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전철을 타면 한국 엄마들이 하는 얘기가 들리는데 이분들이 아는 단어가 딱 두 개다. ‘평’과 ‘등’이다. ‘30평 아파트에서 35평으로 이사간다’, ‘40평 아파트를 산다’는 ‘평’ 소리와 ‘우리 애가 3등인데 10등 했네’, ‘등수가 어쩌게 됐네’ 하면서 ‘등’ 소리가 요란하다. 키워드가 그 두 개밖에 없으니 애들이 보고 배울게 없다.”
미국 프리스턴대에서 3개월간의 방문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 뉴저지 에리자베스 한인교회에서 한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강연 내용이다.
서울대 총장을 지내면서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정 총리 내정자에게 부동산 문제는 ‘사회양극화’와 연관된 중요한 연구주제이기도 했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부동산정책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형성하기도 했다.
정 총리 내정자는 지난 6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부동산시장의 이상 열기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지만 지금 진정시키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지 모른다”며 부동산정책 재검토를 주문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부동산 버블 억제의 성패에 (윤증현) 경제팀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로 비중을 둔 발언이었다.
◆참여정부 당시부터 종부세엔 반대 =
그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날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당시다. 유례없는 부동산 폭등을 두고 “당혹스럽다” “사회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비판까지 쏟아냈다.
2006년 7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변했건 정책이 잘못됐건 어쨌든 집값이 올랐을 때 거기에 중과세를 하면 소득이 집값 상승을 따라서 올라가지 않는 한 어떻게 그 많은 세금을 낼 수 있겠냐”며 “1가구 1주택의 경우에는 중과세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20평 집에 살다가 30평으로, 30평 집에 살다가 40평으로 더 넓혀 가고 싶은 게 일반적 속성”이라며 “지금 정책으로는 20평에서 30평으로, 30평에서 40평으로 가기가 굉장히 어렵게 돼 있다”는 대목에서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연상된다.
그는 이어 “현재 부동산 문제는 세금·금리로는 풀 수 없는 지경이 될 정도로 심각하다”며 “기본적으로 공급 확대로 풀어야 한다”(2006년 11월 서울대 관악초청강좌)는 제안까지 내놓기도 했다. 공급이 근원적인 처방이라고 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과 자연스럽게 맞닿은 주장이다.
반면 아파트 후분양제 주장이나 신도시와 행정도시 등 개발정책이 부동산 가격급등이 원인 중 하나라는 시각은 현 정부와 배치된다.
◆“SOC보다 사회안전망·교육에 우선 투자 필요” =
4대강에 대해 정 총리 내정자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운하를 만들 돈이 있으면 등록금을 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지난해 4월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 대운하는 반대하지만 4대강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4대강 사업은 청계천 프로젝트처럼 더 친환경적이고 동시에 주변에 쾌적한 도시를 만든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정도다.
주목할 부분은 ‘친환경’과 ‘주변의 쾌적한 도시’를 전제로 달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4대강 정비사업을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했을때 “한국에서 뉴딜한다고 잠수돼있던 대운하가 나올까 걱정”이라며 각을 세웠던 만큼 판단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한다.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한 평소 소신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도 관심거리다. 그는 지난 1월 한국금융연구원 비공개 강연에서 SOC 투자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라면서도 “경제적, 비경제적 비용과 효과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들은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눈에 보이는 SOC말고도 우리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공공프로젝트들은 많이 있다”며 △기초연구개발 △사회안전망 △교육·보육 시스템 등에 대한 선투자를 강조했다.
당시 예비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던 2007년 3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시작해도 이명박 전 시장의 경제정책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정 총리 내정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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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리스턴대에서 3개월간의 방문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 뉴저지 에리자베스 한인교회에서 한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강연 내용이다.
서울대 총장을 지내면서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정 총리 내정자에게 부동산 문제는 ‘사회양극화’와 연관된 중요한 연구주제이기도 했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부동산정책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형성하기도 했다.
정 총리 내정자는 지난 6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부동산시장의 이상 열기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지만 지금 진정시키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지 모른다”며 부동산정책 재검토를 주문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부동산 버블 억제의 성패에 (윤증현) 경제팀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로 비중을 둔 발언이었다.
◆참여정부 당시부터 종부세엔 반대 =
그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날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당시다. 유례없는 부동산 폭등을 두고 “당혹스럽다” “사회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비판까지 쏟아냈다.
2006년 7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변했건 정책이 잘못됐건 어쨌든 집값이 올랐을 때 거기에 중과세를 하면 소득이 집값 상승을 따라서 올라가지 않는 한 어떻게 그 많은 세금을 낼 수 있겠냐”며 “1가구 1주택의 경우에는 중과세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20평 집에 살다가 30평으로, 30평 집에 살다가 40평으로 더 넓혀 가고 싶은 게 일반적 속성”이라며 “지금 정책으로는 20평에서 30평으로, 30평에서 40평으로 가기가 굉장히 어렵게 돼 있다”는 대목에서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연상된다.
그는 이어 “현재 부동산 문제는 세금·금리로는 풀 수 없는 지경이 될 정도로 심각하다”며 “기본적으로 공급 확대로 풀어야 한다”(2006년 11월 서울대 관악초청강좌)는 제안까지 내놓기도 했다. 공급이 근원적인 처방이라고 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과 자연스럽게 맞닿은 주장이다.
반면 아파트 후분양제 주장이나 신도시와 행정도시 등 개발정책이 부동산 가격급등이 원인 중 하나라는 시각은 현 정부와 배치된다.
◆“SOC보다 사회안전망·교육에 우선 투자 필요” =
4대강에 대해 정 총리 내정자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운하를 만들 돈이 있으면 등록금을 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지난해 4월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 대운하는 반대하지만 4대강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4대강 사업은 청계천 프로젝트처럼 더 친환경적이고 동시에 주변에 쾌적한 도시를 만든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정도다.
주목할 부분은 ‘친환경’과 ‘주변의 쾌적한 도시’를 전제로 달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4대강 정비사업을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했을때 “한국에서 뉴딜한다고 잠수돼있던 대운하가 나올까 걱정”이라며 각을 세웠던 만큼 판단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한다.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한 평소 소신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도 관심거리다. 그는 지난 1월 한국금융연구원 비공개 강연에서 SOC 투자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라면서도 “경제적, 비경제적 비용과 효과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들은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눈에 보이는 SOC말고도 우리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공공프로젝트들은 많이 있다”며 △기초연구개발 △사회안전망 △교육·보육 시스템 등에 대한 선투자를 강조했다.
당시 예비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던 2007년 3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시작해도 이명박 전 시장의 경제정책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정 총리 내정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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