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사건 뒷북친 법무부

항소 포기해놓고 변죽만 울려 … 검찰 내부 기준도 문제

지역내일 2009-10-05 (수정 2009-10-05 오후 9:24:53)
‘나영이(가명·8) 사건’의 피고인 조 모(57)씨에 대해 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징역형의 집행을 공언하고 있지만, 뒷북치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해놓고 징역 12년이 선고됐으면 항소를 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엄정한 법 적용과 양형기준 상향 건의를 얘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나영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조씨가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를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목 졸라 기절시키고서 성폭행해 신체 일부 기능을 영구 상실케 한 참혹한 사건이다. 지난 3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형사1부는 조씨의 죄질이 매우 나쁘고 나영이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조씨가 만취상태로 행동통제력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해 형을 감경했다.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 심신장애 감경 적용 = 형법 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55조는 무기징역과 무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두 조항을 적용,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대법원 양형기준도 13세 미만 아동 강간 상해에 대해 원칙적으로 6~9년, 가중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7~1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 2심도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고 조씨만이 항소를 제기하자, 조씨의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법률상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해 유죄가 인정되면, 재판부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 3심인 대법원 역시 “조씨의 상고에 이유가 없다”며 “원심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형법 301조에 따르면 강간으로 인한 상해 치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특히 그 대상이 어린이 경우에는 국민적 법 감정을 고려할 때 법정 최고형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내부 기준에 비춰 구형량의 2분의1 이상이 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형법 55조 무기징역과 무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를 처하도록 한 규정을 활용, 12년 선고로 만족한 것이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구형량의 3분의1 이상이 선고되면 항소하지 않지만, 어린이 성폭행 범죄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범죄에 대해서는 2분의1을 적용, 항소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검찰 본연의 사명에 무감각해져” = 검찰 안팎에서는 항소 포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우선 검찰이 정한 기준에도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검찰은 형법상의 법률상 감경 조항을 항소 포기 이유로 거론하고 있지만, 자체 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재판부가 12년형을 선고한 것이 유기징역 최대 형량인 15년이 아니라 무기징역에서 감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면 한번 감경을 받더라도 유기징역 최고 형량인 15년은 받아야 하는 게 논리상 타당하다. 실제 법률상 감경 조항도 사형과 무기징역에 대해서는 형기의 2분의1로 줄인다는 규정이 없다.
전직 검찰 간부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면, 유기징역 최고 형량인 15년은 받았어야 했고, 그렇지 못했다면 당연히 항소를 제기했어야 한다”며 “검찰 분위기가 형량보다는 유무죄 여부만 신경 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관성과 타성에 젖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하는 검찰이 본연의 사명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것이다.
현직 검찰 간부는 “사건을 가슴으로 대하지 않고 남의 일로 바라보다 보니 항소를 포기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사람을 죽여도 10년 이상의 형량이 안 나오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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