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회교수의 이산가족 이야기 (38)

장길수군 가족사건과 국제협력

지역내일 2001-07-01
1990년 8월에서 9월에 걸쳐서의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에서는 남북 이산가족의 재회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대표단을 구성하여 국제기구를 순방한 적이 있었다.

국제기구에 가족재회 지원촉구

UN 사무총장과 인권위원회, 국제인권연맹,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뉴욕과 스위스에 있는 국제인권기구들을 방문하고 돌아온 노 대표들은 모두들 혀를 찼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이, 그 국제기구의 관계자들이 우리 남북 이산가족의 비극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선 한국 이산가족 전체의 숫자가 1000만에 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실상을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그 천문학적인(?) 숫자개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한국의 이산가족들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생사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신 한 장 교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전시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때만큼 당혹스런 경우가 있을까? 말도 서툴고 길도 서툰 곳을 찾아간 대표들은 그 당혹스러움 가운데서도 가장 직접적인 자신의 사례를 적시해가며 성의를 다한 설명을 전달했던 것이다. 그러자, 나중에는 그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손을 맞잡으며, 이 세기적 비극의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한국의 이산가족이 1천만이나?

UN 인권위원회나 국제인권연맹에는 매일 많은 지원요청이나 진정서가 접수되는데, 그 중 단 한 명의 인권문제에 관한 것도 한 건이요 우리의 경우처럼 1000만에 달하는 엄청난 인원의 인권문제에 관한 것도 한 건으로 분류된다. 물론 접수 건수의 물량이 사건의 중요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다면 자주 이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20년 가까운 세월을 이산가족 문제에 관계하면서 그간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의 이름으로 발송한 국제협력 서신의 건수를 점검해 보니, 무려 3000통을 넘어섰다.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필자는 말할 것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한국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오늘의 수준에 오기까지, 이 민간차원의 국제협력활동이 미친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그렇지 않은가, 가랑비에도 마침내 옷이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서신들을 통해서 우리는 끈질기게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한국 이산가족의 문제는 한국민 만의 책임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었던 세계 열강이 공동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라고. 인류의 양심과 국제정의가 살아있다면, 이 20세기 최대의 비극, 집단적 혈육이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함께 나서주어야 한다고 호소했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다시 그와 같은 논리적 강변과 눈물어린 호소를 다시 시작해야 할 일이 터졌다. 곧 북경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난민지위와 망명을 요구하다가 난민지위를 얻지 못하고 제3국으로 추방됐다 서울로 온 장길수군 가족 사건이다.

차제에 일반적 기준·관례 세워야

이들 가족 사건은 첫째로 철저하게 국제관계의 맥락 속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음의 경우를 위해서라도 국가의 외교적 역량을 동원하고 민간의 호소력도 십분 활용해서 중국 그리고 이의 처리를 면밀히 주시한다고 한 미국 관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좋겠다. 할 수 있으면 북한과도 이런 문제만큼은 양해를 요청하는 시도를 생각해 보면 어떻까.
둘째로 이들 가족 사건은 탈북자의 난민지위 획득을 하나의 쟁점으로 올려 놓았다. 일찍이 북한의 거물이었던 황장엽씨가 '특수한 예'로 규정받아 제3국을 통해 한국에 왔고, 장씨 가족이 이 정도의 주목을 받은 것도 이들 자신이 세계 매스컴의 이목을 끌어낸 성과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로써 '특수한 예'를 적용받은 것이지만, 지금 중국에 널려있는 수많은 탈북자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현안 전체를 바라보는 대책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셋째로 탈북 동포의 수용 문제는, 납북자나 국군포로의 문제와 같이 우리의 국가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역사과정을 조금만 더 포괄적인 눈으로 본다면 저들을 저렇게 방치하는 것이 일종의 직무유기임을 주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1회성의 대증요법, '특수한 예' 따위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바로 이 점을 강력하게 국제사회에 제기하고 또 호소해야 마땅하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경희대 교수 kar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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