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조(兆)대 갑부시대의 수학(차미례 2009.07.31)

지역내일 2009-07-31
조(兆)대 갑부시대의 수학
차미례 (언론인·번역가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직계가족 5명이 보유한상장사 주식지분가치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한 재벌 전문사이트가 최근 재벌 총수(오너)와 직계가족들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지분가치를 평가한 결과 5조147억원을 기록했다.
두번째로 자산 액수가 큰 가족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회장 일가로 4조4118억원, 3위는 3조2607억원의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4위는 2조8741억원의 이명희 신세계그룹회장, 5위는 2조3757억원의 구본무 LG그룹회장이었다. 10위까지가 1조원대로 조(兆)대 갑부들의 행진이 눈부시다.
지금은 세금을 매기는데도 아파트 기준가 6억원이니 9억원을 논하지만 ‘ 억대부자’는 수십년간 한국인의 꿈이었고 선망의 대명사였다. 그 꿈을 앞장서서 이루고 꿈의 수치를 기하급수적으로 올려놓은 건 재벌이다.
허나 영어에 원래 없던 ‘chaebol (재벌)’이란 한국원음 단어까지 발생시킨 한국재벌의 특성엔 성공학 책들이 지적하는 ‘불타는 탐욕’ 뿐 아니라 집요한 왕조적 세습전통도 있다.
그런데 나는 억대 부자시대엔 물론, 최근에도 1억원을 현찰로 만져본 일이 없다. 30년 가까이 낡은 집에 살고 있어 부동산을 늘여본 적이 없고 원고료 번역료 등도 워낙 열악했기 때문이다.

‘꿈의 수치’, 억에서 조로
그러니 1조원의 모습조차 상상이 안 된다. 대부분의 서민들이 그럴 것이다. 그런데도 1조원 2조원 하는 거액이 요즘은 꽤 친숙하게 들린다. 국가예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수치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 조 단위 갑부 10명의 명단도 당연하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아하, 나는 요즘 조 단위 숫자에 길들여진 모양이다. 툭하면 정책 발표와 함께 환상적 숫자가 첨부되어 나온다. 이를 테면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써머타임제’의 예상되는 경제효과는 1362억원, 대통령이 좋아하는 꿈의 4대강 사업의 투입예산은 6조7000억원, 지난해 5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했던 3114km짜리 전국일주 자전거도로 건설 예산은2018년까지 1조2456억원 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 엄청난 액수에 대한 의구심이다. 어찌된 셈인지 온갖 통계와 함께 배포되는 발표문의 돈액수는 되도록 크게, 화끈하게 부풀려진 느낌이다. 수치의 내역을 설명할 때 우왕좌왕하거나 설명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써머타임의 절전효과와 출근길 교통혼잡 감소액등 1362억원의 경제효과를 발표한 KDI 등 연구기관들은 2년 전엔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발표를 했었다. 4대강 사업비의 조달을 위해 전국의 더 작고 긴급한 철도 도로예산의 전면삭감 우려가 여당 안에서 조차 제기되고 있다. 더 비극적인 건 4대강 주변에 자전거 전용도로 수천 km를 놓기로 한 사업이다.
이건 매니어들에게조차 너무 장거리다. 자전거의 특성상 수백킬로미터씩 관광도로를 달릴 인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정작 기존 도시 내부의 자전거전용도로 건설계획은 아직 없으니 도시마다 자전거도로망과 신호등 교통법 체계를 완전히 정비하려면 몇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이다.

서민증세 대신 부자세 신설
한때는 좋았던, 지금은 혼란스러운 머리로 순진한 계산을 해본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일단 수조원대 예산들을 감량한다. 저 시끄러운 미디어법으로 창출하겠다는 2만명의 일자리는 평택 쌍용차 종사원 2만명의 고용유지로 대체한다. 비용은 회사재건에 대여한다.
4대강개발은 홍수요인을 만들지말고 그냥 자연대로 흘러가게 둔다. 비용 수조원은 폐지된 쌀수매사업 부활 등 식량안보에 투입한다.
자전거사업비는 자전거 동호인을 위한 멀고 먼 일주도로 대신 자동차를 대체할 도심자전거도로망에 쓴다. 수백만원대 최고급 명품자전거 생산사업대신 10만원짜리 일상용 자전거를 대량 생산해서 차없는 빈곤층 지원에 쓴다.
대폭 부족한 사업비는 서민세금 증세대신‘ 1조원 이상 부자세’를 신설해 충당한다. 독재자라고 아우성하며 항변할 국민이 몇명 있겠는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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