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동안 151조 풀려 ... 대출 17조 감소 ‘돈맥경화’여전
주식‧채권시장 활황 기대 ... “유동성 걱정할 때 아니다”
정부는 지금은 과잉유동성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경기회복이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돈이 실물로 흘러가는 게 관건이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는 모습은 따라서 정부에겐 ‘호재’다. 꽉 막혀있는 돈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가’를 먼저 걱정하는 한국은행과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동성 빠르게 늘고 있다 = 한국은행은 총통화(M2) 증가율이 지난 3월에 11.1%로 지난해 평균 14.3%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두자릿수 증가세다. 2006년 8.3%에 비하며 크게 늘어난 것이며 2007년 평균상승률 11.2%와 비슷하다.
M2는 요구불 예금 등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자금(M1)과 2년미만의 만기가 있는 자금들을 합한 것으로 유동성지표를 보는 대표지수다.
지난 3월말 현재 단기성 부동자금인 M1은 346조원으로 1년전에 비해 48조원 증가했고 M2는 1316조원에서 1467조원으로 151조원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동성이 경제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증가속도는 줄었지만 두자릿수 증가는 매우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물로 안 가는 ‘돈’ = 돈이 실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넉달동안 기업들이 은행으로 받은 대출액은 모두 19조원으로 전년 동기 33조원에 비해 14조원이나 감소했다.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해 신보와 기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에 자본을 확충, 중소기업지원을 돕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 역시 22조원에서 12조원으로 10조원이나 감소했다. 가계대출 역시 7조원에서 4조원으로 축소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를 줄이면서 은행들이 돈을 있어도 대출처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동안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4.4% 감소하며 지난해 4분기보다 감소폭이 확대됐고 설비투자 역시 22.1%나 줄었다.
◆고맙다, 주식시장 = 정부는 ‘돈맥경화’를 극복하기 위해 ‘흘러 넘치도록’ 유동성을 공급한 효과가 주가상승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들어 코스피지수가 27.68% 올랐고 코스닥지수가 69.42%나 급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두 시장에서 1조76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업들은 주식발행으로 1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들였고 ‘청약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청약시장이 뜨겁다.
기업어음과 회사채순발행규모도 6조원에서 24조원으로 급증했다.
◆정부 쓸 만한 카드 다 썼다 = 정부는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 쓸만한 카드는 다 썼기 때문에 현재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금리는 2%까지 내려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상태를 만들어 놨다. KDI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 하반기부터 60조원을 상회하는 확장적 재정지출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만 9조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감세와 공기업투자, 추경 등으로 50조원이상을 쏟아 붓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자금으로 중소기업의 만기를 자동연장하고 100% 보증키로 하고 있지만 이는 부도기업을 줄이는 연명 효과 밖에 없다”며 “정부가 쓸만한 카드는 대부분 쓴 만큼 주식시장을 통해 들어가는 자금을 통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나 개인들이 더 이상 경기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투자와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제보다는 거품을 = 정부는 선제적인 유동성 회수보다는 좀 늦더라도 확신이 생겼을 때 유동성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따라서 당분간 확정적 재정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이 “유동성 과잉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안에 유동성 회수할 수 있겠냐”고 말한 것은 ‘유동성 회수논란’에 따른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몸짓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선제대응하려다 오히려 장기불황에 빠진 미국의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지목했다. 외환위기 이후의 코스닥시장 버블, 2001년 IT버블 붕괴이후의 신용카드 버블 등 유동성회수시기를 놓쳤던 실패사례를 제시했던 KDI의 경고는 외면했다. ‘장기불황’보다는 ‘거품’이 오히려 낫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유동성 회수는 서둘러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M2가 줄고 있어 과잉유동성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윤 장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통화유통속도 하락에 대해서도 “전세계적으로 통화유통속도는 하락추세에 있었고 다만 경제침체로 속도가 더 느려졌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은은 경기회복 이후 과잉유동성이 가져올 인플레이션이 두려운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정부와 한은간의 힘겨루기가 격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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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시장 활황 기대 ... “유동성 걱정할 때 아니다”
정부는 지금은 과잉유동성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경기회복이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돈이 실물로 흘러가는 게 관건이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는 모습은 따라서 정부에겐 ‘호재’다. 꽉 막혀있는 돈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가’를 먼저 걱정하는 한국은행과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동성 빠르게 늘고 있다 = 한국은행은 총통화(M2) 증가율이 지난 3월에 11.1%로 지난해 평균 14.3%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두자릿수 증가세다. 2006년 8.3%에 비하며 크게 늘어난 것이며 2007년 평균상승률 11.2%와 비슷하다.
M2는 요구불 예금 등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자금(M1)과 2년미만의 만기가 있는 자금들을 합한 것으로 유동성지표를 보는 대표지수다.
지난 3월말 현재 단기성 부동자금인 M1은 346조원으로 1년전에 비해 48조원 증가했고 M2는 1316조원에서 1467조원으로 151조원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동성이 경제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증가속도는 줄었지만 두자릿수 증가는 매우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물로 안 가는 ‘돈’ = 돈이 실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넉달동안 기업들이 은행으로 받은 대출액은 모두 19조원으로 전년 동기 33조원에 비해 14조원이나 감소했다.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해 신보와 기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에 자본을 확충, 중소기업지원을 돕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 역시 22조원에서 12조원으로 10조원이나 감소했다. 가계대출 역시 7조원에서 4조원으로 축소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를 줄이면서 은행들이 돈을 있어도 대출처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동안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4.4% 감소하며 지난해 4분기보다 감소폭이 확대됐고 설비투자 역시 22.1%나 줄었다.
◆고맙다, 주식시장 = 정부는 ‘돈맥경화’를 극복하기 위해 ‘흘러 넘치도록’ 유동성을 공급한 효과가 주가상승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들어 코스피지수가 27.68% 올랐고 코스닥지수가 69.42%나 급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두 시장에서 1조76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업들은 주식발행으로 1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들였고 ‘청약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청약시장이 뜨겁다.
기업어음과 회사채순발행규모도 6조원에서 24조원으로 급증했다.
◆정부 쓸 만한 카드 다 썼다 = 정부는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 쓸만한 카드는 다 썼기 때문에 현재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금리는 2%까지 내려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상태를 만들어 놨다. KDI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 하반기부터 60조원을 상회하는 확장적 재정지출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만 9조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감세와 공기업투자, 추경 등으로 50조원이상을 쏟아 붓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자금으로 중소기업의 만기를 자동연장하고 100% 보증키로 하고 있지만 이는 부도기업을 줄이는 연명 효과 밖에 없다”며 “정부가 쓸만한 카드는 대부분 쓴 만큼 주식시장을 통해 들어가는 자금을 통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나 개인들이 더 이상 경기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투자와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제보다는 거품을 = 정부는 선제적인 유동성 회수보다는 좀 늦더라도 확신이 생겼을 때 유동성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따라서 당분간 확정적 재정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이 “유동성 과잉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안에 유동성 회수할 수 있겠냐”고 말한 것은 ‘유동성 회수논란’에 따른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몸짓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선제대응하려다 오히려 장기불황에 빠진 미국의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지목했다. 외환위기 이후의 코스닥시장 버블, 2001년 IT버블 붕괴이후의 신용카드 버블 등 유동성회수시기를 놓쳤던 실패사례를 제시했던 KDI의 경고는 외면했다. ‘장기불황’보다는 ‘거품’이 오히려 낫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유동성 회수는 서둘러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M2가 줄고 있어 과잉유동성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윤 장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통화유통속도 하락에 대해서도 “전세계적으로 통화유통속도는 하락추세에 있었고 다만 경제침체로 속도가 더 느려졌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은은 경기회복 이후 과잉유동성이 가져올 인플레이션이 두려운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정부와 한은간의 힘겨루기가 격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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