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과 함께 하는 박철의 금융교실]가계부로 하는 경제교육

지역내일 2009-07-17
경제위기로 가정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서민들의 살림이 너무 어렵다.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는데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어려움을 모른다. 요즘 용돈 때문에 아이와 갈등을 겪는 부모들이 늘어났다. 경기불황의 한파와 치솟는 물가로 집안살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아이들 학원비·공과금·대출이자 등 갈수록 늘어만 가는 생활비 걱정에 부모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는데 아이들의 씀씀이는 줄어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요즘도‘용돈 더 타내는 방법’이 부동의 인기검색어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집안형편과는 별개로 소비를 한다. 부모사정은 아랑곳없이 손을 벌린다. 빚쟁이도 그런 무서운 빚쟁이가 없다. 하지만 아이만을 탓할 문제도 아니다. 부모들이 얘기해주지 않으니 아이들이 알 턱이 없지 않은가! 어느 정도는 가정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알아야 아이들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공유할 수 있다.

가계부를 설명해주라
그렇다면 가정경제를 아이와 공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계부를 앞에 놓고 설명해 주는 것이다. 가정의 살림살이가 망라된 가계부는 가정경제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가계부를 통해 소득의 흐름을 알려주고 또 그에 비추어 지출규모는 적정한지를 살펴보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이가 함께 고민해 보자. 특히 소득을 얘기할 때는‘가처분 소득’의 개념을 알도록 해야 한다. 즉 모든 소득에는‘세금’이 붙기 때문에 번 돈을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교육비·저축 등의 ‘고정비용’까지 빼고 나면 빠듯한 살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깨우쳐 주어야 한다.
그런데 말로만 설명해주면 아이에게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가정의 한 달 수입을 1만원 권으로 바꾸어서 아이 앞에 펼쳐 놓는다. 다음은 아파트관리비·아이학원비·보험료·각종 세금 등 지출 항목별로 봉투에 나눠 넣는다. 아이는 지출항목이 늘어날 때마다 돈이 쑥쑥 줄어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 아마 돈은 바닥을 드러냈는데 빈 봉투는 잔뜩 쌓여있는 경우도 종종 생길지 모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부모가 무한정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며,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계획적 지출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계부를 함께 살펴보면서 부모는 아이에게 가정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시키고 자연스럽게 경제적 의사결정에 참여시킬 수 있다. 또 가계부를 통해 경제활동의 피드백, 즉 기록과 사후점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보채면 가계부로 설명
가계부는 불필요한 소비욕구를 억제하는 데도 아주 유용하다. 아이가 비싼 물건을 사달라고 조를 때도 그냥 윽박질러서는 아이의 반발심만 불러 일으키기 십상이다. 이럴 때 가계부를 보여주면서 이번 달에는 지출이 많아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설명해주고 한두 달 정도 생활비를 아껴 사자고 얘기하면 아이들을 설득하기가 훨씬 더 수월해진다.
이렇게 하면 가족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집안사정을 살피는 가족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아이는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데 ‘방관자’가 아니라 ‘든든한 협력자’가 된다. 가계부를 통해 아이는 부모가 얼마나 힘들게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지를 실감하게 되고, 원하는 대로 모두 사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집안형편이 어떤지,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되면 아이들도 더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의 절약하는 습관은‘덤’으로 얻는 선물이 된다. 가정경제를 알려줌으로써 갖고 싶은 걸 참을 줄도 알고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려 애쓰는 든든한 아이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가계부로 하는 경제교육의 진가가 바로 여기에서 발휘된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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