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행정구역·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가 ‘점화’됐지만 복잡한 정치지형을 뚫고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추진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극단적인 대결과 불신으로 가득 찬 여야관계뿐만 아니라 계파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한나라당 내부사정도 걸림돌이다.
◆‘3대 정치개혁 과제’ 이름붙이며 추진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세 가지 과제인 개헌과 행정구역개편, 선거제도개편 등 당에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정치개혁의 근원적 처방은 개헌”이라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24일 발언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개헌이야말로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을 위한 근원적 처방”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고 ‘국면전환용’이라는 딱지를 붙이긴 했지만 민주당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공감의 수준은 다르지만 여야 모두 어느 정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9월 임시국회 이후 개헌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계파와 정당, 지역 등의 이해관계를 대입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친이계에서도 “쉽지 않다” =
개헌과 관련 친박계는 물론 친이계에서도 의문을 표시할 만큼 한나라당 내 이견 조정도 쉽지 않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제기한 것은 개헌이 아니라 재보궐 선거횟수를 줄이자는 것”이라며 “개헌은 어려운 문제”라고 못 박았고 허태열 최고위원도 “개헌이라는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열면 서문에서부터 부칙에 이르기까지 좌우대립이 생기고 국론이 분열돼 국정이 마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폈다. 심지어 한 중진 의원은 “안 대표가 개헌을 앞세우는 것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미디어법 처리 협조에 대한 보답차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개헌 내용에 대한 이견도 만만찮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안 대표와 김 의장이 제시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당내 논의를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행정구역·선거제도 개편과는 달리 이 대통령도 개헌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다. 8·15 경축사에서도 ‘개헌’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도 27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에서는 개헌을 비롯해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지 않냐”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국면전환용 의제’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9월 정기국회 등원을 선언했지만 정치구도를 바꾸기 위한 ‘수사(修辭)’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분위기다.
◆“불신과 이익 ‘페어링’을 벗겨라” =
선거제도 개편은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다.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이, 한나라당 보다 자유선진당이, 친이계 보다는 친박계가 더 민감하다. 이 대통령까지 나서 ‘이익의 양보’를 주문했지만 의원 개개인에게는 ‘이익의 후퇴’가 피부에 와 닿는다. 청와대가 예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거나, 총 의원수를 늘려 비례대표 비중을 높이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다.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정치권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지만 실행력이 문제다. 4공화국 당시부터 행정구역 개편문제를 다뤄온 행정관료 출신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이 26일 “제도를 계획하다가 결국 수많은 갈등, 예를 들면 국민전체를 갈등으로 몰아넣는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시한까지 제시했지만 결국 필요한 것은 여야의 불신과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을 벗길 수 있는 에너지다.
한 친이계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제기한 화두를 당에서 적극적으로 치고나가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박근혜 대표가 더 큰 정치인이 되려면 중대선거구제를 받고, 자기를 희생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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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대결과 불신으로 가득 찬 여야관계뿐만 아니라 계파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한나라당 내부사정도 걸림돌이다.
◆‘3대 정치개혁 과제’ 이름붙이며 추진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세 가지 과제인 개헌과 행정구역개편, 선거제도개편 등 당에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정치개혁의 근원적 처방은 개헌”이라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24일 발언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개헌이야말로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을 위한 근원적 처방”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고 ‘국면전환용’이라는 딱지를 붙이긴 했지만 민주당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공감의 수준은 다르지만 여야 모두 어느 정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9월 임시국회 이후 개헌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계파와 정당, 지역 등의 이해관계를 대입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친이계에서도 “쉽지 않다” =
개헌과 관련 친박계는 물론 친이계에서도 의문을 표시할 만큼 한나라당 내 이견 조정도 쉽지 않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제기한 것은 개헌이 아니라 재보궐 선거횟수를 줄이자는 것”이라며 “개헌은 어려운 문제”라고 못 박았고 허태열 최고위원도 “개헌이라는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열면 서문에서부터 부칙에 이르기까지 좌우대립이 생기고 국론이 분열돼 국정이 마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폈다. 심지어 한 중진 의원은 “안 대표가 개헌을 앞세우는 것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미디어법 처리 협조에 대한 보답차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개헌 내용에 대한 이견도 만만찮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안 대표와 김 의장이 제시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당내 논의를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행정구역·선거제도 개편과는 달리 이 대통령도 개헌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다. 8·15 경축사에서도 ‘개헌’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도 27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에서는 개헌을 비롯해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지 않냐”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국면전환용 의제’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9월 정기국회 등원을 선언했지만 정치구도를 바꾸기 위한 ‘수사(修辭)’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분위기다.
◆“불신과 이익 ‘페어링’을 벗겨라” =
선거제도 개편은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다.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이, 한나라당 보다 자유선진당이, 친이계 보다는 친박계가 더 민감하다. 이 대통령까지 나서 ‘이익의 양보’를 주문했지만 의원 개개인에게는 ‘이익의 후퇴’가 피부에 와 닿는다. 청와대가 예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거나, 총 의원수를 늘려 비례대표 비중을 높이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다.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정치권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지만 실행력이 문제다. 4공화국 당시부터 행정구역 개편문제를 다뤄온 행정관료 출신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이 26일 “제도를 계획하다가 결국 수많은 갈등, 예를 들면 국민전체를 갈등으로 몰아넣는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시한까지 제시했지만 결국 필요한 것은 여야의 불신과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을 벗길 수 있는 에너지다.
한 친이계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제기한 화두를 당에서 적극적으로 치고나가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박근혜 대표가 더 큰 정치인이 되려면 중대선거구제를 받고, 자기를 희생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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