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 문화와 산업,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고장 경북의 가을은 유난히 아름답다.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부소산에서 운문산에 이르는 낙동정맥에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바다와 접한 335km 해안선까지 가을이면 한층 빛난다.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경북의 가을을 3회에 걸쳐 만나보자.
기상청은 올해 단풍이 예년보다 1~8일 정도 더디지만 예년보다 한층 고운 빛깔로 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경북도 전체 면적 71%에 달하는 135만㏊ 산림도 옷을 갈아입을 준비에 한창이다.
천년사찰로 이끄는 낙엽길
청도 운문사 가는 길
낙동정맥의 종착지인 운문산과 가지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운문사 계곡은 가을 단풍여행 중 으뜸으로 꼽힌다. 매표소 입구에서 비구니만 기거하는 천년사찰 대웅전까지 약 2km에 이르는 산책로는 가히 절경이다. 산책길은 매표소 직후부터 펼쳐지는 수백년된 소나무숲길에 이어 계곡을 따라 고목 사이로 이어진다. 낙엽을 밟고 걷다보면 누구나 낭만가가 된다.
최근에는 산책이나 트레킹이 편하도록 길을 정비했다. 청도군은 8월 6억원을 들여 매표소에서 운문사까지 1.3km 구간에 ‘솔밭 보행로’를 조성했다. 마사토길 1km에 데크길 215m 구간에 나무다리 2개와 쉼터 7곳 등을 갖춘 친환경길이다. 기존 도로는 차도로 내어주고 수백년 묵은 아름드리 소나무숲에 보행자 전용 길을 낸 것이다.
배순우 청도군 문화관광과 담당은 “1000년 역사를 간직한 운문사에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솔밭 길을 조성해 운문사를 보다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의 청도군청 054-370-6063)
금강송 향기에 취한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
울진군 서면 소광리 대광천 일대 5개면 23.14k㎡는 평균수령 150년 이상 된 금강송이 집단 분포해있는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다. 산기슭에 빼곡한 소나무는 높고 곧게 뻗어 장쾌하고 짙푸른 빛이 시원스럽다. 가을이 아니라 어느 계절에 찾아도 항상 매력적이다. 진한 솔향과 산새 소리 역시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이 지역은 오지 중의 오지라 그간 용케 개발과 벌목을 피할 수 있었다. 영주와 울진으로 이어지는 36번 국도에서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13.3km 이상 달린 다음에도 불영계곡 원류인 대광천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계곡 물은 바로 마셔도 좋을 만큼 맑다. 전시실 앞 금강송은 최고 수령인 520년을 자랑한다. 산속으로 뻗은 임도 양편에 줄지은 금강송 역시 수백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도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미인송’이 자태를 드러낸다. 350년 수령에 수형이 아름다워 산림청에서 ‘한국 대표소나무’로 지정했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사방이 금강송으로 둘러싸인 임도가 3곳이나 있다.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다. 최근 민간단체인 ‘울진 금강송 세계유산등록추진위’가 금강송 군락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고 추진 중이다.
김원동(70) 소광리 금강송 생태경영림 숲해설가는 “단풍은 지금부터 시작해 10월 중순이면 절정에 달할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제1·2산책로 단풍이 최고”라고 추천했다.
(문의 금강송 생태경영림 054-783-4008)
가을을 전하는 대표 트레킹코스
청량산 주왕산 문경새재
“태백산맥이 들에 내렸다가 예안 강가에서 우뚝하게 맺힌 것이다. 밖에서 그러나 강을 건너 골 안에 들어가면 사면에 석벽이 둘러 있고 모두 만길이나 높아서 험하고 기이한 것이 형용할 수 없다.”
조선시대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봉화 청량산을 보며 12개 봉우리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산세에 감탄했다. 870m 높이인 청량산에는 선현들 자취가 골골이 남아있다. 절과 암자 흔적만 27곳, 신라시대 이후 도를 닦은 유적도 다수다. 신라 명필 김 생이 공부하던 ‘김생굴’ 최치원이 수도한 ‘풍혈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은신한 ‘오마대’ 등이다. (문의 청량산 관리사무소 054-679-6321)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새재. 문경새재는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에서 가장 높고 험한 고개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유서깊은 문화유적과 옛 이야기가 두루 남아있다. 문경에서 충주로 통하는 1~3관문(주흘관 조동문 조령관)에 드라마촬영장과 옛길박물관이 볼거리다. 조선시대 과거 길에 오른 선비들 심경이 전해진다.
(문의 문경새재관리사무소 054-571-0709)
청송 주왕산은 장엄한 산세와 맑은 물, 깊은 계곡, 쾌적한 바람, 병풍같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곳. 등산로가 완만해 어린이는 물론 노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족형 트레킹 코스다.
산 아래 ‘달기약수탕’으로 허기를 달래고 그림같은 주산지를 보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문의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054-873-0014)
대구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가을 정취 더하는 문향
문학테마여행
사색의 계절 가을은 문학과 통한다. 경북도 문학테마여행지를 찾아가면 문학이 풍기는 고유의 향이 더해져 가을 정취가 두배는 깊어진다.
영양 두들마을은 한국 문학의 거장 이문열의 고향. ‘그해겨울’ ‘금시조’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인물들이 삶의 역경을 이겨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인근 일월산 기슭에는 청록파 시인 조지훈을 배출한 주실마을이 있다. ‘청록집’ ‘승무’ ‘봉황수’ ‘풀잎단장’ 등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시에 담았던 시인을 느낄 수 있다.
안동에는 이육사문학관이 있다. 항일운동가로 활약하며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염원하는 시를 쓴 육사의 고절한 의식과 열정이 배어 있다.
경주시 진현동 동리·목월문학관에는 인간과 자연과 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김동리와 박목월의 문학과 삶의 흔적이 남아있다.
청도군 청도읍 유호리에서는 시조시인 이호우와 그 누이 이영도를 만날 수 있다. 전통적 시조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현대적 감각과 정서를 담는데 성공한 시인 생가와 시비가 있다.
최세호 기자
영화·드라마 감성 그대로
촬영현장
평생을 땅과 함께 살아온 할아버지와 그의 곁을 지키는 우직한 소가 그려냈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영화 ‘워낭소리’다. 가을 들판이 황금물결을 이루는 봉화에서 영화 속 그 감성을 그대로 되살릴 수 있다. 볼거리·즐길거리는 산정마을과 청량산, 다덕 약수탕이다.
청송군 주산지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다. 왕버들 고목 30여그루가 물에 잠긴 채 자생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왕버들이 물빛에 비쳐 신비롭기까지 하다. 주산지는 부동면 이전리에 있고 인근에 주왕산과 달기약수탕이 있다.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역사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유명세를 더한 곳은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다. 천년고도 경주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신라밀레니엄파크는 경주시 신평동에 위치해있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등 지근거리에 볼거리가 풍부하다.
화려한 음식의 향연, 팔도강산을 누비며 맛을 찾아 떠나는 드라마 ‘식객’. 대게의 속살이 그득한 영덕 앞바다를 놓치지 않았다. 데게는 영덕 축산항 일대에서 맛볼 수 있고 풍력발전단지와 신돌석 장군 유적지를 둘러보면 입과 함께 눈도 즐거워진다.
포항과 울진에 가면 영화 ‘가을로’를 느낄 수 있다. 포항 북구 송라면 일대와 울진 서면 일대, 포스코 역사관과 경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이 주 무대였다. 동해바다를 따라 난 길로 내연산 불영계곡 불영사 월정사(전나무숲길)까지 연결된다.
최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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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올해 단풍이 예년보다 1~8일 정도 더디지만 예년보다 한층 고운 빛깔로 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경북도 전체 면적 71%에 달하는 135만㏊ 산림도 옷을 갈아입을 준비에 한창이다.
천년사찰로 이끄는 낙엽길
청도 운문사 가는 길
낙동정맥의 종착지인 운문산과 가지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운문사 계곡은 가을 단풍여행 중 으뜸으로 꼽힌다. 매표소 입구에서 비구니만 기거하는 천년사찰 대웅전까지 약 2km에 이르는 산책로는 가히 절경이다. 산책길은 매표소 직후부터 펼쳐지는 수백년된 소나무숲길에 이어 계곡을 따라 고목 사이로 이어진다. 낙엽을 밟고 걷다보면 누구나 낭만가가 된다.
최근에는 산책이나 트레킹이 편하도록 길을 정비했다. 청도군은 8월 6억원을 들여 매표소에서 운문사까지 1.3km 구간에 ‘솔밭 보행로’를 조성했다. 마사토길 1km에 데크길 215m 구간에 나무다리 2개와 쉼터 7곳 등을 갖춘 친환경길이다. 기존 도로는 차도로 내어주고 수백년 묵은 아름드리 소나무숲에 보행자 전용 길을 낸 것이다.
배순우 청도군 문화관광과 담당은 “1000년 역사를 간직한 운문사에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솔밭 길을 조성해 운문사를 보다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의 청도군청 054-370-6063)
금강송 향기에 취한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
울진군 서면 소광리 대광천 일대 5개면 23.14k㎡는 평균수령 150년 이상 된 금강송이 집단 분포해있는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다. 산기슭에 빼곡한 소나무는 높고 곧게 뻗어 장쾌하고 짙푸른 빛이 시원스럽다. 가을이 아니라 어느 계절에 찾아도 항상 매력적이다. 진한 솔향과 산새 소리 역시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이 지역은 오지 중의 오지라 그간 용케 개발과 벌목을 피할 수 있었다. 영주와 울진으로 이어지는 36번 국도에서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13.3km 이상 달린 다음에도 불영계곡 원류인 대광천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계곡 물은 바로 마셔도 좋을 만큼 맑다. 전시실 앞 금강송은 최고 수령인 520년을 자랑한다. 산속으로 뻗은 임도 양편에 줄지은 금강송 역시 수백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도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미인송’이 자태를 드러낸다. 350년 수령에 수형이 아름다워 산림청에서 ‘한국 대표소나무’로 지정했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사방이 금강송으로 둘러싸인 임도가 3곳이나 있다.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다. 최근 민간단체인 ‘울진 금강송 세계유산등록추진위’가 금강송 군락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고 추진 중이다.
김원동(70) 소광리 금강송 생태경영림 숲해설가는 “단풍은 지금부터 시작해 10월 중순이면 절정에 달할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제1·2산책로 단풍이 최고”라고 추천했다.
(문의 금강송 생태경영림 054-783-4008)
가을을 전하는 대표 트레킹코스
청량산 주왕산 문경새재
“태백산맥이 들에 내렸다가 예안 강가에서 우뚝하게 맺힌 것이다. 밖에서 그러나 강을 건너 골 안에 들어가면 사면에 석벽이 둘러 있고 모두 만길이나 높아서 험하고 기이한 것이 형용할 수 없다.”
조선시대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봉화 청량산을 보며 12개 봉우리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산세에 감탄했다. 870m 높이인 청량산에는 선현들 자취가 골골이 남아있다. 절과 암자 흔적만 27곳, 신라시대 이후 도를 닦은 유적도 다수다. 신라 명필 김 생이 공부하던 ‘김생굴’ 최치원이 수도한 ‘풍혈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은신한 ‘오마대’ 등이다. (문의 청량산 관리사무소 054-679-6321)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새재. 문경새재는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에서 가장 높고 험한 고개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유서깊은 문화유적과 옛 이야기가 두루 남아있다. 문경에서 충주로 통하는 1~3관문(주흘관 조동문 조령관)에 드라마촬영장과 옛길박물관이 볼거리다. 조선시대 과거 길에 오른 선비들 심경이 전해진다.
(문의 문경새재관리사무소 054-571-0709)
청송 주왕산은 장엄한 산세와 맑은 물, 깊은 계곡, 쾌적한 바람, 병풍같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곳. 등산로가 완만해 어린이는 물론 노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족형 트레킹 코스다.
산 아래 ‘달기약수탕’으로 허기를 달래고 그림같은 주산지를 보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문의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054-873-0014)
대구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가을 정취 더하는 문향
문학테마여행
사색의 계절 가을은 문학과 통한다. 경북도 문학테마여행지를 찾아가면 문학이 풍기는 고유의 향이 더해져 가을 정취가 두배는 깊어진다.
영양 두들마을은 한국 문학의 거장 이문열의 고향. ‘그해겨울’ ‘금시조’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인물들이 삶의 역경을 이겨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인근 일월산 기슭에는 청록파 시인 조지훈을 배출한 주실마을이 있다. ‘청록집’ ‘승무’ ‘봉황수’ ‘풀잎단장’ 등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시에 담았던 시인을 느낄 수 있다.
안동에는 이육사문학관이 있다. 항일운동가로 활약하며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염원하는 시를 쓴 육사의 고절한 의식과 열정이 배어 있다.
경주시 진현동 동리·목월문학관에는 인간과 자연과 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김동리와 박목월의 문학과 삶의 흔적이 남아있다.
청도군 청도읍 유호리에서는 시조시인 이호우와 그 누이 이영도를 만날 수 있다. 전통적 시조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현대적 감각과 정서를 담는데 성공한 시인 생가와 시비가 있다.
최세호 기자
영화·드라마 감성 그대로
촬영현장
평생을 땅과 함께 살아온 할아버지와 그의 곁을 지키는 우직한 소가 그려냈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영화 ‘워낭소리’다. 가을 들판이 황금물결을 이루는 봉화에서 영화 속 그 감성을 그대로 되살릴 수 있다. 볼거리·즐길거리는 산정마을과 청량산, 다덕 약수탕이다.
청송군 주산지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다. 왕버들 고목 30여그루가 물에 잠긴 채 자생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왕버들이 물빛에 비쳐 신비롭기까지 하다. 주산지는 부동면 이전리에 있고 인근에 주왕산과 달기약수탕이 있다.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역사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유명세를 더한 곳은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다. 천년고도 경주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신라밀레니엄파크는 경주시 신평동에 위치해있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등 지근거리에 볼거리가 풍부하다.
화려한 음식의 향연, 팔도강산을 누비며 맛을 찾아 떠나는 드라마 ‘식객’. 대게의 속살이 그득한 영덕 앞바다를 놓치지 않았다. 데게는 영덕 축산항 일대에서 맛볼 수 있고 풍력발전단지와 신돌석 장군 유적지를 둘러보면 입과 함께 눈도 즐거워진다.
포항과 울진에 가면 영화 ‘가을로’를 느낄 수 있다. 포항 북구 송라면 일대와 울진 서면 일대, 포스코 역사관과 경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이 주 무대였다. 동해바다를 따라 난 길로 내연산 불영계곡 불영사 월정사(전나무숲길)까지 연결된다.
최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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