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는 자본주위 위에서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다.”
미 MIT대 석좌교수를 지낸 찰스 P.킨들버거의 말이다. 위기는 지겹게도 반복되고, 해법 또한 비슷하게 제시되지만 결국 위기는 또 반복된다. 이를 두고 킨들버거 교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탐욕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탐욕스러운 투기심에서 비롯됐고, 그 게임에 뛰어든 사람들은 결국 지옥을 다녀와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인간 본성이 근본원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부추기는 요인인 금융완화, 정부당국의 규제 미비 등이 위기 때마다 반복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몰아닥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금융규제 강화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런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실천이 미비하다면 언제라도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위기의 배경 '금융완화' =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는 여러 번 반복됐다. 한국은행은 1618년부터 따지면 총 48건, 20세기 이후만 따지면 1929년 대공황을 비롯하여 총 12차례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집계한 바 있다. 현재 진행형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를 포함해 주요한 것만 꼽아 봐도 세계 대공황,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연쇄 파산, 유럽통화위기, 멕시코 페소화 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등이 있다.
주요 금융위기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금융자유화 및 금융완화, 감독 미비에 따른 버블형성으로 시작됐고, 버블이 붕괴하면서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지고 결국 실물경제까지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다.
80년대 대표적인 금융위기 사례로 지목되는 미 저축대부조합(S&L) 위기를 보면 금융자유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금융자유화 이후 금리가 상승하자 S&L은 수지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부동산 및 고위험 채권투자에 집중했다.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1137개의 금융기관의 연쇄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걸친 북유럽3국의 금융위기도 금리자유화가 배경이었다. 규제완화 후 부실채권이 증가했고, 이는 금융기관 손실로 연결되면서 대형 금융기관의 잇단 도산으로 마무리됐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는 애초에 외화 유동성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지만 당시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버블이 형성됐다가 꺼졌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위기의 전성기, 방임주의 시대 =
이렇듯 위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금융자유화 및 금융완화, 감독 미비는 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방임주의, 즉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1929년 대공황 이후엔 개입주의가 주된 기조였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자유방임주의가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정책 기조였다.
이에 대해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 완화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도박판으로 변했다”면서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와 대불황은 그 결과”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빈부격차와 금융시장의 투기화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주의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 월가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주의와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보고서는 “이번 금융 위기는 순수 금융활동이 실질 생산활동을 압도한 결과라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라면서 “자유 금융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과도한 탈규제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또 민간 투자가들이 극단적인 부채 차입(레버리지)을 통한 투기로 국가 또는 국제 금융시스템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면서 지난 30년여간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묵인하는 정부, ‘뒷북’치는 정부 =
버블 형성 때는 묵인하다 버블이 꺼진 후에야 뒷북 정책을 펴는 정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정후식 전문연구원은 “금융위기의 반복에는 정책당국자들의 문제도 있다”면서 “정부는 금융투기가 일어나면 세수가 증대되니까 묵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버블이 터지고 결국은 뒷북을 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향후에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페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선제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미 MIT대 석좌교수를 지낸 찰스 P.킨들버거의 말이다. 위기는 지겹게도 반복되고, 해법 또한 비슷하게 제시되지만 결국 위기는 또 반복된다. 이를 두고 킨들버거 교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탐욕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탐욕스러운 투기심에서 비롯됐고, 그 게임에 뛰어든 사람들은 결국 지옥을 다녀와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인간 본성이 근본원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부추기는 요인인 금융완화, 정부당국의 규제 미비 등이 위기 때마다 반복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몰아닥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금융규제 강화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런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실천이 미비하다면 언제라도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위기의 배경 '금융완화' =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는 여러 번 반복됐다. 한국은행은 1618년부터 따지면 총 48건, 20세기 이후만 따지면 1929년 대공황을 비롯하여 총 12차례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집계한 바 있다. 현재 진행형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를 포함해 주요한 것만 꼽아 봐도 세계 대공황,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연쇄 파산, 유럽통화위기, 멕시코 페소화 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등이 있다.
주요 금융위기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금융자유화 및 금융완화, 감독 미비에 따른 버블형성으로 시작됐고, 버블이 붕괴하면서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지고 결국 실물경제까지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다.
80년대 대표적인 금융위기 사례로 지목되는 미 저축대부조합(S&L) 위기를 보면 금융자유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금융자유화 이후 금리가 상승하자 S&L은 수지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부동산 및 고위험 채권투자에 집중했다.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1137개의 금융기관의 연쇄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걸친 북유럽3국의 금융위기도 금리자유화가 배경이었다. 규제완화 후 부실채권이 증가했고, 이는 금융기관 손실로 연결되면서 대형 금융기관의 잇단 도산으로 마무리됐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는 애초에 외화 유동성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지만 당시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버블이 형성됐다가 꺼졌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위기의 전성기, 방임주의 시대 =
이렇듯 위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금융자유화 및 금융완화, 감독 미비는 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방임주의, 즉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1929년 대공황 이후엔 개입주의가 주된 기조였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자유방임주의가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정책 기조였다.
이에 대해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 완화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도박판으로 변했다”면서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와 대불황은 그 결과”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빈부격차와 금융시장의 투기화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주의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 월가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주의와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보고서는 “이번 금융 위기는 순수 금융활동이 실질 생산활동을 압도한 결과라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라면서 “자유 금융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과도한 탈규제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또 민간 투자가들이 극단적인 부채 차입(레버리지)을 통한 투기로 국가 또는 국제 금융시스템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면서 지난 30년여간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묵인하는 정부, ‘뒷북’치는 정부 =
버블 형성 때는 묵인하다 버블이 꺼진 후에야 뒷북 정책을 펴는 정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정후식 전문연구원은 “금융위기의 반복에는 정책당국자들의 문제도 있다”면서 “정부는 금융투기가 일어나면 세수가 증대되니까 묵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버블이 터지고 결국은 뒷북을 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향후에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페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선제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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