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용 칼럼]‘회색’보다 ‘녹색’을(정세용 2009.04.29)

지역내일 2009-04-29
‘회색’보다 ‘녹색’을
정세용 (본지 논설주간)

금융위기 독감이 낫기도 전에 돼지 인플루엔자 비상이 걸리고 있으나 경제 ‘바닥론’은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동안 미국발 경제위기로 허둥대던 이명박정부도 정신을 차린 듯 최근 각종 시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중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4대강 살리기와 사교육비 대책이다.
2007년 대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747(7%성장, 4만달러 소득, 세계 7대강국)과 대운하, 그리고 교육강국 건설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뉴욕발 금융위기로 747이 물건너 간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4만달러는 커녕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5000달러로 추락할 것이 예상된다. 올해 성장률은 마이너스 4%가 거론된다. 그러니 MB정부와 한나라당 인사 누구도 747을 말하지 않는다.

교육부장관은 어디 갔나
그러나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로 민주개혁진영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아진 탓일까. MB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조금 오르면서 자신을 얻은 듯 국민들이 솔깃하게 들을 것 같은 교육대책 등을 제시한다.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사교육비 절감대책을 쏟아냈다.
오후 10시 이후 학원교습금지, 대입내신 반영비율 축소 등 가히 메가톤 급이다. “교육과학부 장관은 어디 갔는가” “미래기획위원장이 교육대통령인가”라는 비난이 나온 것은 물론이다.
그제(27일) 청와대에서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대회’가 열렸다. 한강과 낙동강 등에 물을 가두는 16곳의 보를 설치하고 수질을 2급수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에는 물이 8억톤이나 모자라고 홍수로 연 2조원 이상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 사업으로 물부족과 물난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 두가지 대책은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으로부터도 공격을 받는다. 특히 교육대책의 경우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져온다며 질타당한다. 교육문제는 전국민이 이해당사자일 정도로 민감한 문제인데 교과부나 한나라당과는 별다른 상의도 없이 발표했다는데 모두가 경악해하고 있다.
미래기획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일 뿐이다. 위원회 규정 어디를 봐도 사교육비 근절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는 곳이 아니다. 물론 사교육비 문제가 전국민적 관심사로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 미래기획위원장이 이 문제를 언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언급은 자문기구 위원장으로 교육과학부나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긴밀하게 협의한 뒤 나왔어야 마땅하다. 정부부처간 또는 당정간 엇박자나 이견은 국민 불신을 부르고 결국 그 정책은 실패한다.
4대강 살리기도 마찬가지다. 9월에 착공한다는 이 사업에는 14조원이나 투입되건만 고도 하수처리 등 수질개선 투자 계획도 없다고 한다. 환경부의 경우 국토해양부로부터 16개 보의 위치를 발표 당일 통보받았다 한다. 과연 수질을 개선해 강을 살리려는 계획인지, 또 부처간 협의와 토론이 이렇게 별로 없었다면 과연 지역간 특성을 살린 4대강 살리기가 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환경단체의 경우 보 11곳의 위치가 대운하와 비슷해 “갑문만 없는 대운하사업”이라고 말한다. 일부 단체는 벌써부터 반대행동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4대강 사업 뒤 경제성을 내세워 운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건설과 버스전용차선 신설 등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MB정부 출범 이후 국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인상을 준 대책은 ‘녹색 프로젝트’이다. 전쟁은 물론 녹색이 아니다. 시멘트가 상징하는 성장과 인정없는 살벌한 경쟁도 결코 21세기 화두인 녹색이 될 수 없다. 자원이 없는 우리가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교육을 시켜 인재를 기르고 철저하게 경쟁해 이겨야 하겠지만 더 이상 ‘회색’이 상징하는 성장은 안된다.
녹색은 사람이 희생되는 고속성장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환경이고 미래, 평화이며 희망이어야 한다. 녹색은 또 건강이고 안전이며 개성 상상력 창조력이다. 그리고 부자만의 색깔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들 모두를 위하는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녹색은 엇박자가 아닌 소통이다.

‘갑문만 없는 대운하사업’
에너지 부분에서 풍력과 태양광 등 저탄소 녹색이어야 하듯이 교육부분에서도 무조건 1등이 승리하는 교육이 아니라 성적 꼴찌도 사회에서 대우받고 살게 교육시키는 배려의 교육이어야 한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도 녹색은 아니다.
오늘(29일) 밤 재보궐선거 결과가 발표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신승이건 완패이건 국민 앞에서 겸손했으면 한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당정 또는 정부 부처간 협조도 없이 각종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국민과 철저하게 소통하고 야당과도 긴밀히 대화하며 정말 ‘녹색 정부’ ‘섬김의 정부’ ‘소통하는 정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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