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눈물을 닦아 주었나 (시론)
^정운찬 국무총리가 추석 날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갔다. 국회 청문회 때 한 약속을 지키는 모양새여서 많은 국민이 “잘 했다”고 평가하였다. 참사 현장에서 추석을 맞은 희생자 유족들 손을 잡고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위로한 것도 모처럼 희망을 걸게 하는 언사였다.
^참사 9개월이 다가오는 시점에 총리가 피해자들을 찾아가 ‘책임’을 입에 담았으니 일이 잘 풀려가겠구나 싶다. 감정이 복받쳐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몇 자 적어왔다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은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느냐”고 위로한 말과 표정에 진정성이 묻어났다.
^피해자들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데 실망하면서도, 해결을 위해 총리실에 연락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대 반 우려 반’ 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는 증좌라 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정부와 집권당 내부에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유감이다. 취임하자마자 민생현장으로 달려간 총리의 행보가 ‘약속장에 도장 찍는 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 반쪽짜리 기대나마 마저 꺾어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신뢰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지난 1월 20일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생업의 터전을 잃게 된 상인들의 농성현장을 강제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 용산참사다. 30여명의 철거 상인들이 철거대상 건물 옥상에 농성장을 만들고 정당한 보상과 생계대책을 요구하고 나선지 25시간 만에, 공중으로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게릴라 토벌하듯 하다가 일어난 사건이다.
^원인과 경과야 어떻게 되었건,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한다면 정부가 마땅히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는가. 먹고살기 어려운 영세민들을 굶어죽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 정부의 책임일진대, 생계대책을 요구하다가 죽고 다친 사람들과 그 유족에 대한 뒤처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
^참사가 일어난 뒤 정부는 사고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뒤집어 씌워, 농성장에서 살아나온 사람과 농성 주도자들을 구속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 하였다. 과잉진압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가해자 측으로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철거 용역회사 직원 몇 사람이 구속 기소되었을 뿐이다.
^누가 보아도 부당한 이런 처사에 분격한 유족들과 지지자들이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 세월이 9개월이다. 부자가 같이 농성을 하다가 아버지는 죽고 아들은 탈출하다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아들이 병상에서 경찰에 끌려가 구속되어, 설과 추석을 감옥에서 지낸 것이 용산참사의 실상이다.
^유족들은 아직 죽은 이들의 장례식도 치르지 못 하고 있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이대로 갈 태세다. 누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하는가.
^정부의 사과, 생계대책 마련, 수사기록 공개를 바라는 유족들의 요구는 어느 것 하나 부당한 것이 없어 보인다. 멀쩡한 사람을 죽게 한 것이 경찰의 강제진압이었고, 그로 인하여 생계대책이 없어졌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수사기록을 보자는 요구의 어디가 부당한가.
^행정책임은 지방자치단체의 일이고, 보상 문제는 재개발 조합의 일이니 직접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정부가 몸을 사리는 동안 문제는 더 커졌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어떤 화약고가 될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더 무서운 일은 지금도 제2, 제3의 용산참사 가능성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멀쩡한 고급주택들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되어 전국 곳곳에 집단민원이 일고 있다. 아파트는 선이고 단독주택과 저층건물은 악인가. 적법한 개인재산을 ‘다수주민이 원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철거가 용납되는 법률이 살아 있는 한, 용산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사유재산을 행정폭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예방의 첫 걸음이다.
( 문 창 재 논설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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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추석 날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갔다. 국회 청문회 때 한 약속을 지키는 모양새여서 많은 국민이 “잘 했다”고 평가하였다. 참사 현장에서 추석을 맞은 희생자 유족들 손을 잡고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위로한 것도 모처럼 희망을 걸게 하는 언사였다.
^참사 9개월이 다가오는 시점에 총리가 피해자들을 찾아가 ‘책임’을 입에 담았으니 일이 잘 풀려가겠구나 싶다. 감정이 복받쳐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몇 자 적어왔다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은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느냐”고 위로한 말과 표정에 진정성이 묻어났다.
^피해자들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데 실망하면서도, 해결을 위해 총리실에 연락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대 반 우려 반’ 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는 증좌라 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정부와 집권당 내부에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유감이다. 취임하자마자 민생현장으로 달려간 총리의 행보가 ‘약속장에 도장 찍는 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 반쪽짜리 기대나마 마저 꺾어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신뢰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지난 1월 20일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생업의 터전을 잃게 된 상인들의 농성현장을 강제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 용산참사다. 30여명의 철거 상인들이 철거대상 건물 옥상에 농성장을 만들고 정당한 보상과 생계대책을 요구하고 나선지 25시간 만에, 공중으로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게릴라 토벌하듯 하다가 일어난 사건이다.
^원인과 경과야 어떻게 되었건,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한다면 정부가 마땅히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는가. 먹고살기 어려운 영세민들을 굶어죽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 정부의 책임일진대, 생계대책을 요구하다가 죽고 다친 사람들과 그 유족에 대한 뒤처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
^참사가 일어난 뒤 정부는 사고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뒤집어 씌워, 농성장에서 살아나온 사람과 농성 주도자들을 구속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 하였다. 과잉진압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가해자 측으로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철거 용역회사 직원 몇 사람이 구속 기소되었을 뿐이다.
^누가 보아도 부당한 이런 처사에 분격한 유족들과 지지자들이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 세월이 9개월이다. 부자가 같이 농성을 하다가 아버지는 죽고 아들은 탈출하다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아들이 병상에서 경찰에 끌려가 구속되어, 설과 추석을 감옥에서 지낸 것이 용산참사의 실상이다.
^유족들은 아직 죽은 이들의 장례식도 치르지 못 하고 있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이대로 갈 태세다. 누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하는가.
^정부의 사과, 생계대책 마련, 수사기록 공개를 바라는 유족들의 요구는 어느 것 하나 부당한 것이 없어 보인다. 멀쩡한 사람을 죽게 한 것이 경찰의 강제진압이었고, 그로 인하여 생계대책이 없어졌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수사기록을 보자는 요구의 어디가 부당한가.
^행정책임은 지방자치단체의 일이고, 보상 문제는 재개발 조합의 일이니 직접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정부가 몸을 사리는 동안 문제는 더 커졌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어떤 화약고가 될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더 무서운 일은 지금도 제2, 제3의 용산참사 가능성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멀쩡한 고급주택들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되어 전국 곳곳에 집단민원이 일고 있다. 아파트는 선이고 단독주택과 저층건물은 악인가. 적법한 개인재산을 ‘다수주민이 원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철거가 용납되는 법률이 살아 있는 한, 용산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사유재산을 행정폭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예방의 첫 걸음이다.
( 문 창 재 논설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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