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주<칼럼니스트, 참미디어연구소장="">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달아오르고, 주식시장 역시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가 ‘L자’형 장기 침체로 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만 다시 좋아지고 있다는 국내외 뉴스들을 접하면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의 ‘불황의 경제학’(세종서적)을 읽고 나면 기분이 착잡하게 가라안고 만다. 세계경제에 1930년대 이후 잊고 지냈던 불황 경제학이 컴백 했노라고 확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세상은 지금 지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치 한국경제를 낙관하는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낙관론이야말로 오늘의 재앙을 불러온 화근”이라고 외친다.
책은 수십 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1991년 이후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외환위기 쓰나미에 집단으로 휩쓸린 아시아 국가들, 세계를 들쑤시고 다니는 헤지 펀드의 실체 등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1999년에 출간한 책과 똑같은 이름으로 내놓았지만 이후 전개된 글로벌 경제상황을 바탕으로 전면 개작한 내용이다.
세계경제가 지옥으로 가고 있는데, 한국경제만 천국으로 갈 수 있을까? 한국경제를 낙관하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현 미국 경제위기에 대한 크루그먼의 분석이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도 달아오르기만 하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생각할 때 크루그먼의 경고는 충분히 귀를 기울일 만하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경우 2000년 여름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부동산시장의 호황으로 경기 둔화를 면했지만 결국 더 큰 파국을 낳고 말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거품이란 계속해서 끌어들일 얼간이들이 존재하는 한 계속 돈을 벌게 되는 일종의 자연스런 ‘폰지형 사기방식’(피라미드 방식)이다. 그러다가 결국 더 이상 끌어들일 얼간이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185쪽)
2000년 여름 이후 2년 동안 미국 주식은 평균 약 40퍼센트의 가치를 상실했다. 이른바 ‘닷컴거품’로 인한 쇼크였다. 그러나 곧이어 주택거품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경기둔화와 함께 실업률이 치솟는 등 집값 상승 요인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상과열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한껏 이자율을 낮춘 은행돈을 빌려 집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화되고 만다. 결국 미국의 주택거품은 세계경제를 통째로 뒤흔드는 충격파를 전하며 주저앉고 만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걱정이 자꾸 깊어진다. 2000년대 초반 주식거품의 붕괴 이후 걸어온 미국시장의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진행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월스트리트 발 한파와 환율급등이 겹치면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2일 1018.81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정부의 양도세 완화와 재건축 확대, 각종 부동산 규제 폐지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전자 및 자동차 등 우리나라 제품들의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요즘 코스피 지수는 1600선을 회복한 상태다. 정부에서는 출구전략은 아직 이르다며 군불지피기를 계속할 태세다. 경기부양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부동산 거품을 자꾸 키운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크루그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책은 경제위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일찌감치 미국의 금융제도에 대한 규제를 확대했어야 한다고 되돌아보고 있다.
“(…)정치인과 관리들은 대공황의 원인이 된 금융 취약성이 다시 생겨나고 있음을 깨닫고 기존의 규제와 금융 안전망을 확장해 새로운 금융체계를 모두 아우르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어야 마땅했다. (…) 그러나 경고는 무시되었고 규제확대 조치는 결코 취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의 대세는 반(反) 규제였다.”(203~204쪽)
크루그먼은 이제라도 정부의 입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만이라도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완전 국유화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불황 타결 방안으로는 “케인스식의 오래된 경기부양 재정정책이 해답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경제학계를 주도했던 공급 중심 패러다임에서 수요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믿음을 지닌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는 형편이다. 크루그먼의 이런 경고가 얼마만큼의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만에 하나라도 닥칠 수 있는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크루그먼의 조언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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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달아오르고, 주식시장 역시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가 ‘L자’형 장기 침체로 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만 다시 좋아지고 있다는 국내외 뉴스들을 접하면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의 ‘불황의 경제학’(세종서적)을 읽고 나면 기분이 착잡하게 가라안고 만다. 세계경제에 1930년대 이후 잊고 지냈던 불황 경제학이 컴백 했노라고 확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세상은 지금 지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치 한국경제를 낙관하는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낙관론이야말로 오늘의 재앙을 불러온 화근”이라고 외친다.
책은 수십 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1991년 이후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외환위기 쓰나미에 집단으로 휩쓸린 아시아 국가들, 세계를 들쑤시고 다니는 헤지 펀드의 실체 등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1999년에 출간한 책과 똑같은 이름으로 내놓았지만 이후 전개된 글로벌 경제상황을 바탕으로 전면 개작한 내용이다.
세계경제가 지옥으로 가고 있는데, 한국경제만 천국으로 갈 수 있을까? 한국경제를 낙관하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현 미국 경제위기에 대한 크루그먼의 분석이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도 달아오르기만 하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생각할 때 크루그먼의 경고는 충분히 귀를 기울일 만하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경우 2000년 여름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부동산시장의 호황으로 경기 둔화를 면했지만 결국 더 큰 파국을 낳고 말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거품이란 계속해서 끌어들일 얼간이들이 존재하는 한 계속 돈을 벌게 되는 일종의 자연스런 ‘폰지형 사기방식’(피라미드 방식)이다. 그러다가 결국 더 이상 끌어들일 얼간이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185쪽)
2000년 여름 이후 2년 동안 미국 주식은 평균 약 40퍼센트의 가치를 상실했다. 이른바 ‘닷컴거품’로 인한 쇼크였다. 그러나 곧이어 주택거품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경기둔화와 함께 실업률이 치솟는 등 집값 상승 요인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상과열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한껏 이자율을 낮춘 은행돈을 빌려 집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화되고 만다. 결국 미국의 주택거품은 세계경제를 통째로 뒤흔드는 충격파를 전하며 주저앉고 만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걱정이 자꾸 깊어진다. 2000년대 초반 주식거품의 붕괴 이후 걸어온 미국시장의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진행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월스트리트 발 한파와 환율급등이 겹치면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2일 1018.81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정부의 양도세 완화와 재건축 확대, 각종 부동산 규제 폐지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전자 및 자동차 등 우리나라 제품들의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요즘 코스피 지수는 1600선을 회복한 상태다. 정부에서는 출구전략은 아직 이르다며 군불지피기를 계속할 태세다. 경기부양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부동산 거품을 자꾸 키운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크루그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책은 경제위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일찌감치 미국의 금융제도에 대한 규제를 확대했어야 한다고 되돌아보고 있다.
“(…)정치인과 관리들은 대공황의 원인이 된 금융 취약성이 다시 생겨나고 있음을 깨닫고 기존의 규제와 금융 안전망을 확장해 새로운 금융체계를 모두 아우르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어야 마땅했다. (…) 그러나 경고는 무시되었고 규제확대 조치는 결코 취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의 대세는 반(反) 규제였다.”(203~204쪽)
크루그먼은 이제라도 정부의 입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만이라도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완전 국유화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불황 타결 방안으로는 “케인스식의 오래된 경기부양 재정정책이 해답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경제학계를 주도했던 공급 중심 패러다임에서 수요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믿음을 지닌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는 형편이다. 크루그먼의 이런 경고가 얼마만큼의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만에 하나라도 닥칠 수 있는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크루그먼의 조언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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