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이 1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뉴민주당 플랜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한 민주당 비전위원회 초안에 대해 계파별 입장이 쏟아져 나왔다.
이념 좌표에 몰두하느라 개성공단 비정규직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세균 대표가 격론을 예상한 듯 “답안지가 아닌 문제지를 받았다고 생각하자”고 다독였지만, 참석자들은 당 정체성과 노선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심도 있는 논쟁을 위해 토론회를 6월 국회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플랜 초안을 주도한 김효석 비전위원장은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냉혹하지만 유능한 산업화 세력’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민주당은 ‘따뜻하지만 무능한 정당’으로 보고 있다”며 “따뜻하고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뉴민주당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진보-중도, “이념좌표 분명히” = 포문은 비주류 강경파인 이종걸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중도개혁주의 노선에 공공연히 반대입장을 제기해 왔었다.
이 의원은 “(뉴민주당 플랜의) 방향이 한나라당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측차선으로 들어가 정체성을 잃어 집권에 실패했다”며 “기존 지지층을 다 버리고 전 국민을 상대로 정책을 만드는 것은 생존방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정부에 철저히 반대하는 ‘저항 민주주의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6월 미디어법 등 현안을 놓고 국회에서 싸워야 할 때 전국 다니면서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선을 결정하는 만큼 6월 국회 이후에 본격적인 논쟁을 벌여보자”고 주장했다.
이인영 구로갑위원장은 “유연한 진보를 통해 진보세력이 하나 되는 거대한 진보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며 ‘진보성향’에 방점을 찍을 것을 주문했다.
반면 중도성향의 의원들은 ‘중도성향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민주계인 박상천 의원은 “중산층을 포용하지 않고는 집권이나 선거승리는 불가능하다”며 “저소득층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중산층 하부가 민주당 친화 계층이니 여기를 끌어안는 노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인기 의원은 “97년 1000만표, 2002년 1200만표에서 2007년 600만표로 떨어졌다. 그 이유를 찾는 것이 뉴민주당 선언이 돼야 한다”며 “중산층을 타깃으로 하다보면 한나라당과 정책적으로 겹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목 안산 상록을 위원장은 “민주대 반민주 구도로 전통적 지지세력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중도진보세력이 집권하기는 쉽지 않다”며 중도노선에 힘을 보탰다.
◆“현안 대응 목소리가 없다” = 이념 논쟁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범구 서울 중구위원장은 “보수-진보사이에서 당 좌표를 중도개혁으로 놓고 있는데 서구와 우리사회는 여건이 다르다”며 ‘제3모델’의 타당성을 물었다. 이상수 전 의원은 “유럽 정당도 추상적인 강령이나 담론보다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중시한다”며 “당장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목희 서울 금천위원장은 “고통받는 국민에게 뉴민주당 선언이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추상적이다”고 지적했다. 김재일 경기 기흥위원장은 “선언에서 이념이 더 약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진보정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민주당은 샌드위치 신세여서 차별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대선을 염두에 두는 정치상황을 고려해 ‘학자들의 논쟁이 아닌’ 정치정책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국회의원·지역위원장 토론을 시작으로 25일(여주) 28일(창원) 6월1일(청주) 2일(광주) 4일(대구) 5일(제주) 9일(서울) 등 7번의 권역별 순회 토론회를 거쳐 7월6일 정세균 대표 취임 1주년에 맞춰 선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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