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일동중학교에서 근무하다 이곳 일산공고 국어교사로 부임한 문 단 교사는 담임을 맡고 있는 전자과 2학년 2반 학생들과 함께 한 지난 학기를 생각하며 반성에 젖는다.
지금도 포천 제자들은 스승의 날이면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로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주고, 반창회도 일산에서 한다. 미니올림픽 야영 캠프파이어 등을 해가며 정을 쌓았던 포천 제자들과의 아름다운 추억.
그러나 그는 추억속에 빠져 무뚝뚝한 지금의 학생들과 비교한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하던 자신이 정작 달라진 환경에 마음을 열지 못한 것을 뒤돌아 보며 다음학기에는 더 많은 사랑을 쏟아 부으리라 다짐도 해본다. 매년 방학이면 띄었던 편지도 올해는 꽉 짜여진 연수 때문에 보낼 수 없어 더 미안하다는 문 교사. 그가 이렇게 마음을 전한다.
'보고싶은 우리 2반에게'
어느덧 방학도 다 지나가고 있다. 이제 1주만 있으면 너희들 얼굴을 볼 수 있겠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가 서로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네. 처음 만나 서로 어색해 하며 쳐다보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선생님은 요즘 연수를 받느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매일 서울로 오고 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단다. 연수가 아니었다면 늦잠 자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 하하. 너희들이 나 대신 혹시 매일 같이 늦잠 자느라 정신없이 방학을 보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처음에 새벽에 나가보고서는 깜짝 놀랬다. 왜냐구? 새벽 6시에도 일어나 뭔가를 향해서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거든. 그 동안 난 참 나태하고 편하게 살았다는 반성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중략)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항상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고민이 있었어. '과연 5년, 10년, 20년 후의 나의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지. 그 땐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 물론 지금도 그런 불안을 떨치고 살고 있다고 볼 순 없겠지? 아마 우리 모두의 영원한 숙제겠지...
너희들 눈을 가만히 보다 보면, 그 때의 내 모습을 보곤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들며 지켜 볼 수밖에. 너희들이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를 소원할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너희 자신이거든. 그 어떤 훌륭한 학자도 하나의 씨앗을 보고, 어떤 나무로 자랄지 장담할 수 없겠지. 물을 빨아들이고, 땡볕을 견디고, 흙을 움켜지는 튼튼한 나무가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씨앗을 품고 있는 너희만이 알겠지. 부디 내가 사랑하는 너희들이 그런 나무가 되길 바란다.
이제 더위가 한 풀 꺾이고, 따가운 모기들도 영 힘이 없어 보인다. 개학해서 우리가 만나면, 우린 매일매일 싸우고 아끼면서 세월을 만들어 가겠지. 우리만 아는 이야기들 말이다. 나중에 서로 학교 밖에서 만나 웃으면서 인사하는 우리가 되기 위해, 지금 서로 많이 웃어주자. 그 때 어색해하지 않도록 말이다. 웃는 얼굴로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주에 만나자.
너희들 모두를 사랑하는 선생님이...
전미정 리포터 flnar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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