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내일 2009-09-09


출구전략 빨리 준비해야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관한 논의가 여전히 뜨겁다. 지난 주 이스라엘이 금번 위기 국면에서 세계 최초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조만간 다른 국가들도 일제히 가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일사불란한 움직임 보다는 국가별 경제여건에 따라 차별화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에서 가장 경기가 견조한 국가는 중국이다. 사실상 중국은 이미 대폭 완화된 통화정책을 정상상태로 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연초에 월별 대출 증가액이 1조 위안을 넘었다가 최근에는 억제되면서 3천억위안 대로 떨어졌다. 고삐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가를 과도하게 끌어올린 것으로 중국 정부는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배경에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2분기 7.9%) 비록 지금은 걱정이 없지만 앞으로는 인플레를 걱정하게 될 것이다.

<미국 출구전략,="" 가장="" 늦을="" 듯="">
반면, 미국은 출구 전략이 가장 늦게 시행되는 국가군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대략 내년 중반 이후). 8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당분간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실물 경기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회복되고는 있지만 관건이 되는 소비와 고용이 여전히 매우 부진해 경기회복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인플레 압력도 낮아 오히려 디플레를 걱정할 수준이다. 더 큰 부담은 지금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그나마 안정화된 금융기관의 실적이 다시 훼손될 수 있고 모기지금리 상승을 촉발하여 주택시장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행적을 보더라도 미국은 단 한번도 예외 없이 실업률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나서야 정책금리 인상을 시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중국을 따를 것인가 미국을 따를 것인가? 현 경기상황을 보면 한국도 중국 못지 않게 견조한 편이다.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비 2.6%으로 상향 조정되었고 주요 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다. 7~8월 여름철 내수 경기도 유난히 많았던 강우량을 감안할 때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09년 연간 목표치인 -1.5%대 성장률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융기관들도 아직 리스크 요인은 남아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처럼 잠재 부실규모가 크지는 않다.

<과열보다는 속도조절="" 필요="">
비교적 양호한 경기 및 금융여건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분위기는 당장 출구전략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위기에서 살려낸 경기를 구태여 꺾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얼마 전 인터뷰에서 금리인상을 고려할 시점이 아니라는 언급을 했다. 사실 한은총재가 아닌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러한 언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필자는 한국 정부가 좀더 빠르게 출구전략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한 내수만으로 현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성장이 있으려면 미국 등 선진국의 수요가 추세적으로 살아나야만 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이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현 수준의 경기를 어차피 유지할 수 없다면 여기서 더 과열시키기 보다는 감속할 때는 감속하면서 조심스럽게 경기를 회복시켜나가는 것이 좀더 바람직한 정책대응이 될 것이다.

간과해서 안되는 점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현재 수준의 정책금리와 성장률은 양립할 수 없다. 둘째, 한국의 재정적자는 금년도에 GDP대비 5%에 육박할 것이고 내년도에는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가 언젠가는 정상수준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눈앞의 성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현 정부가 너무 낙관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번 금융위기의 교훈을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정문석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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