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이래서야 정쟁 중단 되겠나(이대우 2001.08.01)
이대우 부산대학교 교수
국민들은 한국정치에 조기(弔旗)를 단 지가 오래되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내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정치임을 감안한다면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될지도 모르지만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감은 이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선거란, 그 의미는 엄숙하지만 후보와 유권자간의 행태는 기묘한 장난 같은 것이어서 선거철에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잘한다. 남대문 시장에 가서 “골라요, 골라요”도 해보고, TV에 출연해 연예인과 제법 유머 있는 광경도 연출하고, 시장 통에서 막걸리를 마셔보기도 한다. 그러나, 당선이 되고 나면 그 날부터 당선자들은 유권자들 머리 위에 군림하고 자기들 편의대로 국민을 몰아간다. 군림하는 정도는 그 나라 정치인들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법과 행태로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정치인들은 근본적으로 인문학적 바탕 위에 선 인격과 사명감이 없기 때문에, 단순 권력사냥의 마법에 걸려 그저 으시대고 무소불위로 권력활용에 나선다. 그러기 위해서 정당은 패거리 정치로 전락하고 정치문화는 두목을 중심으로 한 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패거리 문화로 둔갑한다. 창조적 욕망은 파괴적 욕망으로 바뀌고 파괴적 욕망은 무차별 공격성향으로 나타난다. 공격성향의 내면엔 권력의 유지와 권력의 축제를 위한 ‘본능적 소유욕’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품위도 필요 없고 사람으로서의 ‘격(格)’도 필요 없다. 오로지 권력의 밤은 깊어 누가 건드리면 성난 개미집단처럼 싸움터로 달려나가 손에 쥐이는대로 무기를 들고 살기가 등등한 살벌한 분위기를 만든다.
끝없는 정쟁, 정치권 탐욕의 권력욕에 뿌리
바로 여기서 언어의 폭력이 자행되고 상대편을 인정하는 마음은 실종된다. “가당챦은 놈” “X같은---” “정신분열증환자” “사이비 정치꾼” “정육점 아저씨의 심장수술” “목포 앞바다에 목이 둥둥” 등의 ‘엽기적 언어’가 난무한다. 그리고 정치의 전장엔 야만의 깃발이 꽂힌다.
객석엔 이미 관객은 떠나고 없는데 그들은 이전투구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막간의 휴식이 오면 폭탄주를 돌려가며 그날의 전과를 점검하고 또 거치른 말들을 뿜어낸다. 그리고는 기자들이 오면 흔히 취중 발언으로 호도하고 사석임을 강조한다.
이리하여 한국정치에선 적장에 대한 예우도 없고 상대편 진영에 대한 최저한의 예의도 없다. 그러고도 국민 앞에 나타나면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논하고 민족과 국가 그리고 통일을 외쳐댄다
이와 같이 정쟁의 뿌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념과 비전 없이 권력을 천년만년 향유하려는 탐욕스러운 권력욕에서 나온 것이다.
정쟁중단 선언은 오히려 집권 여당에서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도 야당에서 정쟁중단 선언이 나온 것이 부끄럽지 않는가. 언론문제, 대북 문제 갈등, 건강보험 문제, 의약분업, 공적 자금 투입문제와 같은 정쟁의 빌미를 정부와 집권여당이 주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의 정치 흐름을 상호가 ‘정쟁’으로 받아들인 것은 이것이 정치가 아니고 하나의 의식 없는 ‘양아치 집단의 말싸움’정도로 저급한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즉각 합리적 정신과 혼으로 한국정치를 일으켜 세우려는 감동적인 수사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확대 간부 회의에선 사람들의 입에서 “그 동안 야당은 국민의 불안감 조성에 주력해 왔다”고 주장하고 “경제에 대해선 공세차원이 아니라 저주를 퍼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공격적 반응이 나왔다. 또 30일자 민주당보에선 조선, 동아를 ‘일제주구’로 몰아붙이는 기사를 실얻다고 한다. 이래서야 정쟁이 어찌 중단되겠으며 정치는 국민과 멀어져 갈수록 태산이다.
영수회담 열어 국론통합 방책 세우라
정쟁 중단의 공이 여당으로 갔으면 집권여당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금도와 비전 있는 반응을 보여 주었어야 했다. 민주당의 대(對) 야당 제의나 확대 간부회의의 정쟁중단 합의논의가 물론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정쟁중단 합의에 대한 반응을 보면 정쟁중단 합의를 금방이라도 파괴 할 수 있는 ‘악성 지뢰’들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그런지 정쟁중단 합의가 오히려 정쟁중단의 중단으로 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신뢰는 벌써부터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공통분모로 등장한 정쟁중단 합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려면 여야 모두가 나라와 겨례를 위한 맑은 혼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총재는 영수회담을 열고 우선 국론 통합에 대한 방책을 논의해 제시해야 하고 특히 언론문제와 경제문제, 그리고 대북문제에 대한 기탄 없는 대화를 통해 황무지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번에 정쟁중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국정치의 갈 길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고 국론분열을 치유하기는 대단히 힘들 것이다.
이대우 부산대학교 교수
신문로>
이대우 부산대학교 교수
국민들은 한국정치에 조기(弔旗)를 단 지가 오래되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내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정치임을 감안한다면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될지도 모르지만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감은 이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선거란, 그 의미는 엄숙하지만 후보와 유권자간의 행태는 기묘한 장난 같은 것이어서 선거철에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잘한다. 남대문 시장에 가서 “골라요, 골라요”도 해보고, TV에 출연해 연예인과 제법 유머 있는 광경도 연출하고, 시장 통에서 막걸리를 마셔보기도 한다. 그러나, 당선이 되고 나면 그 날부터 당선자들은 유권자들 머리 위에 군림하고 자기들 편의대로 국민을 몰아간다. 군림하는 정도는 그 나라 정치인들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법과 행태로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정치인들은 근본적으로 인문학적 바탕 위에 선 인격과 사명감이 없기 때문에, 단순 권력사냥의 마법에 걸려 그저 으시대고 무소불위로 권력활용에 나선다. 그러기 위해서 정당은 패거리 정치로 전락하고 정치문화는 두목을 중심으로 한 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패거리 문화로 둔갑한다. 창조적 욕망은 파괴적 욕망으로 바뀌고 파괴적 욕망은 무차별 공격성향으로 나타난다. 공격성향의 내면엔 권력의 유지와 권력의 축제를 위한 ‘본능적 소유욕’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품위도 필요 없고 사람으로서의 ‘격(格)’도 필요 없다. 오로지 권력의 밤은 깊어 누가 건드리면 성난 개미집단처럼 싸움터로 달려나가 손에 쥐이는대로 무기를 들고 살기가 등등한 살벌한 분위기를 만든다.
끝없는 정쟁, 정치권 탐욕의 권력욕에 뿌리
바로 여기서 언어의 폭력이 자행되고 상대편을 인정하는 마음은 실종된다. “가당챦은 놈” “X같은---” “정신분열증환자” “사이비 정치꾼” “정육점 아저씨의 심장수술” “목포 앞바다에 목이 둥둥” 등의 ‘엽기적 언어’가 난무한다. 그리고 정치의 전장엔 야만의 깃발이 꽂힌다.
객석엔 이미 관객은 떠나고 없는데 그들은 이전투구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막간의 휴식이 오면 폭탄주를 돌려가며 그날의 전과를 점검하고 또 거치른 말들을 뿜어낸다. 그리고는 기자들이 오면 흔히 취중 발언으로 호도하고 사석임을 강조한다.
이리하여 한국정치에선 적장에 대한 예우도 없고 상대편 진영에 대한 최저한의 예의도 없다. 그러고도 국민 앞에 나타나면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논하고 민족과 국가 그리고 통일을 외쳐댄다
이와 같이 정쟁의 뿌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념과 비전 없이 권력을 천년만년 향유하려는 탐욕스러운 권력욕에서 나온 것이다.
정쟁중단 선언은 오히려 집권 여당에서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도 야당에서 정쟁중단 선언이 나온 것이 부끄럽지 않는가. 언론문제, 대북 문제 갈등, 건강보험 문제, 의약분업, 공적 자금 투입문제와 같은 정쟁의 빌미를 정부와 집권여당이 주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의 정치 흐름을 상호가 ‘정쟁’으로 받아들인 것은 이것이 정치가 아니고 하나의 의식 없는 ‘양아치 집단의 말싸움’정도로 저급한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즉각 합리적 정신과 혼으로 한국정치를 일으켜 세우려는 감동적인 수사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확대 간부 회의에선 사람들의 입에서 “그 동안 야당은 국민의 불안감 조성에 주력해 왔다”고 주장하고 “경제에 대해선 공세차원이 아니라 저주를 퍼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공격적 반응이 나왔다. 또 30일자 민주당보에선 조선, 동아를 ‘일제주구’로 몰아붙이는 기사를 실얻다고 한다. 이래서야 정쟁이 어찌 중단되겠으며 정치는 국민과 멀어져 갈수록 태산이다.
영수회담 열어 국론통합 방책 세우라
정쟁 중단의 공이 여당으로 갔으면 집권여당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금도와 비전 있는 반응을 보여 주었어야 했다. 민주당의 대(對) 야당 제의나 확대 간부회의의 정쟁중단 합의논의가 물론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정쟁중단 합의에 대한 반응을 보면 정쟁중단 합의를 금방이라도 파괴 할 수 있는 ‘악성 지뢰’들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그런지 정쟁중단 합의가 오히려 정쟁중단의 중단으로 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신뢰는 벌써부터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공통분모로 등장한 정쟁중단 합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려면 여야 모두가 나라와 겨례를 위한 맑은 혼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총재는 영수회담을 열고 우선 국론 통합에 대한 방책을 논의해 제시해야 하고 특히 언론문제와 경제문제, 그리고 대북문제에 대한 기탄 없는 대화를 통해 황무지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번에 정쟁중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국정치의 갈 길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고 국론분열을 치유하기는 대단히 힘들 것이다.
이대우 부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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