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경제팀 100일의 성적표
경제 위기의 한 복판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기 경제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2기 경제팀의 전략은 1기와는 다르게만 해도 기본은 가능하다는 예상 속에 출범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운도 따라 경제 환경도 우호적이었다.
겉으로 나타난 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불안하던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취임 무렵 1200을 밑돌던 주가가 1400선을 넘어섰다. 1600원을 오르내리던 환율은 1200원대로 내렸다. 실물도 급락세를 멈췄다. 경기의 선 후행지표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소비심리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체감경기는 개선되는 기운이 돌고 있다. 1분기 성장률도 0.1%상승했다.
겉으로 나타난 성적은 양호, ‘반쪽 성공’이라는 지적도
그러나 ‘반쪽’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재정확대와 고환율에 힘입은 것일뿐 투자와 민간소비 등 민간부문의 회복자생력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아직도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소비 역시 반짝 상승하는 듯하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용 역시 재정확대에 따라 공공부문은 증가했으나 민간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증현 경제팀의 강점은 무엇보다 시장친화적이고 무게가 실린 언행을 꼽을 수 있다. 시장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는 윤 장관은 솔직하나 앞서가지 않는 신중한 화법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MB노믹스 핵심인 7.4.7에 연연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정책의 폭을 보여줬다. 시장과의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3월 위기설도 무사히 넘겼다.
취임 직후 올해 성장률 추정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추경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밝혀 시장과 국회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경제에 봄기운이 돈다고 해서 성급하게 낙관론을 펴지 않고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경기후퇴가 한창일 때도 장미빛 낙관론으로 일관했던 1기 팀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정부 부처간 내부 조율과 소통에도 어느 정도는 이뤄낸 것으로 비친다. 취임하자 이례적으로 한국은행을 스스로 찾아가 정책협조를 당부하는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만 이뤄낸 것이 아니다. 실책도 적지 않다. 부처간 조율을 통해 시장에 일관된 목소리를 전달하려 노력했다지만 자동차 세제 및 보조금 지원을 둘러싸고 지식경제부 청와대와 혼선을 빚어 소비자 혼란을 야기했다. 부동산 양도세와 다주택자 중과 완화도 당정간 의견조율 없이 밀어붙이다가 정부 스스로 조세정책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부동산 규제의 무분별한 완화로 투기조짐이 일고 있는 것도 실패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긴 안목 없이 조였다 풀었다 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실패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특히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800조원이 넘는 단기자금은 저금리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을 교란할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과잉유동성의 물꼬를 건전한 투자로 돌릴 수 있는 정책과 함께 부동산 버블로 옮겨붙지 않도록 방화벽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2기 경제팀 최대과제는 기업 구조조정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것도 2기 경제팀의 최대 과제 중의 하나다. 윤증현-윤진식-진동수 라인의 ‘모피아 트로이카’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염두한 카드였다. 그러나 지난 석달의 구조조정은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보다는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 선에 머물러 있다. 더구나 경기 호전기미를 빌미로 구조조정의 의지조차 희석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경기회복 이후를 대비해서도 그렇다. 일자리 나누기 등 서민가계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완성해야 한다.
위기탈출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위기 이후의 비전제시가 더욱 중요한 과제다. 윤 장관은 “몇 달이 흐른 것같다”고 술회했다. 그만큼 위기와 불경기를 헤치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뜻일 것이다. 워밍업은 끝났다. 앞으로 더 숨가쁘게 뛰어야 한다. 성공한 경제팀으로 평가받으려면 지금의 성적표로는 부족하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진동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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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의 한 복판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기 경제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2기 경제팀의 전략은 1기와는 다르게만 해도 기본은 가능하다는 예상 속에 출범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운도 따라 경제 환경도 우호적이었다.
겉으로 나타난 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불안하던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취임 무렵 1200을 밑돌던 주가가 1400선을 넘어섰다. 1600원을 오르내리던 환율은 1200원대로 내렸다. 실물도 급락세를 멈췄다. 경기의 선 후행지표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소비심리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체감경기는 개선되는 기운이 돌고 있다. 1분기 성장률도 0.1%상승했다.
겉으로 나타난 성적은 양호, ‘반쪽 성공’이라는 지적도
그러나 ‘반쪽’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재정확대와 고환율에 힘입은 것일뿐 투자와 민간소비 등 민간부문의 회복자생력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아직도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소비 역시 반짝 상승하는 듯하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용 역시 재정확대에 따라 공공부문은 증가했으나 민간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증현 경제팀의 강점은 무엇보다 시장친화적이고 무게가 실린 언행을 꼽을 수 있다. 시장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는 윤 장관은 솔직하나 앞서가지 않는 신중한 화법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MB노믹스 핵심인 7.4.7에 연연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정책의 폭을 보여줬다. 시장과의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3월 위기설도 무사히 넘겼다.
취임 직후 올해 성장률 추정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추경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밝혀 시장과 국회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경제에 봄기운이 돈다고 해서 성급하게 낙관론을 펴지 않고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경기후퇴가 한창일 때도 장미빛 낙관론으로 일관했던 1기 팀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정부 부처간 내부 조율과 소통에도 어느 정도는 이뤄낸 것으로 비친다. 취임하자 이례적으로 한국은행을 스스로 찾아가 정책협조를 당부하는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만 이뤄낸 것이 아니다. 실책도 적지 않다. 부처간 조율을 통해 시장에 일관된 목소리를 전달하려 노력했다지만 자동차 세제 및 보조금 지원을 둘러싸고 지식경제부 청와대와 혼선을 빚어 소비자 혼란을 야기했다. 부동산 양도세와 다주택자 중과 완화도 당정간 의견조율 없이 밀어붙이다가 정부 스스로 조세정책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부동산 규제의 무분별한 완화로 투기조짐이 일고 있는 것도 실패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긴 안목 없이 조였다 풀었다 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실패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특히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800조원이 넘는 단기자금은 저금리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을 교란할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과잉유동성의 물꼬를 건전한 투자로 돌릴 수 있는 정책과 함께 부동산 버블로 옮겨붙지 않도록 방화벽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2기 경제팀 최대과제는 기업 구조조정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것도 2기 경제팀의 최대 과제 중의 하나다. 윤증현-윤진식-진동수 라인의 ‘모피아 트로이카’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염두한 카드였다. 그러나 지난 석달의 구조조정은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보다는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 선에 머물러 있다. 더구나 경기 호전기미를 빌미로 구조조정의 의지조차 희석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경기회복 이후를 대비해서도 그렇다. 일자리 나누기 등 서민가계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완성해야 한다.
위기탈출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위기 이후의 비전제시가 더욱 중요한 과제다. 윤 장관은 “몇 달이 흐른 것같다”고 술회했다. 그만큼 위기와 불경기를 헤치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뜻일 것이다. 워밍업은 끝났다. 앞으로 더 숨가쁘게 뛰어야 한다. 성공한 경제팀으로 평가받으려면 지금의 성적표로는 부족하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진동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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