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보고서 … “부동산시장, 2006년보다 과열”
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자산가격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최근의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 개선이 추세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면서도 “그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금융·경제의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자산가격의 움직임, 금융시장의 자금흐름 변화 등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집값의 가파른 동반 증가세에 수개월간 경고성 목소리를 내온 한은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지난 9월 금통위에선 이성태 총재가 연내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미국·영국과 달리 가계부채 증가” =
이 총재의 발언에 이어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움직임에 불안요소가 크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은 정부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조치가 현재보다 확대되더라도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자산시장 거품 형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보고서는 지난달 주택대출 수요 지수가 30에 육박, 지난 2005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택대출 수요지수는 값이 커질수록 대출 수요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2007년 이후 대부분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가 올해 들어 플러스로 돌아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한은은 “수요 측면에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고, 공급 측면에서는 금융회사들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의식해 중소기업대출보다 위험이 작은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1~8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0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한달에 2조6000억원씩 늘언난 셈인데,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던 2006년 월평균 증가액 2조2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대폭 하락도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늘린 또다른 요인이란 게 한은의 시각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11월 7.42%에서 지난 7월 5.29%로 2.1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과 영국은 집값이 2006~2007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택관련 대출도 축소되는 등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택시장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 한은은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은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주택관련 대출도 조정되는 등 가계 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다시 높아지면서 가계 부채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경기개선 이어질 것” =
한은은 하반기 전망과 관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경기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기는 내수부진이 완화되고 수출도 호전돼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자체 분석 결과 8월 현재 하반기 중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이 0% 이상 1.0% 미만일 확률은 41.2%, 1.0% 이상일 확률은 38.5%, 0% 미만일 확률은 20.3%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선진국 경제의 회복 지연 가능성, 상반기 재정의 조기집행에 따른 정책 효과 약화 등은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하반기 전체로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고 서비스수지도 악화되면서 흑자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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