는 개설약사를 포함해 5명의 약사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3명의 약사가 의약분업 전 S병원 내 약국에서 근무하던 약사들이다.
또 병원에서 쓰던 자동포장기 등 일부 시설도 약국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약국을 위해 담을 헐고, 주차장을 같이 쓰는 등 사실상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약국과 병원이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 병원장은 “환자들의 편익을 위해 주차장도 같이 쓰고 담도 허물었다”면서“근무하던 약사들은 의약분업이 되면서 그만두고 약국에 취직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약 도매상과 약국의 관계도 구설수에 올랐다.
N약국 정도 규모의 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하려면 최소 수 억 원에서 많게는 십 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약국을 개설한 약사는 김 모씨(여·31)로 약국을 열기 전 S병원에 근무하면서 월급을 받던 약사로 알려져 있다. 또 퇴근 후에도 동네약국에서 시간제로 근무할 정도였던 김씨가 어떻게 약국을 개설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약사회의 한 회원은 이 부분에 대해 “S병원에 10년 넘게 독점적으로 약을 공급해 오던 U약품이 관련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U약품에서 부지를 매입 공사해 약국을 낸 뒤 약사를 고용해 개설허가를 받고 월급을 지급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즉 개설약사인 김씨는 사실상 월급약사에 불과하며, 이는 면허대여 행위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김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U약품에서는 시설을 했고, 그것을 임대 받아 약국을 낸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U약품과는 단순히 약을 공급받는 관계다. 약사들은 내가 고용해 운영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 병원장의 설명은 김씨와는 또 다르다.
박 병원장은 “U약품에서 지난 6월에 약국을 해 보고 싶다고 했고, 우리(병원)는 가까이에 약국이 생기면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좋게 생각했다”며 “U약품에서 우리 약사들을 데려 가기 위해 상당히 애를 많이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의 주장과는 달리 U약품이 약국을 개설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약사회를 중심으로 의약분업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천시약사회의 한 임원은 “수사권을 지닌 사법기관에서 자금추적만 한다면 사실여부가 금방 드러날 것이다”면서 “만일 이번 경우가 성공한 사례로 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비정상적 방식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