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지역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유럽 대형은행들의 부실자산이 늘고 있어 서유럽 은행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지역 실물경제 회복의 키를 쥐고 있는 서유럽 은행들의 잠재 손실 규모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 경기침체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국제금융센터는 16일 “서유럽 은행들이 유로지역 실물경제와 부동산시장 침체, 동유럽 국가에 대한 막대한 대출, 높은 부실채권과 위험자산(Level3자산) 비율 등의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동유럽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서유럽 은행발 금융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내년 추가손실 2800억달러” = 유럽중앙은행(ECB)은 15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은행들이 올해와 내년 사이에 추가로 2830억달러 규모의 추가손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유럽에 대한 부실대출을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ECB의 금융전문가 드얀 크루세크는 신용평가사 피치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경제가 V자로 빨리 회복되면 유로권 은행들이 경기하강을 견뎌낼 수 있지만 U자형이라면 2010년에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경기침체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2%로 내렸고 ECB도 종전의 -2.7%에서 -4.6%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중반까지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유로지역은 실물경제나 부동산시장 침체와 은행손실의 상호 작용이 큰 자금흐름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자금조달 중 약 20%를 은행차입에 의존하지만 유럽기업들은 이 비율이 80%에 달한다. 경기침체로 기업부도가 늘면 은행 피해가 미국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계 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포트폴리오가 높아 부실대출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위험자산이 자기자본보다 많은 곳 수두룩 =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계 은행 등의 동유럽 지역 대출이 많아 부실채권이 늘고 있는 것도 약점이다. 오스트리아 은행들의 동유럽 대출비중은 GDP대비 70% 이상이고 벨기에, 스웨덴, 그리스는 20%를 넘는다. 서유럽은행들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에만 1조6000억달러를 빌려줬다. 최악의 경우 오스트리아는 GDP의 11%, 스웨덴 6%, 벨기에 3.6% 등의 대규모 손실이 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도이체 방크, 크레딧 스위스, UBS 등 서유럽 대형은행들의 Level3 자산(시장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위험자산) 규모가 3월 말 현재 총 2300억달러로 자기자본 총액을 모두 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다. 도이체 방크의 경우 1000억달러로 자기자본의 2.5배 이상이다.
부실채권과 부실자산은 늘고 있는 반면, 은행권의 자본확충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침체로 자산매각이 어렵고 정부 재정적자 확대로 세금투입에 한계가 있어서다. IMF는 2007~2010년 유럽은행의 신용손실액이 73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6000억달러 정도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뉴욕발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국가들은 은행구제를 위해 이미 5조300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독일 GDP 규모인 3조300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영국은 1조1000억달러를 지출했다.
이 바람에 유로존의 재정적자도 4600억달러로 확대됐다. 지난달 S&P에 의해 국가신용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된 영국의 경우 올해말 재정적자 규모가 GDP대비 12.4%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서유럽 은행발 글로벌 금융불안이 생겨나면 이것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면서 “유럽계 은행들의 구조조정 진척과 자금회수 가능성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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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센터는 16일 “서유럽 은행들이 유로지역 실물경제와 부동산시장 침체, 동유럽 국가에 대한 막대한 대출, 높은 부실채권과 위험자산(Level3자산) 비율 등의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동유럽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서유럽 은행발 금융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내년 추가손실 2800억달러” = 유럽중앙은행(ECB)은 15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은행들이 올해와 내년 사이에 추가로 2830억달러 규모의 추가손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유럽에 대한 부실대출을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ECB의 금융전문가 드얀 크루세크는 신용평가사 피치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경제가 V자로 빨리 회복되면 유로권 은행들이 경기하강을 견뎌낼 수 있지만 U자형이라면 2010년에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경기침체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2%로 내렸고 ECB도 종전의 -2.7%에서 -4.6%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중반까지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유로지역은 실물경제나 부동산시장 침체와 은행손실의 상호 작용이 큰 자금흐름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자금조달 중 약 20%를 은행차입에 의존하지만 유럽기업들은 이 비율이 80%에 달한다. 경기침체로 기업부도가 늘면 은행 피해가 미국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계 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포트폴리오가 높아 부실대출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위험자산이 자기자본보다 많은 곳 수두룩 =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계 은행 등의 동유럽 지역 대출이 많아 부실채권이 늘고 있는 것도 약점이다. 오스트리아 은행들의 동유럽 대출비중은 GDP대비 70% 이상이고 벨기에, 스웨덴, 그리스는 20%를 넘는다. 서유럽은행들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에만 1조6000억달러를 빌려줬다. 최악의 경우 오스트리아는 GDP의 11%, 스웨덴 6%, 벨기에 3.6% 등의 대규모 손실이 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도이체 방크, 크레딧 스위스, UBS 등 서유럽 대형은행들의 Level3 자산(시장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위험자산) 규모가 3월 말 현재 총 2300억달러로 자기자본 총액을 모두 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다. 도이체 방크의 경우 1000억달러로 자기자본의 2.5배 이상이다.
부실채권과 부실자산은 늘고 있는 반면, 은행권의 자본확충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침체로 자산매각이 어렵고 정부 재정적자 확대로 세금투입에 한계가 있어서다. IMF는 2007~2010년 유럽은행의 신용손실액이 73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6000억달러 정도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뉴욕발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국가들은 은행구제를 위해 이미 5조300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독일 GDP 규모인 3조300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영국은 1조1000억달러를 지출했다.
이 바람에 유로존의 재정적자도 4600억달러로 확대됐다. 지난달 S&P에 의해 국가신용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된 영국의 경우 올해말 재정적자 규모가 GDP대비 12.4%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서유럽 은행발 글로벌 금융불안이 생겨나면 이것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면서 “유럽계 은행들의 구조조정 진척과 자금회수 가능성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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