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회한과 충고
유승삼 (언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시 순수하고 솔직하며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었음을 재확인한다. 21일 출간된 미완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 곳곳에는 그의 피 맺힌 회한과 충고들이 담겨 있다.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 비전2030은 국민에게 인사도 못하고 보수화의 바람에 묻혀버렸다. 목표는 2020년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까지 중도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이란 대목에선 좌절된 꿈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여야 구별없이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은 이것이다.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준비된 조직도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 사회가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개혁을 하려고 한 무리한 욕심이 실패와 오류의 원인이다.”
지금 손꼽히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들은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무려 45.8%의 압도적 우위를 나타냈다. 2위 유시민이 고작 4.8%, 3위 정몽준이 3.5%였다.
허망한 것은 그 박 전 대표가 국민들에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침묵’과 ‘미소’뿐이라는 점이다.
이미지만 만드는 대선주자
박 전 대표는 마치 “가만히 있으면 본전은 간다”는 세속의 처세술을 실천이라도 하는 양 궂은 일은 철저히 피하고 마른 땅만 밟고 있다.
얼마 전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특사 제의는 냉큼 수락해 헝가리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모양을 내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보도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 배울 점 많은 나라들에서, 그 모처럼의 기회에 장차 자신에게 주어질지도 모를 책임을 저울질하며 고민을 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미소’뿐이었다.
오바마의 오늘이 하루아침에, 그저 마른 땅만 밟아 오다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청년시절부터 편한 자리를 마다하고 빈민가 지역사회 공동체 조직가로 활동하며 서민들의 아픔을 체득했다.
주 상원의원 등을 지내면서는 육아재정 확대, 사회보장제도의 개선, 인종차별문제 해결, 이민자 차별 시정, 재래식 무기통제, 이라크 전쟁 등처럼 의견이 대립되는 첨예한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입장을 명확히 밝히며 국가경영 능력을 쌓아갔다.
미국만 해도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정책 정당으로서의 역사와 전통이 확립돼 있다. 준비 안 된 사람도 대통령직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과 제도요, 정치적 시스템과 관행이기 때문이다. 레이건처럼 좀 모자라는 사람도 공화당 지지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게 없다. 정당들은 그저 권력 쟁취의 통로요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개인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제도적 기반도 없는데 개인적인 준비마저 없다면 불행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되고 마는 것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선호도는 1.7%이다. 그는 “반성과 자숙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수원 장안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성과 자숙을 하는 걸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국민이 바라는 건 결코 ‘참선’이 아니다. 삶의 고달픔을 덜어줄 구체적인 지혜와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그저 강원도에서 칩거만 하고 있으니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와는 또 다른 종류의 침묵과 회피이다.
국민의 삶이 고통스럽고 희망조차 갖지 못하는 것은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도 현실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보수진영의 이론가인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진보는 정책이 없고 보수는 철학이 없다’고 말했다. 흔히 하는 수사법이지만 틀렸다. 정답은 ‘진보도, 보수도 정책이 없다’이다.
그런 그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만 하고 대안적 행동을 안 하는 건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가예산을 짤 수 있는가?
정치인의 연예인화가 지나치다. 그저 좋은 이미지만 꾸며내 권력을 쥐려 든다. 국가 예산서를 짤 수 있을 정도의 국가경영 경륜과 지식을 쌓아야 한다. 새도우 캐비넷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된 조직도 있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실패가 거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모두들 ‘화장’만 하려 들지 말고 ‘열공’해야 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유승삼 (언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시 순수하고 솔직하며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었음을 재확인한다. 21일 출간된 미완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 곳곳에는 그의 피 맺힌 회한과 충고들이 담겨 있다.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 비전2030은 국민에게 인사도 못하고 보수화의 바람에 묻혀버렸다. 목표는 2020년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까지 중도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이란 대목에선 좌절된 꿈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여야 구별없이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은 이것이다.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준비된 조직도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 사회가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개혁을 하려고 한 무리한 욕심이 실패와 오류의 원인이다.”
지금 손꼽히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들은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무려 45.8%의 압도적 우위를 나타냈다. 2위 유시민이 고작 4.8%, 3위 정몽준이 3.5%였다.
허망한 것은 그 박 전 대표가 국민들에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침묵’과 ‘미소’뿐이라는 점이다.
이미지만 만드는 대선주자
박 전 대표는 마치 “가만히 있으면 본전은 간다”는 세속의 처세술을 실천이라도 하는 양 궂은 일은 철저히 피하고 마른 땅만 밟고 있다.
얼마 전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특사 제의는 냉큼 수락해 헝가리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모양을 내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보도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 배울 점 많은 나라들에서, 그 모처럼의 기회에 장차 자신에게 주어질지도 모를 책임을 저울질하며 고민을 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미소’뿐이었다.
오바마의 오늘이 하루아침에, 그저 마른 땅만 밟아 오다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청년시절부터 편한 자리를 마다하고 빈민가 지역사회 공동체 조직가로 활동하며 서민들의 아픔을 체득했다.
주 상원의원 등을 지내면서는 육아재정 확대, 사회보장제도의 개선, 인종차별문제 해결, 이민자 차별 시정, 재래식 무기통제, 이라크 전쟁 등처럼 의견이 대립되는 첨예한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입장을 명확히 밝히며 국가경영 능력을 쌓아갔다.
미국만 해도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정책 정당으로서의 역사와 전통이 확립돼 있다. 준비 안 된 사람도 대통령직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과 제도요, 정치적 시스템과 관행이기 때문이다. 레이건처럼 좀 모자라는 사람도 공화당 지지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게 없다. 정당들은 그저 권력 쟁취의 통로요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개인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제도적 기반도 없는데 개인적인 준비마저 없다면 불행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되고 마는 것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선호도는 1.7%이다. 그는 “반성과 자숙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수원 장안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성과 자숙을 하는 걸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국민이 바라는 건 결코 ‘참선’이 아니다. 삶의 고달픔을 덜어줄 구체적인 지혜와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그저 강원도에서 칩거만 하고 있으니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와는 또 다른 종류의 침묵과 회피이다.
국민의 삶이 고통스럽고 희망조차 갖지 못하는 것은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도 현실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보수진영의 이론가인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진보는 정책이 없고 보수는 철학이 없다’고 말했다. 흔히 하는 수사법이지만 틀렸다. 정답은 ‘진보도, 보수도 정책이 없다’이다.
그런 그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만 하고 대안적 행동을 안 하는 건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가예산을 짤 수 있는가?
정치인의 연예인화가 지나치다. 그저 좋은 이미지만 꾸며내 권력을 쥐려 든다. 국가 예산서를 짤 수 있을 정도의 국가경영 경륜과 지식을 쌓아야 한다. 새도우 캐비넷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된 조직도 있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실패가 거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모두들 ‘화장’만 하려 들지 말고 ‘열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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