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경은 지금 ‘범죄와의 전쟁’ 중

범죄조직·결탁세력 소탕작전 … ‘새로운 충칭 만들기’ 성공 여부에 주목

지역내일 2009-08-24 (수정 2009-08-24 오후 2:42:36)

중국 서부 내륙의 유일한 직할시, 충칭에서는 지금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6월 조직폭력의 온상이라 불리는 이곳에 부임한 왕리쥔 공안국장은 ‘전쟁’을 지휘하며 혁혁한 전공을 올리고 있다. 왕 국장 뒤에는 랴오닝성에서 그를 불러온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있다. 보 서기와 왕 국장의 실험과 도전이 충칭시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중국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충징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보시라이 당서기(사진 위)와 왕리쥔 공안국장(사진 아래) 사진 연합뉴스

◆두 달 간 1500여명 체포 = 중국언론에 따르면 6월 20일부터 충칭시 공안국은 대대적인 조직범죄 소탕작전을 벌여 두 달 간 14개 조직을 적발하고 두목급 19명 등 모두 1544명을 체포했다.
이들 가운데는 충칭의 부동산 재벌이자 위중구 인민대표를 지낸 첸밍량과 충칭시 인민대표, 정협 상무위원, 공상연합회 회장 등을 지낸 위창실업 대표 리창, 충칭시 오토바이 제조업의 대부로 알려진 공강모, 전직 경찰인 완관재무공사 첸쿤즈 등 재벌인사들도 포함됐다. 또 범죄조직과 결탁한 경찰서장 6명 등 경찰 100여명과 충칭시 고등법원 부원장, 제5중급법원 집행국장 등 법조계 인사들도 적발됐다.
이 소탕작전의 절정은 지난 7일 충칭시 현 사법국장이자 전 공안국 상무부국장이었던 원창의 체포. 지난해 6월 왕리쥔 국장이 오기 전까지 공안국 상무부국장으로 일했던 원창은 장장 11년간 충칭시 치안을 책임져 왔다. 그동안 원창은 대형 강력사건을 여러 차례 해결하며 충칭 경찰계의 ‘원창시대’를 누려왔다. 특히 그는 2000년 충칭의 유명한 폭력조직 두목 장쥔을 체포하며 명성을 높였다.
하지만 원창은 충칭 출신이라는 한계와 의리를 강조하는 성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중국 ‘남방주말’은 20일 “원창과 범죄조직이 떳떳하지 못한 관계에 있었다는 것은 충칭 경찰계에서는 논쟁의 여지 없는 사실이었다”고 보도했다. 한 퇴직경찰은 “원창이 범죄조직 최대의 보호자라는 소문이 있었고 실제로 조사도 이뤄진 적이 있다”며 “그는 ‘경찰 끄나풀을 범죄조직 내에 만들기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곤경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왕청천’이 ‘원창시대’ 끝내 = ‘남방주말’은 “충칭에서 나고 자란 원창은 경찰계와 정계 등에 인맥이 많아 그의 혐의를 잡고자 해도 항상 회피할 준비를 충분히 해왔다”고 전했다. 충칭과 관계없는 왕 국장이 결국 그를 잡았다.
내몽고자치주에서 태어난 왕 국장은 소수민족인 몽골족이라는 한계에도 특유의 성실함과 헌신적인 업무태도로 랴오닝성에서 수천명의 조직범죄 가담자를 체포했고 수백명의 조직 두목급 범죄자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영광과 상처를 동시에 안았다. 시민들은 그를 남송시대 청렴하고 단호했던 판관 포청천에 빗대 ‘왕청천’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중국 10대 걸출한 경찰’에 선발되기도 했고 그의 활약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철혈경혼’이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몸 20여 곳에는 칼과 총탄으로 인한 흉터가 남았다. 언젠가는 머리에 총상을 입어 10여 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적도 있다. 범죄조직들은 그의 머리에 현상금을 걸었다. 90년대까지 수십만 위안이었던 금액은 2003년 500만위안(약 9억원)까지 올랐다.
‘중국신문주간’은 19일 “그의 아내와 딸이 폭력조직에 의해 살해돼 인피가 벗겨지고 그 과정이 녹화된 테잎이 그에게 배달됐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고 전했다.

◆전통적 패거리문화가 원인 = 중국 최고의 경찰을 투입하면서 ‘전쟁’ 수준의 소탕작전을 벌여야 할 만큼 충칭의 조직범죄는 뿌리가 깊다. 이는 ‘파오꺼문화’와 부두경제라는 이 지역 특유의 문화와 경제구조에서 기인한다.
‘파오’는 중국식 두루마기를 의미하며 ‘꺼’는 중국어로 형이라는 뜻으로 같은 또래의 남자에 대한 존칭으로도 쓰인다. ‘파오꺼’는 청나라 때 중국 서남지역에서 ‘반청복명(청나라를 무너뜨리고 명나라를 부활시키자)’의 구호를 내걸고 모인 비밀결사단체다. 이들은 현대화 과정을 거치며 범죄조직으로 발전하게 된다.
충칭은 강남 지역이 대대적으로 개발된 송나라 시대부터 장강(양쯔강)의 물류기지로서 역할해 왔다. 중국 정부가 이 지역에 군수산업과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 전까지 충칭시 인구의 60%가 부두와 관련된 일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구의 과반이 한 업계에 종사하다보니 자연스레 주민 상당수가 ‘형님, 아우’ 관계로 맺어지게 된 것이다. 폭력조직을 비호하는 세력이 경찰, 검찰, 정계에 널리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신문주간’은 ”997년 직할시가 된 충칭에서 빠르게 부를 축적하고자 했던 이들이 폭력을 사용해 시장을 독점하면서 자본을 원시적으로 축적해 왔다“며 ”‘파오꺼’문화와 그 전통은 범죄조직 성격의 단체가 자생할 토양과 윤활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범죄조직은 충칭시 경제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남방주말’은 “90년대 말 이후 충칭 범죄조직들은 사채업을 중심으로 부동산업, 운수업, 건설업 등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충칭의 새로운 실험에 주목 = 왕 국장이 이처럼 권력과 금력을 동시에 갖춘 범죄조직을 상대로 전공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를 발탁한 충칭시 최고당국자인 보시라이 당서기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8대 혁명 원로의 하나인 보이보 전 부총리의 차남으로 대표적인 ‘태자당’(중국 공산당 원로의 자녀)인 그는 다렌시장 랴오닝성장, 상무부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해왔다.
충칭시를 발전시켜 중국 서남부 내륙 부흥의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중앙지도부의 기대를 안고 부임한 보 서기는 2012년에는 중국 정치의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그 다음해에는 부총리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정치인으로서는 충칭이 마지막인 것이다.
그는 최고당국자로서의 마지막 임지가 될 충칭을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충칭시의 1인당 GDP는 아직 중국 평균의 2/3에 불과하지만 상반기 성장률은 전국 성장률 7.1%보다 높은 12%를 기록했고 연말까지 최대 14%가 예상된다.
정치적으로는 “혁명가요를 부르고, 마오쩌둥 경전을 읽으며, 혁명이야기를 하자”는 구호를 내세우며 관?민을 사상적으로 하나로 묶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평안충칭’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왕 국장과 그의 동료들이 벌이고 있는 범죄조직 및 결탁세력 소탕작전은 보 서기의 ‘새로운 충칭 만들기’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보 서기의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충칭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중국 서남부 내륙의 발전이 있을 수 없고 동부 연해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 전역의 경제구조가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실험의 성공여부에 충칭은 물론 중국의 미래까지 달려 있는 셈이다.
이정애 리포터 lja36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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