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우리가 최고] 대전시 취약동네 재생전략 ‘무지개 프로젝트’

지역내일 2009-06-19 (수정 2009-06-22 오후 2:53:40)
“가난했던 우리 동네에 무지개가 떴어요”
무지개 첫 마을 판암동 ‘취약동네 옛 말’ … 주민들 자신감 회복 ‘성과’

“마을 환경도 많이 변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어요.”
18일 대전시 동구 판암동에서 만난 주부 박희순(52)씨는 ‘무지개 프로젝트 시행 이후 마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패배주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던 주민들이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의욕과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는 얘기다. 무지개 프로젝트가 마을 환경은 물론 주민들 삶의 태도까지 바꿔놓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판암동은 대전시가 취약동네 재생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무지개 프로젝트’의 첫 대상 지역이다.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취약계층 집중화와 슬럼화가 고착화된 지역이다.
판암동 주민은 2만5000여명. 이 중 65.5%인 1만6000여명이 기초수급자와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정, 새터민, 차상위계층 등 정부 지원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다. 특히 주민의 15%가 넘는 3800여명이 기초수급자, 8%가 넘는 2000여명이 장애인이다. 노인 인구도 전체 인구의 12%에 가까운 2900여명이나 된다.
이런 판암동에서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행된 것은 2006년 9월. 민선4기 출범(6월)과 동시에 구상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기다.
그 전까지 이곳은 이른바 ‘패배자의 집합지’였다. 두 곳의 영구임대아파트 주변에는 대낮에도 술이 찌든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박희순씨는 “영세민아파트 주변에는 언제나 술 먹고 길에서 자는 사람, 욕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우글거렸다”며 “부녀자들이나 아이들은 마을 앞을 지나가는 것조차 겁을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도 신기해했다.

◆ 주거·교육 환경 ‘산전벽해’ = 18일 무지개 프로젝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찾은 판암동 주공4단지. 대전의 가장 대표적인 영세민아파트인 이곳은 바깥에서부터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아파트 외벽은 화사한 색으로 칠해져있었고, 집집마다 도배도 새로 했고 싱크대와 전열기구도 바뀌었다. 단지 안에는 다양한 체육시설이 마련됐고, 장애인들이 많은 탓에 인도에는 점자블록이 깔려있었다. 하수도 정비사업으로 마을에 진동하던 악취도 완전히 사라졌다. 마을 앞 야산에는 산책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판암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이 모(48)씨는 “전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바깥에 나갈 엄두도 못 냈는데 요즘은 점자보도블록이 깔리고 소리 나는 신호등이 생겨서 그런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좋아했다. 그는 특히 “무지개 사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도 친절해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실제 판암동에는 도시재성을 위해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말 그대로 ‘융단폭격’이다. 투입된 예산만 410억원이 넘는다. 그 덕에 주거환경은 물론 교육여건도 크게 달라졌다.
판암동 학교들마다 어학실습실이 생겼고, 운동장에는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설치됐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도서관 공사도 시작됐다.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 기능을 하게 된다.
대전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한 ‘무지개 튜터’들도 나섰다. 젊은 공무원들이 마을 학생들의 가정교사를 자청한 것.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고 표정도 밝아졌다.
동신중학교 오두환 교장은 “아이들이 이 동네에 사는 것,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을 창피해했는데, 그런 아이들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는 교사들의 태도도 바꿔놓았다. 오 교장은 “교사들까지 이런 변화에 동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도 노인복지관이 생기고 장애인자활센터, 알코올상담센터, 노인·장애인 주간보호시설 등도 새로 마련됐다. 무료급식이 확대되고 여성취업교실, 생활문화·체육교실 등도 생겼다.
대전시 윤종준 무지개 프로젝트당당은 “우선 생활환경과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일시에 집중해 확실하게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진짜 효과는 자신감 찾은 주민들 = 대전시는 판암동 동신중학교의 교실 세 개를 터서 명품 주방공간을 마련했다. 학생들의 가사실습실로도 활용되지만 진짜 용도는 지역 주민들의 기술교육을 위한 공간이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에서 운영을 맡았다. 지난해 1·2기 한식 조리사반 운영 결과 주민 80여명이 도전해 26명이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올해는 가정요리반과 제과·제빵반이 운영되고 있다.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지개 기술교육’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행 중인 ‘무지개 마을가꾸기 사업단’도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마을 주민들을 공공근로 형태로 참여시켜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금융소외자 지원을 위해 마련한 ‘무지개론’도 지역 주민들의 자활능력을 키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진짜 변화는 이처럼 지역공동체 복원해가는 주민들에게 있었다. 실현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수십년 숙원사업들이 하나둘 이뤄지면서, 기술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찾으면서, 주민들에게 서서히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활동은 구체적으로 지역공동체의 복원으로 이어졌다. ‘판암골 소식’이라는 마을신문이 생겼고, 주민협의체도 결성됐다.
마을신문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동연 목사는 “주민들 간 결속력이 생겨나면서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무지개 프로젝트
‘주민 주도형 복지모델 자리매김’

무지개프로젝트는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취약동네 재생전략’ 사업이다. 급속한 도시화로 빈곤층의 인위적 집중화가 이뤄진 영구임대아파트 지역과 달동네가 대상이다. 2006년 9월 1단계 동구 판암동을 시작으로 2단계로 대덕구 법동과 서구 월평2동에서 같은 사업이 진행 중이다. 모두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이다. 최근에는 3단계로 대표적인 달동네 지역인 대동·부사동·문창동으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낙후된 지역에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해 지역 전체의 주거수준을 향상시키는 지역 재생 프로그램이다. 무지개라는 사업명은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주거여건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다중 행정지원시책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사업 추진 방식은 ‘선택과 집중’과 ‘주민참여’다. 동원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짧은 시간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고, 그 과정에 자문위원회와 주민협의체 등 주민들을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사람의 변화’까지 얻기 위한 방식이다.
실제 무지개 지역에는 임대주택의 벽지·화장실·싱크대 등 내부시설 개선에서부터 도서관·공부방·어학실습실 등 학교지원, 공동화장실·주차장 마련과 환경미화, 그리고 마을신문 발간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정역량이 투입된다. 주택공사 등 관련 공기업은 물론 일반 기업들까지 후원에 나섰다. 지금까지 집행되거나 집행 예정인 예산은 1000억원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과 비교되는 사업방식이다. 낡은 환경을 바꿔서 살 만한 동네로 만들면서도 주민들이 쫓겨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박성효 시장은 “저소득층이 밀집된 지역을 기존의 싹쓸이 철거방식으로 개발했다면 부동산 가치는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이곳에 거주하던 소박한 주민들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또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야 했을 것”이라며 사업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기고 - 곽현근(대전대 교수·행정학부)
“취약동네의 사회적통합 위한 선도적 실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이 특정 동네에 집중되면서 도시의 분열과 양극화문제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도시재생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 한 도시 안에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는 반성과 함께, ‘어느 누구도 살고 있는 장소 때문에 심각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빈곤동네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집중지원을 통한 동네재생 실험을 한창 진행 중이다.
취약동네를 사회적으로 포용함으로써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이라는 중요한 공적 가치를 달성하려는 노력은 대전시의 ‘무지개프로젝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무지개프로젝트는 2006년 민선4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 영구임대아파트의 슬럼화 현상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련되었다. 현재 3단계에 걸쳐 영구임대아파트와 달동네 지역을 대상으로 약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140여개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거나 완료된 상태이다. 무지개프로젝트는 환경이 매우 열악해 재개발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취약동네에 대해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종합적 지원을 통해 사회적 통합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내려는 중요한 시도이다.
무지개프로젝트의 특징으로는 첫째, 취약동네의 복합적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행정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종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정주환경개선, 교육여건개선, 복지신장과 자활지원을 위하여 대전시의 거의 모든 부서가 참여하고 있다.
둘째, 관련 부서 과장급이상 간부가 참여하는 현장 공청회, 담당사무관의 헌신적인 주민의견 수렴 노력, 무지개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회복지관 간부들의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 역할 등 무지개프로젝트는 현장중심의 행정을 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셋째, 동네주민의 결속과 역량강화, 즉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형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을신문 발간, 마을축제, 마을가꾸기 주민협의체 운영 등 주민의 조직화와 참여를 위한 노력이 그 대표적 예이다.
넷째, 취약동네와 다른 지역사회, 지역기업 및 정부와의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초점을 두고 있다. 종교단체·대학·언론과의 협력체제 구축, 기업출연 복지재단과 동네별 서포터스 구축, 공무원 무지개튜터단 활동 등은 취약동네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무지개프로젝트는 이처럼 중요한 의의와 함께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도 안고 있다. 첫째,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데, 이에 필요한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다. 둘째, 주어진 계획에 입각해서 일사분란하게 시행되는 프로젝트방식이 아닌 주민참여를 통해 서서히 ‘만들어 나가는’ 프로그래밍 방식을 정착시켜나가는 것이다. 셋째, 참여주체사이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나가기 위해 동네포럼과 같은 공식적 제도장치를 마련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무지개프로젝트를 통해 대전시 취약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동질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작은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주목할 성과이다. 무지개프로젝트가 앞으로 다양한 참여자들의 담론과 의견수렴, 그리고 파트너십 형성을 통해 대전광역시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적 배제극복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도시재생 또는 복지모형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