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유용’ 조합측 요구에 울며겨자먹기 동의
“20년만에 장만한 내집인데 … 입주해도 문제”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건립된 고척리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입주예정일에 입주가 가능할지 알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고척동건영(미래.행복.사랑)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측이 추가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겪는 가운데, 시공사 LIG건설은 밀린 공사비를 받아야 조합원들을 예정된 날짜에 입주시키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고척리가 아파트는 25평형, 32평형 등 주로 실소유자인 서민을 대상으로 분양된 아파트로, 총 421세대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갈등은 17일, 입주예정일을 불과 10여일 앞둔 상태에서 조합 측이 추가분담금을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시작됐다. 조합 측은 추가공사대금 등으로 총 30여억원이 필요하니 세대별로 최대 800여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임영인(가명)씨는 “5월에 아파트 하자 점검 기간이 있었다. 만약 공사 대금이 모자랐다면 최소한 그 때에라도 말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입주를 코 앞에 두고 갑자기 몇백만원을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조합원들은 광고를 하지 않았을 시점인 2008년에 광고비로 10여억원을 책정하는 등 조합 측의 정산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차가영(가명)씨는 “정산하는 과정에서 금액이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시공사에 지불할 추가 공사비뿐 아니라 입주 후 세금을 내는 비용, 그 외 비용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건이 부결되자 조합 측은 29일 임시 총회를 열어 취재 과정에서 밝힌 바와는 달리 “공사비 일부를 유용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총회 참가 조합원은 말했다. 조합장은 이에 대해 “실제로 유용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 “회계 상의 부분을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해명을 했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을 내 총 30여억원을 모아 주면, 조합 측이 15여억원을 담보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시공사를 설득해 입주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고성이 오고 가는 등 강하게 항의했으나 결국 ‘입주예정일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추가분담금 납부에 대해 조건부 가결을 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추가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해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임씨는 “일단 가결을 했고, 이후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모든 제반 사항을 관리하기로 했다”면서 “다들 이사 날짜를 미리 받아 놓고 준비를 해 왔다. 억울하지만 길거리에 당장 나앉지 않으려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를 내주기로 한 조합원들은 예정일보다 하루라도 늦게 전세를 내주면 그만큼 세입자에게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그 비용이 추가분담금보다 더 크기 때문에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조합 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30일, 현재 조합 측은 조건부 가결 안을 토대로 시공사 측과 협상 중이며, 오후 5시까지 결정된 사항을 조합원 측에 통보하기로 했으나 통보 시한이 지난 이후에도 조합원 측은 아무 것도 통보받지 못한 상태다.
31일 오전 8시 30분, 시공사 측은 어제 저녁 9시가 넘어서 회의가 끝났다며 추가분담금을 납부하는 세대에 한해서는 입주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합원들 대부분은 입주예정일인 오늘 오전까지 이 같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박은혜(가명)씨는 “어제 밤 11시까지 조합 측과 연락이 안 됐다. 모르는 일이다”면서 “입주가 가능하다 해도 추가분담금은 내야 한다. 추가분담금 자체가 이미 조합 측이 유용한 비용을 내는 것이니 입주를 한다 해도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시공사 측에서는 70여억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으며, 일단은 입주를 진행하지만 차후 공사비에 대해서는 다시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이후에도 갈등의 여지는 남아 있다.
공금을 유용한 조합장 때문에 아파트에 재산권이 걸려 있는 조합원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새 집을 장만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임씨는 “조합원 대부분이 서민들이다. 20~30년씩 안 입고, 안 먹고 겨우 돈을 모아 집 한 채 장만한 것”이라면서 “421세대가 이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1700여명이 이 문제로 고통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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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장만한 내집인데 … 입주해도 문제”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건립된 고척리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입주예정일에 입주가 가능할지 알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고척동건영(미래.행복.사랑)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측이 추가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겪는 가운데, 시공사 LIG건설은 밀린 공사비를 받아야 조합원들을 예정된 날짜에 입주시키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고척리가 아파트는 25평형, 32평형 등 주로 실소유자인 서민을 대상으로 분양된 아파트로, 총 421세대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갈등은 17일, 입주예정일을 불과 10여일 앞둔 상태에서 조합 측이 추가분담금을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시작됐다. 조합 측은 추가공사대금 등으로 총 30여억원이 필요하니 세대별로 최대 800여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임영인(가명)씨는 “5월에 아파트 하자 점검 기간이 있었다. 만약 공사 대금이 모자랐다면 최소한 그 때에라도 말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입주를 코 앞에 두고 갑자기 몇백만원을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조합원들은 광고를 하지 않았을 시점인 2008년에 광고비로 10여억원을 책정하는 등 조합 측의 정산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차가영(가명)씨는 “정산하는 과정에서 금액이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시공사에 지불할 추가 공사비뿐 아니라 입주 후 세금을 내는 비용, 그 외 비용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건이 부결되자 조합 측은 29일 임시 총회를 열어 취재 과정에서 밝힌 바와는 달리 “공사비 일부를 유용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총회 참가 조합원은 말했다. 조합장은 이에 대해 “실제로 유용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 “회계 상의 부분을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해명을 했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을 내 총 30여억원을 모아 주면, 조합 측이 15여억원을 담보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시공사를 설득해 입주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고성이 오고 가는 등 강하게 항의했으나 결국 ‘입주예정일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추가분담금 납부에 대해 조건부 가결을 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추가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해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임씨는 “일단 가결을 했고, 이후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모든 제반 사항을 관리하기로 했다”면서 “다들 이사 날짜를 미리 받아 놓고 준비를 해 왔다. 억울하지만 길거리에 당장 나앉지 않으려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를 내주기로 한 조합원들은 예정일보다 하루라도 늦게 전세를 내주면 그만큼 세입자에게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그 비용이 추가분담금보다 더 크기 때문에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조합 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30일, 현재 조합 측은 조건부 가결 안을 토대로 시공사 측과 협상 중이며, 오후 5시까지 결정된 사항을 조합원 측에 통보하기로 했으나 통보 시한이 지난 이후에도 조합원 측은 아무 것도 통보받지 못한 상태다.
31일 오전 8시 30분, 시공사 측은 어제 저녁 9시가 넘어서 회의가 끝났다며 추가분담금을 납부하는 세대에 한해서는 입주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합원들 대부분은 입주예정일인 오늘 오전까지 이 같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박은혜(가명)씨는 “어제 밤 11시까지 조합 측과 연락이 안 됐다. 모르는 일이다”면서 “입주가 가능하다 해도 추가분담금은 내야 한다. 추가분담금 자체가 이미 조합 측이 유용한 비용을 내는 것이니 입주를 한다 해도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시공사 측에서는 70여억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으며, 일단은 입주를 진행하지만 차후 공사비에 대해서는 다시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이후에도 갈등의 여지는 남아 있다.
공금을 유용한 조합장 때문에 아파트에 재산권이 걸려 있는 조합원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새 집을 장만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임씨는 “조합원 대부분이 서민들이다. 20~30년씩 안 입고, 안 먹고 겨우 돈을 모아 집 한 채 장만한 것”이라면서 “421세대가 이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1700여명이 이 문제로 고통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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