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내쫓는 뉴타운 이대론 안된다]“옥탑방에라도 살 수만 있다면”

왕십리 뉴타운 거주자 한동수씨

지역내일 2009-10-16 (수정 2009-10-16 오후 1:02:55)

빨리 내보내려고 집주인이 단전·단수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구역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지역 한 쪽 큰 길에 문을 연 금속공업사 몇 곳만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
지금은 중랑구 면목동에 살고 있는 한동수(54)씨가 왕십리로 이사를 간 건 7년 전이었다.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왕십리에 살고 있던 누님께 기대기 위해서였다.
한씨는 “돈이 부족해 세 가족이 지낼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왕십리 옥탑방을 구해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씨가 구한 옥탑방은 보증금 100만원에 다달이 25만원씩 내는 월세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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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1구역은 2002년 10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1차 뉴타운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한씨는 그곳에서 떠나야 했다. 이곳에 거주하던 가구가 1775가구였지만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1702세대로 단순 계산해도 73가구가 쫓겨나야 한다.
한씨 가족처럼 보금자리에서 쫓겨나야 하는 가구가 2012년까지 6만가구가 넘는다. 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멸실가구보다 새로 공급되는 세대가 적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서 새로 짓는 집에 들어간다고 해도 최소한 2~3년은 더 걸려야 한다. 서울시내 집값과 전세값 상승의 원인이다.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버리고 난 뒤 밤이 되면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동네가 컴컴했다. 아들은 군대에 가 있고 한씨가 밤에 택시운전을 하러 나가면 부인 혼자 집에 남아있어야 했다. 밤새 혼자 집을 지키던 부인은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집주인은 남아 있던 한씨 가족을 빨리 내보내려고 전기도 끊어버리고 수도도 막아버렸다. 한씨 가족은 비록 옥탑방이었지만 정든 보금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씨는 “다들 떠나버린 동네에 우리 가족만 남아있자니 노숙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결국 한씨는 지난 5월 면목동의 옥탑방으로 이사를 했다. 이주비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한씨는 “구청에 가서 알아봤더니 집주인이 물탱크가 있던 자리를 불법개조한 것이어서 이주비를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다들 정든 곳이라 멀리 떠나려 하지 않지만 늦게 나갈수록 주변 집값이 더 올라간다”면서 “나처럼 늦게까지 버티다 나온 사람은 더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힘들게 이사 온 면목동에도 뉴타운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한씨는 “다행히 우리가 사는 집은 뉴타운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소원 김선일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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