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는 피의자 인권

지역내일 2009-06-02 (수정 2009-06-02 오전 8:18:44)
지적장애인, 변호인 없이 조사받아
"사법기관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지난 5월 2일 촛불집회가 있었던 날 지적장애인 지 모씨는 명동 집회현장 인근 계단에 앉아 있다가 경찰의 마구잡이식 연행이 시작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찰서에서 와 조사를 받았다. 지씨는 경찰서에서 자신의 장애인등록증을 경찰에게 보여주었지만 경찰은 지씨가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임의로 판단해 1차 조사과정에서 조력자 없이 혼자 조사를 받았다. 현재 지씨는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상태다.
사법기관이 지적장애인 피의자를 변호인 없이 단독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수감시켜 장애인단체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 5월 20일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경의 부당한 구속을 규탄하고 기소 철회와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당시 함께 연행됐던 안산노동인권센터 이승택씨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은 지적장애인을 보고도 그들이 의사표현을 제대로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질문의 전체 맥락을 전부 이해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낯선 분위기에서 받게 되는 조사인 만큼 자기 방어, 자기 변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씨는 5월 2일 집회 현장 부근에서 연행됐으며 1일에도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을 향해 음료수병을 던진 장면이 경찰 사진 자료에서 나왔다. 경찰은 이 자료를 근거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애인부모연대 구교현씨는 “지씨가 경찰조사나 영장실질심사에서 제대로 된 변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회 집행부 소속도 아니며 단체에 소속되지도 않은 지씨가 단지 음료수병을 던졌다는 이유로 구속까지 가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에 따르면 “경찰 조사에서 왜 집회에 참가했냐는 질문에 지씨는 ‘놀러왔다’, ‘구경왔다’고 대답”했지만 경찰은 “다른 사람들은 다 시위하러 왔다는데 혼자 놀러왔다는 게 말이 되냐”며 유도 심문을 했다고 했다. 이씨는 “집회에 참가하러 나온 것 아니냐는 계속되는 질문에 지씨가 결국 ‘집회 100번 하러 다녔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는 장애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보호자, 변호인, 통역인, 진술보조인 등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받기 전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고 본인이 혼자 조사를 받겠다고 해서 단독 조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에 질문 내용을 잘 알아듣고 대답하는 등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1차 조사를 받은 다음날쯤 변호인 접견을 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지적장애 2급이면 8~10세 정도의 정신연령인데 그런 장애인이 혼자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사법기관이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을 총으로 쏜 심신장애자도 훈방돼 나온 것도 다 그런 이유”라며 “장애에 대한 몰이해로 장애인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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