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법으로 정책으로-이범관 의원 다문화가정자녀 ''교육'']① 현장에서 듣는다
“한국말 못한다고 무시하는 아이 때문에 울었다”
여주와 안산에서 학부모 학생 선생님들의 생생한 얘기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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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관 의원은 지난달 22일 두 곳의 학교를 찾았다. 경기도 안산의 원일초등학교와 여주의 가남초등학교다. 이미 한국판 인종복합도시가 된 안산은 다문화사회의 도시형 과제가 모두 집합된 곳이다. 지역구인 여주는 농촌지역에서 다문화가정이 겪는 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의원에게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여주 “정부 한국말교육 지원
너무 부족”
필리핀계 엄마 데레사씨는 “2학년 4학년인 두아이가 단어쓰기를 잘 못한다”면서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없다는 게 엄마로서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미나씨도 “세 딸이 있는데 국어나 사회과목은 가르쳐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말이 통해야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들을 지켜본 김혜경(용인 다문화가정지원센터)씨는 “엄마에게 한국말로 대화가 잘 안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이 아이들은 밖에서 어울리지 않고 집으로 숨어들게 되는데 집에서도 말이 안 통하니 아예 말을 못 배우게 된다”고 전했다.
가남초등학교 송경희 선생님은 “저학년때는 받아쓰기를 하면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고학년은 일반가정 아이들보다 국어활용능력이 더 높은 아이들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엄마의 한국말 실력이 늘어나면 아이들의 국어활용능력도 금세 올라갔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커갈수록 말을 잃고 따로 놀게 된다는 것이다.
엄마 라넷씨는 “다른 사람보다도 학교선생님이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특별한 선생님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이번엔 엄마와 문제가 생긴다. 테레사씨는 “아이가 친구들을 집에 데려올 때가 있다. 집안 물건을 부수고 위험한 행동을 마구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난폭한 행동으로 한국말을 잘 모르는 엄마를 눈앞에서 무시한다는 것이다.
이범관 의원은 엄마의 한국말 배우기가 자녀교육의 모든 걸 좌우한다는 걸 절감했다. 이 의원은 “데레사씨, 이웃에게 자꾸 말을 걸어서라도 한국말 배우는 걸 정말 열심히 하셔야겠네요”라고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어 교육은 도움이 되는가”고 물었다.
변정해씨(다사랑이천시다문화센터)는 “일주일에 두 번, 한번에 두시간씩 다섯달만 지원하고 있다”면서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이 정도 지원으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엄마들에 대한 한국어교육규정을 유연하게 바꾸고 엄마와 아이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선생님을 많이 배치하는 문제 등을 연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산 “세개나라 말
동시에 배우는 장점도”
안산은 우리나라 다문화사회의 미래를 조감할 설계도를 안고 있는 지역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 다문화가정 자녀교육도 앞서 가고 있다.
외국계 출신 부모에게 한국을 이해하도록 돕는 문제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그들의 떠나온 나라의 문화를 잘 알도록 돕지 않으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문화정체성의 혼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인도네시아계 남편을 둔 엄마 김미연씨는 “첫 아이의 학교를 어디로 보낼지 많이 생각했다”면서 “우리 아이를 다문화가정이라고 특별취급하지 않는 그런데를 골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미 한국아이인데 자꾸 한국고궁 관람시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정체성에 혼란만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들이 돈많이 들여 데려온 아내라는 생각으로 마구 부리려는 경향이 있고, 이를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불행하게 클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을 가르치려고만 할 게 아니라 내가 태어난 나라도 알게 해서 부부간에 수평적인 관계가 되도록 가정상담을 많이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바랐다.
또다른 엄마 마닐린씨는 “아이들이 자기도 (온전한) 한국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때 부끄러웠다”면서 “엄마의 모국도 잘 알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에서는 ‘한국화’가 아닌 ‘다문화’하여야 할 필요성이 엄마들의 입에서 계속 제기됐다. 우즈벡계인 엄마 셰리조드씨는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즈벡어 러시아어 한국어 세가지를 가르치고 있다”면서 “다른 가정 아이들도 따라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6학년이 되기전에는 세계지도 보는 법도 가르치지 않고 있는데 이래서는 엄마의 모국에 대해 아이들이 어떻게 알아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미연씨는 “아이가 어렸을때는 인도네시아어를 썼는데 요즘은 아빠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 두 개 언어를 다 쓰면서 두 문화를 고루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일초등학교 손소연 선생님은 “자녀들이 외국계 부모의 모국어를 모르면 세대간 대화가 단절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센터에서 몽골어와 러시아를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상근 교장선생님은 “학교에서도 두가지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다국적 문화를 공유하는 풍토와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농촌지역인 여주에서도 나왔다. 워낙 초보적인 한국어 교육 필요성이 앞서서 강조되지 못했을 뿐이다. 이천다사랑문화센터 이재범 국장은 “엄마의 모국을 아이들이 함께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말그대로 ‘다문화’로 대해야 한다는 현장의 소리를 들은 이범관 의원은 “모국을 이해하고 모국의 문화를 공유하는 문제는 아이들의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느꼈다”면서 “다문화가정은 우리사회가 세계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통로로서 잘 활용하고 연계해야할 자산이라는 각도에서 좋은 정책을 찾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범관 의원의 두곳의 현장의 소리를 듣고 이를 앞으로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한 다음 법안과 정책으로 다듬어나갈 예정이다.
진병기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이범관 의원이 다문화자녀교육에 몰입한 이유
이범관 의원이 2002년경 광주고검장을 지낼 때 지인들로부터 다문화사회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국회의원이 된 후 지인들과 다문화포럼을 구성했다. 탤런트 김미숙씨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역구인 경기도 여주·이천에만도 다문화인이 6000여명이나 된다. 그가 가장 마음쓰는 분야는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이다. 자녀들의 교육이 다문화가정을 우리사회로 통합시켜 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이 의원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말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우리의 국력이다.” 그가 ‘자녀교육’을 위한 정책을 찾기 위해 현장으로 향하면서 다짐한 말이다.
“사전 뒤져서 알림장 읽어보지만...”
[인터뷰]필리핀 엄마 반시 아니린씨“얼굴이 다르게 생겼다고 친구가 놀려도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았어요.” 아홉 살 소현이는 필리핀계 엄마에게 얘기하지 않는 게 많다. 엄마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어렵고 엄마도 소현이 말을 잘 못 알아듣기 때문이다. 짜증이 나면 “엄마는 한국말도 못하냐”고 쏘아붙이고 만다. 경기도 이천에 사는 반시 아나린(36)씨는 “아이가 커가면서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고 하소연했다.
1999년 결혼해 한국에 온 그가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건 2007년이다. 이때부터 정부에서 바깥출입이 어려운 이에게 가정방문 교사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3년째 틈틈이 배웠지만 한국말은 어렵기만 하다.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더 절감한다. 소현이는 엄마 말을 귀담지 않으려는 버릇까지 생겼다.
학교에서 보내온 알림장은 한영사전을 찾아서 본다. 말로 전달받는 것보다 더 어렵다.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못해 준비물을 못챙겨 준 적도 많다.
아이와 주고받는 대화도 어설픈데 노래며 셈 공부를 도와주기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학원에 보내는 걸로 위안을 삼았다. 둘째 셋째 아이 보육비까지 170만원이 밀려있다. 돌반지까지 팔았다.
돈이 필요하다. 아나린씨는 영어보조강사 자리를 얻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과외를 해 봤다. 그러나 엄마 손길을 찾는 아이들 성화에 중도하차했다. 둘째 셋째아이를 친정인 필리핀에 보내볼 생각도 했으나 포기했다. “다시 한국 와서 살아야잖아요. 한국말 제대로 못하고 공부 못하면 어떻게 해요.” 언젠가는 친정이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인 되기가 먼저 관심사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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