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한은 금리격돌 점화
한은 연내 인상 시사 ... 정부 “인상 불가” 압박
한은 금통위 과반수 장악, 임기 앞둔 이 총재 소신 나올까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06년8월, 취임 4개월만에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박 승 총재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 총재는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참여정부와 맥을 같이 하는 ‘매파’로 분리됐다. 보기 드문 ‘내부승진’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잡기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때였다.
당시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통화정책이 논란에 휩싸였다. 한은 총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는 이미 2005년 10월 3.25%에서 0.25%p 올리면서 금리인상기조로 전환한 상태였다. 같은 해 12월과 이듬해인 2006년 2월에 또다시 금리를 상향조정해 4%로 만들었다.
그러나 6월 0.25%p 올린 이후부터는 재정부를 중심으로 ‘금리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내놨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내세우며 인상분위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8월 금통위는 결국 재정부와 한은의 표대결까지 갔다. 당연직인 이승일 한은 부총재, 한은 추천위원인 이덕훈 위원 뿐만 아니라 은행연합회의 추천을 받은 심훈 의원은 한은 출신으로 한은맨이었다. 재정부 금감위 대한상의 추천의 3명이 ‘인상 반대’로 뜻을 모아 표결은 3대 3의 박빙을 보였다. 결국 이 총재가 한표를 행사해 ‘이성태 반란’을 주도했다. 이후 금통위는 11개월간 동결한 후 2년간 네 차례 올려 기준금리를 5.25%까지 만들었다.
◆정부, 전방위 한은 압박 = 3년이 지난 현재 한은과 재정부가 다시한번 금리인상을 놓고 정면대결 태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입장차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달 금통위를 마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경기를 우려하면서 “금리를 올려도 여전히 완화상태라고 판단한다”며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부에서 진화를 나섰다.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는 “환율 빼면 위기를 탈출한 게 아니다”며 못을 박았다. 통화 재정정책을 확장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1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정부와 한은 간) 시각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에 대해 자제해 오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제적 논의로 볼 때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이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여러 상황을 감안해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입장이 다른 한은과 정부 = 정부가 물가를 오르더라도 경기가 좋아지는 게 먼저라면 한은은 반대다. 경기가 조금 주춤거리더라도 자산가격과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는 정부와 한은이 ‘존재의 이유’로 지금껏 간직해온 철칙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과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년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부동산 가격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판단,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주식시장도 과도하게 오른다는 ‘거품론’이 슬슬 피어오르고 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은 한은쪽으로 = 시장은 한은의 금리인상쪽으로 쏠리고 있다. 채권전문가들부터 연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며 금리에 민감한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4일에 0.02%p 상승한 2.61%로 7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총재 등 한은 집행부의 의견이 금통위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천위원들을 동원해 막는다 하더라도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은 한은쪽 인사로 분류된다. 이주열 한은 부총재와 김대식 한은 추천위원뿐만 아니라 ‘이성태 반란’을 공모했던 심훈 은행연합회 추천위원 역시 한은 집행부와 뜻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박봉흠 최도성 강명헌 위원은 재정부의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또는 11월 금통위에서는 이 총재가 다시 한번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재 임기가 내년 3월말로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소신’쪽으로 결단케 할 전망이다. 퇴임 후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이 총재는 재임기간에 봐 온 ‘그린스펀의 교훈’을 되새길 것으로 보인다. 그린스펀은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저금리에 의한 과잉유동성으로 미국에 흥청망청 소비하는 ‘장기호황’을 선사했지만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죄’를 생산한 주범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 총재는 이미 소신껏 버블을 잡고 물러나는 자신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금리인상을 놓고 정부와 한은의 입장은 앞으로 ‘뜨거운 화두’로 경제계 뿐만 아니라 국회 등을 달굴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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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연내 인상 시사 ... 정부 “인상 불가” 압박
한은 금통위 과반수 장악, 임기 앞둔 이 총재 소신 나올까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06년8월, 취임 4개월만에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박 승 총재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 총재는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참여정부와 맥을 같이 하는 ‘매파’로 분리됐다. 보기 드문 ‘내부승진’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잡기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때였다.
당시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통화정책이 논란에 휩싸였다. 한은 총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는 이미 2005년 10월 3.25%에서 0.25%p 올리면서 금리인상기조로 전환한 상태였다. 같은 해 12월과 이듬해인 2006년 2월에 또다시 금리를 상향조정해 4%로 만들었다.
그러나 6월 0.25%p 올린 이후부터는 재정부를 중심으로 ‘금리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내놨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내세우며 인상분위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8월 금통위는 결국 재정부와 한은의 표대결까지 갔다. 당연직인 이승일 한은 부총재, 한은 추천위원인 이덕훈 위원 뿐만 아니라 은행연합회의 추천을 받은 심훈 의원은 한은 출신으로 한은맨이었다. 재정부 금감위 대한상의 추천의 3명이 ‘인상 반대’로 뜻을 모아 표결은 3대 3의 박빙을 보였다. 결국 이 총재가 한표를 행사해 ‘이성태 반란’을 주도했다. 이후 금통위는 11개월간 동결한 후 2년간 네 차례 올려 기준금리를 5.25%까지 만들었다.
◆정부, 전방위 한은 압박 = 3년이 지난 현재 한은과 재정부가 다시한번 금리인상을 놓고 정면대결 태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입장차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달 금통위를 마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경기를 우려하면서 “금리를 올려도 여전히 완화상태라고 판단한다”며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부에서 진화를 나섰다.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는 “환율 빼면 위기를 탈출한 게 아니다”며 못을 박았다. 통화 재정정책을 확장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1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정부와 한은 간) 시각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에 대해 자제해 오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제적 논의로 볼 때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이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여러 상황을 감안해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입장이 다른 한은과 정부 = 정부가 물가를 오르더라도 경기가 좋아지는 게 먼저라면 한은은 반대다. 경기가 조금 주춤거리더라도 자산가격과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는 정부와 한은이 ‘존재의 이유’로 지금껏 간직해온 철칙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과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년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부동산 가격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판단,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주식시장도 과도하게 오른다는 ‘거품론’이 슬슬 피어오르고 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은 한은쪽으로 = 시장은 한은의 금리인상쪽으로 쏠리고 있다. 채권전문가들부터 연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며 금리에 민감한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4일에 0.02%p 상승한 2.61%로 7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총재 등 한은 집행부의 의견이 금통위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천위원들을 동원해 막는다 하더라도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은 한은쪽 인사로 분류된다. 이주열 한은 부총재와 김대식 한은 추천위원뿐만 아니라 ‘이성태 반란’을 공모했던 심훈 은행연합회 추천위원 역시 한은 집행부와 뜻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박봉흠 최도성 강명헌 위원은 재정부의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또는 11월 금통위에서는 이 총재가 다시 한번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재 임기가 내년 3월말로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소신’쪽으로 결단케 할 전망이다. 퇴임 후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이 총재는 재임기간에 봐 온 ‘그린스펀의 교훈’을 되새길 것으로 보인다. 그린스펀은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저금리에 의한 과잉유동성으로 미국에 흥청망청 소비하는 ‘장기호황’을 선사했지만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죄’를 생산한 주범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 총재는 이미 소신껏 버블을 잡고 물러나는 자신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금리인상을 놓고 정부와 한은의 입장은 앞으로 ‘뜨거운 화두’로 경제계 뿐만 아니라 국회 등을 달굴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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