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학년 벤과 메리는 다음 주까지 방과 후에 이용할 수 있는 교내의 실내 농구장 출입을 금한다. 제이콥은 기말시험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9학년 여학생을 성희롱한 11학년 제임스는 학생회 주최 졸업댄스 파티 참가를 불허한다.”
학칙에 따라 벤과 메리는 5달러씩을 걸고 몰래 즐겼던 내기 체스의 대가를 치렀다. 동급생인 이스트 제닝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부은 제이콥은 리포트로 대체할 수 있었던 기말시험을 직접 봐야 한다는 벌칙을 통고 받았다. 그 결과 자칫하면 섬머 스쿨에 출석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하급생 줄리엣에게 외설을 일삼았던 제임스는 가장 무거운 벌칙에 해당되는 졸업댄스 파티를 놓치게 되었다. 제임스는 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매력 있는 여학생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기는 영 틀렸다.
위의 풍경은 미국 일리노이아주 11학군의 교실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학칙이다. 학교행정가가 학생들에게 통고하는 학칙 위반에 대한 벌칙은 하나같이 단호하고 아픈 생활영역에 속한다. 학칙이 포괄하는 범위는 곧바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생활의 범위(life cycle)를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성교제 허용과 아르바이트 활성화, 사회생활 참여, 심지어 주정부 교육위원회의 교육위원에 고등학생을 임명하기 까지 하는 등 비교적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미국일지라도 공동으로 합의하여 정한 학칙을 위반하는 아이에게는 엄격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관례다.
이렇게 공동학칙은 학교생활에 관한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검토하여 지역 사회와 학교 간의 협의 하에 기본 원칙을 세우고 교사와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까지 그 규정을 지키도록 구체화한다. 그 결과 학칙이 학교 안에서 학생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섬으로 남지 않고 처음부터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생활학칙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미국 일리노이아주 211학군의 경우 학칙 중에는 기타 처벌 규정에 무도회, 댄스 파티, 상급생을 위한 특별활동, 각종 운동경기, 졸업행사 참여 등에 불허 혹은 금지 등을 명시하여 생활 속에서 받아야 하는 처벌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각과 결석의 경우도 회차에 따라 주의조치가 단계별로 설정되어 교사의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지도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지역의 주민들은 학칙에 명시된 순회 시찰 교육, 경찰서, 소방서 등의 선도 교육 연계 프로그램에 기꺼이 동참한다. 학칙은 학생뿐 아니라 교원, 지역사회까지 지켜야 할 의무를 폭넓게 담는다. 공동학칙의 묘미다.
스웨덴에서는 1969년부터 이러한 공동학칙의 제정과 운영을 학부모 대표와 학생대표를 포함한 학교운영협의회에서 토의할 것을 법적규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공동학칙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약속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공동의 교육적 책무를 감당하자는데 그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동학칙 제정 운동을 펼친다면 이는 생활력 있는 교육을 이룰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김대유(서울 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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