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의 교훈
정광수 (산림청장)
지난 8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로 6만5000㏊의 산림이 불타고 2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그 충격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의 심정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9월 22일 오전 LA에서 약 100㎞ 떨어진 벤투라 카운티 필모어 시 근처에서 또다시 산불이 발생해 하루 밤새 4000여㏊의 산림이 불타고 주택 1000여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여 173명이 사망하고 주택 750여채가 불탔다. 최악의 산불에서 살아남아 ‘희망의 상징’이라 불렸던 코알라 ‘샘’이 끝내 숨져 전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8월 그리스 아테네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아테네와 고대 마라톤 발상지 등 유적을 위협했다. 2007년 고대 올림픽유적 일부를 불태운 펠로폰네소스 산불(사망 77명)에 이어 전 세계인들이 다시 한번 큰 재앙에 가슴을 졸였다.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산불소식은 이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큰 산불이 나면 그 원인을 찾느라고 법석을 떨지만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한다. 섭씨 40도를 넘는 고온과 가뭄, 강한 계절풍 등 이상기온이 기후변화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지구온난화로 산불 더 많아져
미국 서부의 경우 전통적으로 산불위험 시기가 10월 이후였는데 최근 들어 8월에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수석 기후학자인 제임스 한센 박사는 극심한 가뭄과 산불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단정한다. 건조한 공기가 강한 온실가스의 영향의 받아 더욱 건조해져 기온 상승과 극단적인 가뭄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대규모 산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LA 산불은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우선 연방 산림청이 LA 인근 산림지대에서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미리 덤불과 잡목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으나 환경보호주의자들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해 산불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주 산림소방청의 예산이 삭감되어 산불진화용 항공기 도입이 취소됐고, 진화장비 구매도 1년간 연기됐다.
진화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 보니 주택 밀집지역을 보호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었다. 산악지대로 번지는 산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산불은 산악지대를 타고 확산되면서 또 다른 마을이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천년고찰 낙산사를 불태운 2005년 양양산불 이후 산불진화 전문인력과 장비를 꾸준히 확충해왔다. 초대형 헬기 4대를 도입하는 등 전국 어디라도 30분 이내에 도착하여 조기 진화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갖췄다.
산불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
그러나 우리나라 산림은 산불에 매우 취약하게 구성되어 있다. 불에 잘 타는 소나무, 굴곡이 많은 산악지형, 강하고 건조한 계절풍 그리고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묘문화, 산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두렁을 태우는 관행, 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취사를 하는 등 불씨를 다루는 행위 또한 산불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이 우리나라 산불발생의 70%나 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먼 나라 미국이나 그리스 산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불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산불이 난 다음에 대응을 잘해서 피해를 줄이는 것은 차선일 뿐이다. 산불방지에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LA 산불은 잃어버린 소 찾기보다 외양간 고치기가 쉽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정광수 (산림청장)
지난 8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로 6만5000㏊의 산림이 불타고 2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그 충격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의 심정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9월 22일 오전 LA에서 약 100㎞ 떨어진 벤투라 카운티 필모어 시 근처에서 또다시 산불이 발생해 하루 밤새 4000여㏊의 산림이 불타고 주택 1000여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여 173명이 사망하고 주택 750여채가 불탔다. 최악의 산불에서 살아남아 ‘희망의 상징’이라 불렸던 코알라 ‘샘’이 끝내 숨져 전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8월 그리스 아테네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아테네와 고대 마라톤 발상지 등 유적을 위협했다. 2007년 고대 올림픽유적 일부를 불태운 펠로폰네소스 산불(사망 77명)에 이어 전 세계인들이 다시 한번 큰 재앙에 가슴을 졸였다.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산불소식은 이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큰 산불이 나면 그 원인을 찾느라고 법석을 떨지만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한다. 섭씨 40도를 넘는 고온과 가뭄, 강한 계절풍 등 이상기온이 기후변화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지구온난화로 산불 더 많아져
미국 서부의 경우 전통적으로 산불위험 시기가 10월 이후였는데 최근 들어 8월에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수석 기후학자인 제임스 한센 박사는 극심한 가뭄과 산불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단정한다. 건조한 공기가 강한 온실가스의 영향의 받아 더욱 건조해져 기온 상승과 극단적인 가뭄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대규모 산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LA 산불은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우선 연방 산림청이 LA 인근 산림지대에서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미리 덤불과 잡목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으나 환경보호주의자들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해 산불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주 산림소방청의 예산이 삭감되어 산불진화용 항공기 도입이 취소됐고, 진화장비 구매도 1년간 연기됐다.
진화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 보니 주택 밀집지역을 보호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었다. 산악지대로 번지는 산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산불은 산악지대를 타고 확산되면서 또 다른 마을이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천년고찰 낙산사를 불태운 2005년 양양산불 이후 산불진화 전문인력과 장비를 꾸준히 확충해왔다. 초대형 헬기 4대를 도입하는 등 전국 어디라도 30분 이내에 도착하여 조기 진화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갖췄다.
산불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
그러나 우리나라 산림은 산불에 매우 취약하게 구성되어 있다. 불에 잘 타는 소나무, 굴곡이 많은 산악지형, 강하고 건조한 계절풍 그리고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묘문화, 산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두렁을 태우는 관행, 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취사를 하는 등 불씨를 다루는 행위 또한 산불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이 우리나라 산불발생의 70%나 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먼 나라 미국이나 그리스 산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불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산불이 난 다음에 대응을 잘해서 피해를 줄이는 것은 차선일 뿐이다. 산불방지에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LA 산불은 잃어버린 소 찾기보다 외양간 고치기가 쉽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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