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시장개방’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독점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정부가 마련한 토론회가 관련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 쟁점을 두고 관련 업계와 단체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들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주최로 12일 한국개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리려던 ‘산재보험시장 독점구조개선 관련 토론회’가 산재노동자협회의 반발로 개최되지 못했다. 이 단체는 산재노동자로 구성된 단체다. 협회는 “산재환자의 참여가 없는 토론회는 대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탁상공론이 될 것”이라며 행사를 가로막았다.
토론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11개 업종에 대한 진입규제 완화를 위해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순차적으로 마련된 행사중의 하나로, 이날엔 산재보험과 관련 민영보험사의 보험사업대행과 보험공급주체의 다원화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업계-근로복지공단 입장 첨예 =
산재보험 시장개방에 대한 각계의 공식적인 입장이 서로 확인된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보험시장의 진입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계획에 대해 보험업계와 보험연구기관은 적극 지지하고 있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반대 입장이고, 산재노동자협회 등 관련단체는 적극 반발하고 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구조를 왜곡하는 진입규제를 시정하고, 이를 통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험업계는 산재보험시장을 민간보험사에도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재정 부담 심화 △공영독점체제의 비효율성 △보험사기방지시스템 미비 △보험료 징수율과 운용수익률 저도 △기금의 부적합한 용도 △산재예방유인이 낮은 요율체계 등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으로 ‘민영보험회사 보험사업 대행방안’ 또는 ‘보험공급주체의 다원화(민영화)’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시장 개방시 오히려 관리운영비가 증가해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보험료중 관리운영비 비중은 산재보험이 4.3%지만, 손해보험은 23.7%고 생명보험은 26.8%나 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개방되면 산재보험 본래 가치는 사라지고, 미국과 같이 보험료 인상과 보상수준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노동부 주장이다. 또 보험시장이 개방되면 재해율이 낮은 대기업은 같은 계열 보험사에 낮은 비용으로 가입하고, 재해율이 높은 중소영세기업은 공단에 남게 돼 높아진 보험요율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근로복지공단은 “결국 기업간, 규모간, 기업세대간 사회연대성 약화 및 소득재분배라는 사회보험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산재보험을 공영독점적으로 운영하면서 나타난 도덕적 해이와 이로 인한 보험사기 등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비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또 같은 상병으로 건강보험 환자보다 산재보험 환자가 8배 이상 입원기간을 두고 있는 등 사기성 장기요양, 보험급여 허위청구 등의 사례는 빈번하다. 이와 함께 보험료 징수 및 운영조직의 비대화나 비효율성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산재보험시장을 민간에도 개방해야 한다는 논란은 새 정부 출범시기 때마다 제기돼왔다. 보험업계는 재정악화 등 문제점을 들어 시장원리 도입을 주장했고, 공단은 산재보험을 사회보장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반대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 산재보험 시장개방 요구 왜
보험사 새 수익원 발굴 위해
보험업계가 산재보험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가장 큰 배경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다.
손해보험업계는 그동안 독점해오던 실손형 의료보험시장을 생명보험업계와 양분하게 되면서 새 사업영역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 과정에서 보증보험시장과 산재보험시장을 새 대안으로 인식한 것이다.
보험업계는 산재보험 시장을 민영보험사에도 개방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업계는 공적영역으로 인식돼온 산재보험에 시장경제와 경쟁도입 논리를 제기했다.
보험개발원은 지난달 ‘산재보험 운영의 경쟁원리 도입(민영보험 참여) 방안’이라는 자료를 공개했다. 산재보험 준비금 적립이 적어 재정이 악화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영보험사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발원은 2007년 기준으로 볼 때 법정책임준비금 부족액은 3조655억원(적립률 47%)이며, 과거 산재사고로 인해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2004년말 기준으로 23조원(현재가치 기준)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의 산재보험료 부담은 1998년 1조4514억원에서 2007년엔 4조4315억원으로 9년 동안 3배나 늘어 기업경영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원은 이에 따라 “민영보험사가 산재보험 시장에 참여할 경우 산재예방투자가 활성화 돼 사업장의 재해율은 감소하고 우량사업주의 보험료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재보험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고 책임준비금의 적정적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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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주최로 12일 한국개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리려던 ‘산재보험시장 독점구조개선 관련 토론회’가 산재노동자협회의 반발로 개최되지 못했다. 이 단체는 산재노동자로 구성된 단체다. 협회는 “산재환자의 참여가 없는 토론회는 대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탁상공론이 될 것”이라며 행사를 가로막았다.
토론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11개 업종에 대한 진입규제 완화를 위해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순차적으로 마련된 행사중의 하나로, 이날엔 산재보험과 관련 민영보험사의 보험사업대행과 보험공급주체의 다원화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업계-근로복지공단 입장 첨예 =
산재보험 시장개방에 대한 각계의 공식적인 입장이 서로 확인된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보험시장의 진입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계획에 대해 보험업계와 보험연구기관은 적극 지지하고 있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반대 입장이고, 산재노동자협회 등 관련단체는 적극 반발하고 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구조를 왜곡하는 진입규제를 시정하고, 이를 통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험업계는 산재보험시장을 민간보험사에도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재정 부담 심화 △공영독점체제의 비효율성 △보험사기방지시스템 미비 △보험료 징수율과 운용수익률 저도 △기금의 부적합한 용도 △산재예방유인이 낮은 요율체계 등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으로 ‘민영보험회사 보험사업 대행방안’ 또는 ‘보험공급주체의 다원화(민영화)’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시장 개방시 오히려 관리운영비가 증가해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보험료중 관리운영비 비중은 산재보험이 4.3%지만, 손해보험은 23.7%고 생명보험은 26.8%나 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개방되면 산재보험 본래 가치는 사라지고, 미국과 같이 보험료 인상과 보상수준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노동부 주장이다. 또 보험시장이 개방되면 재해율이 낮은 대기업은 같은 계열 보험사에 낮은 비용으로 가입하고, 재해율이 높은 중소영세기업은 공단에 남게 돼 높아진 보험요율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근로복지공단은 “결국 기업간, 규모간, 기업세대간 사회연대성 약화 및 소득재분배라는 사회보험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산재보험을 공영독점적으로 운영하면서 나타난 도덕적 해이와 이로 인한 보험사기 등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비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또 같은 상병으로 건강보험 환자보다 산재보험 환자가 8배 이상 입원기간을 두고 있는 등 사기성 장기요양, 보험급여 허위청구 등의 사례는 빈번하다. 이와 함께 보험료 징수 및 운영조직의 비대화나 비효율성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산재보험시장을 민간에도 개방해야 한다는 논란은 새 정부 출범시기 때마다 제기돼왔다. 보험업계는 재정악화 등 문제점을 들어 시장원리 도입을 주장했고, 공단은 산재보험을 사회보장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반대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 산재보험 시장개방 요구 왜
보험사 새 수익원 발굴 위해
보험업계가 산재보험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가장 큰 배경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다.
손해보험업계는 그동안 독점해오던 실손형 의료보험시장을 생명보험업계와 양분하게 되면서 새 사업영역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 과정에서 보증보험시장과 산재보험시장을 새 대안으로 인식한 것이다.
보험업계는 산재보험 시장을 민영보험사에도 개방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업계는 공적영역으로 인식돼온 산재보험에 시장경제와 경쟁도입 논리를 제기했다.
보험개발원은 지난달 ‘산재보험 운영의 경쟁원리 도입(민영보험 참여) 방안’이라는 자료를 공개했다. 산재보험 준비금 적립이 적어 재정이 악화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영보험사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발원은 2007년 기준으로 볼 때 법정책임준비금 부족액은 3조655억원(적립률 47%)이며, 과거 산재사고로 인해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2004년말 기준으로 23조원(현재가치 기준)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의 산재보험료 부담은 1998년 1조4514억원에서 2007년엔 4조4315억원으로 9년 동안 3배나 늘어 기업경영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원은 이에 따라 “민영보험사가 산재보험 시장에 참여할 경우 산재예방투자가 활성화 돼 사업장의 재해율은 감소하고 우량사업주의 보험료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재보험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고 책임준비금의 적정적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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