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시장에서는 IMF 직후보다 상황이 더 안좋다고들 한다.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나.
최근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산업생산이 지난해 대비 20% 내외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상승세다. 단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지표경기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사이에 괴리가 있다. 이는 내수와 수출간, 업종간, 지역간 경기회복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서면서 미국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고 고유가 반도체 가격하락 대우차·한보철강 매각실패 등으로 시장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해결책은 2차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연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길뿐이다.
기업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없는가. 10월말까지 퇴출될 기업은 모두 가려지는가.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해진 것은 시장에서 옥석 구분이 안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잘 이루어지고 있다. 단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일정한 기준만 제시하고 시한을 정해 그 기간 안에 정리하라고 한 것뿐이다. 퇴출여부는 채권은행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금감원은 퇴출심사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독하는 기능만 담당할 것이다.
시장에서는 기업퇴출 과정에서 현대건설 쌍용양회 동아건설 등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로는 이들 기업을 살리려는 것 같은데….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나도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많다. 금감원이 제시한 기본요건과 금융기관 별도의 세부기준에 따라 신용위험평가위원회에서 기업을 평가할 것이다. 은행들이 퇴출대상 기업 분류작업을 끝냈다. 최종적으로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퇴출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4대그룹 출자전환에 대해 금감원과 재경부가 입장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보여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현대건설에 출자전환이 가능한가.
4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은 대주주의 책임 하에 한다는 것이다. 재경부와 다를 게 없다. 현대건설에 출자전환을 하려면 계열분리가 선행돼야 하지만 이것 역시 채권금융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다. 출자전환이 자기 은행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하겠다고 하면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채권은행단이 현대건설을 계열분리 한후 출자전환을 하겠다고 한다면 금감원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인가.
현대건설을 계열에서 분리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그렇지만 채권은행들이 출자전환이 은행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하면 어쩔 수 없다.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큰 기업은 살리고 작은 기업만 죽일 것이라는 이른바 '대마불사'의 우려가 있다. 현대건설 쌍용양회 동아건설이 문제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는 나보다 채권은행이나 그 기업이 더 잘 안다. 이런 얘기는 이제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데….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 보고 받은 바 없다. 수시로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보고 받는데, 현대건설은 없었다.
현대건설이 지난 8월에 발표한 자구계획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현대건설의 자구계획 시한은 연말까지다. 현재까지 65% 정도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증시 침체로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너무 앞선 얘기다.
일부에서는 채권금융기관이 기업 퇴출 판정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기관의 여신심사가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상당히 엄격하다. 또 은행들은 이번이 부실을 털어낼 마지막 기회이고 부실기업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불량은행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0월 중 세계 50위안에 들어가는 초대형은행이 탄생하나.
10월중으로 우량은행 간 통합이 가시화할 것이다. 현재 은행간 물밑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곧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이것 역시 은행들 자율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량은행들이 통합하지 않으면 안되게 시장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에 대해서도 경영진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주주권 발동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서 10월 중 합병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못 박는 바람에 시간에 쫒겨 은행간 합병이 졸속으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10월중에 기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10월 이후에는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합병하는 게 맞다.
생보사 상장은 언제 이루어지나
수차례의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외국전문기관의 용역결과 등을 참고해 생보사 상장이익 귀속주체인 계약자와 주주간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이익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장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생보사 상장방안은 법과, 국제적인 기준과 관례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어느 특정회사에만 적용되는 기준 같은 것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지켜보면 순리대로 풀려나갈 것이다.
대우차와 한보철강의 매각원칙과 향후 일정에 대해 밝혀 달라.
대우차와 한보철강의 매각작업은 채권금융기관 주도하에 이루어져 왔다. 이 같은 추진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단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산업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다.
대담 방인철 편집위원 김기수 팀장
정리 신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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