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비정규직법 시행 D-1, 해법은 오리무중
그들에게 비정규직은 없었다
정부 - 2년 허송세월, ‘해고대란설’ 유포
한나라 - 1주일 전 법안제출, 직권상정 요청
민주당 - 미디어법 저지용 지렛대로 취급
공기업 - 기다렸다는 듯이 비정규직 해고
여든 야든 정치권 안중에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계속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전환 시점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집단적인 책임방기로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노동부는 올해 7월부터 법이 시행되는데도 지난 2년 동안 실질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하고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 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의 대규모 해고사태가 초래된다는 점만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주장하는 해고대란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쇼크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했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29일 “빛바랜 100만 해고대란설을 앞세워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노동부장관은 퇴진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도 정부의 ‘해고대란설’에 동조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2월 한국노총과 정책협의를 갖고 비정규직 해고대란설을 설파하며 법개정을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완강한 것을 확인하고 설득을 포기했다가 이달 11일 의원총회에서 ‘시행유예’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3일에야 ‘3년 유예’를 내용으로 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 처리와 관련해 당 지도부도 우왕좌왕했다. 박희태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28일까지도 “여야간 합의가 없이는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29일에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대처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생존보다 정치적 이해에 더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애초 정부여당의 ‘시행유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다가 ‘5인연석회의’에서 슬그머니 ‘6개월 유예’를 받아들였다. 민주당은 ‘유예기간’이 아니라 ‘준비기간’이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협상과정에서 ‘1년 유예’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는 기류도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29일 “이미 정규직 전환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데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고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비정규직법 타협을 미디어법을 저지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민생현안에 대한 원칙은 없고, 집권을 위한 언론환경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기업은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에 나섰다. 한국방송(KBS)이 지난 24일 계약직 직원을 해고하기로 한데 이어, 주택공사 등 공기업도 임시직 등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에 나섰다.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정부와 정치권, 노사단체가 수백차례 만나 논의한 끝에 만든 법안을 시행도 안해보고 연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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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비정규직은 없었다
정부 - 2년 허송세월, ‘해고대란설’ 유포
한나라 - 1주일 전 법안제출, 직권상정 요청
민주당 - 미디어법 저지용 지렛대로 취급
공기업 - 기다렸다는 듯이 비정규직 해고
여든 야든 정치권 안중에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계속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전환 시점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집단적인 책임방기로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노동부는 올해 7월부터 법이 시행되는데도 지난 2년 동안 실질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하고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 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의 대규모 해고사태가 초래된다는 점만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주장하는 해고대란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쇼크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했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29일 “빛바랜 100만 해고대란설을 앞세워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노동부장관은 퇴진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도 정부의 ‘해고대란설’에 동조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2월 한국노총과 정책협의를 갖고 비정규직 해고대란설을 설파하며 법개정을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완강한 것을 확인하고 설득을 포기했다가 이달 11일 의원총회에서 ‘시행유예’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3일에야 ‘3년 유예’를 내용으로 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 처리와 관련해 당 지도부도 우왕좌왕했다. 박희태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28일까지도 “여야간 합의가 없이는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29일에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대처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생존보다 정치적 이해에 더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애초 정부여당의 ‘시행유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다가 ‘5인연석회의’에서 슬그머니 ‘6개월 유예’를 받아들였다. 민주당은 ‘유예기간’이 아니라 ‘준비기간’이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협상과정에서 ‘1년 유예’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는 기류도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29일 “이미 정규직 전환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데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고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비정규직법 타협을 미디어법을 저지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민생현안에 대한 원칙은 없고, 집권을 위한 언론환경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기업은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에 나섰다. 한국방송(KBS)이 지난 24일 계약직 직원을 해고하기로 한데 이어, 주택공사 등 공기업도 임시직 등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에 나섰다.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정부와 정치권, 노사단체가 수백차례 만나 논의한 끝에 만든 법안을 시행도 안해보고 연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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