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지역내일 2009-07-27
구로의 천지개벽

김수종

OOO스시뷔페 이용시 안내사항
1. 식사 시간은 1시간입니다. (총인원의 과반수이상 추가주문메뉴 주문시 2시간입니다)
2. 식사시간 초과시 5분마다 테이블 이용료 1,000원을 받습니다.
3. 스시&롤을 남길 경우 1개당 1,000원을 받습니다. (밥을 떼서 버리거나 남겨놓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저의 OOO스시뷔페는 고객님께 보다 신선하고 정성 가득한 음식을 제공하도록 전 직원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의 안내문은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 테이블에 깔아 놓은 종이 보에 인쇄된 안내문이다. 기존의 관념으로 보면 “세상인심 야박해졌다.”고 한탄할 만한 글귀들이다.
그런데 식당은 와글와글 붐비고, 그런 ‘주의’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없다. 이용객들은 시쳇말로 새파랗게 젊다. 1시간 이상 앉아 있으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만큼 식당 고객들은 분주해 보인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빌딩 앞에 30세 전후의 젊은이들 수십 명이 자동차를 에워싸고 구경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자동차 세일즈맨이 선전할 요량으로 갖다 놓은 전시용 승용차를 이들 젊은이들이 호기심 있게 바라보거나 만져본다.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의 거리 풍경이 이렇다. 한세대 닭장을 방불케 했던 저임 공장지대 구로공단이 이렇게 변했다. 변해도 보통 변한 것이 아니라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수십 층짜리 빌딩들이 제각각 모양을 달리한 채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글 간판만 없다면 종로나 강남의 빌딩 숲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거리에 서 있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릴 때 비행기가 부딪칠 듯 높이 솟아 있는 건물들이 바로 이곳 구로디지털 단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구로가 외양으로 변한 것을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이날 구경은 특이한 해설자가 있어서 그 변화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대전의 대덕단지를 무대로 과학과 기술 관련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는 언론계 출신 이석봉 ‘대덕넷’ 대표와 점심을 같이 했다. 그가 구로에 나타난 것부터 특이했다. 그는 10년 전인가 잘 나가던 중앙 일간지의 기자를 던져버리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공동체의 메신저가 되겠다고 대덕단지에 둥지를 틀었다. 직원 20명을 둔 일종의 인터넷뉴스 벤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구로 디지털단지 안에 조그만 사무실을 차렸다. 그 이유인즉 이 지역이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어, 그 변화의 성격과 방향을 감지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모르고 한국의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커버할 수 없다는 게 그의 관점이다.
구로 디지털단지는 그 겉모습만큼이나 그 안에서도 큰 변화가 끓고 있다. 8,000여 개의 온갖 벤처기업이 몰려 있다. 대덕 단지의 800개와 대비된다고 한다. 지금 서울에서는 벤처기업의 강남 대탈출이 진행되고 있다. 강남 테헤란밸리에서 하루에도 몇 개의 기업이 구로 디지털단지로 이동하고 있다. 강남의 비싼 전세와 임대료를 지불할 금액이면 구로 디지털 단지에서 사무실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업계 사람들은 이런 시장의 흐름이 눈에 보인다고 말한다.
내가 아는 중견 기업의 50대 사장도 몇 년 전 강남에서 이곳으로 이동했다. 구로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와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데, 그 역시 “문화가 바뀌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나서면 나는 할아버지 취급받습니다.”라고 말했다. 8천개의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이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모두가 20대나 30대이다. 평일에 대한민국에서 젊은 사람들이 가장 복작대는 곳이 바로 구로디지털단지이다. 빌딩마다 당구장이 즐비하고, 늦게 일하고 목욕탕에서 자는 사람들이 많아 아침에 이곳 목욕탕들은 만원이라고 한다.
구로에서 우리의 산업문화와 소비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시식당의 시간초과 요금이나, 거리의 승용차 전시에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것은 이런 변화의 일각을 보여주는 광경이다. 이곳 벤처기업의 60%이상이 아직 영세업체들이나 지역의 잠재력은 쑥쑥 자라는 것 같다.
구로의 변화가 본격화한 것은 불과 5년 내외라고 한다. 이런 변화로 벤처기업을 잃어가는 강남과 새로운 벤처타운이 되는 구로의 지역적 역할 재조정이 흥미롭다.
산업화 시대에 숱한 노동자의 애환을 딛고 수출입국의 터전이 되었던 구로공단, 한 세대 후에 산업적 흐름의 첨단을 달리는 곳으로 변했고 이름도 디지털단지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곳은 이제 구로라고 말하면 지나친 억측이 되는 것일까.
구로의 변화는 막혀있는 서울이 뚫리는 것 같아 시원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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