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그린 투모로우

지역내일 2009-11-18
그린 투모로우
김수종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녹색’은 시대를 상징하는 화두다. 12월이 되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세계는 전례 없던 ‘녹색의 소란’ 속에 파묻힐 것이다.
녹색 화두의 핵심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무지 어려운 일이다. 우리 문명시스템이 값싼 화석연료 위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입으로 떠들고 법이나 만들면 되지만, 기술에 투자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은 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되는 일이다. 기업은 현재 이익이 나오거나 미래에 큰 이익이 예상돼야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투자할 것이다.
최근 삼성물산이 ‘화석연료 제로’ 주택을 선보였다. 삼성물산은 이 실험주택에 ‘그린 투모로우’(Green Tomorrow)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실제 구경하지 못했지만, 뉴스에 보도된 내용만 보아도 용인시 동백지구에 지은 이 주택은 이름만큼이나 아주 미래지향적이다.
화석연료를 전혀 안 쓰는 주택이 어떻게 가능할까. 에너지의 원천인 태양광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설계가 그 핵심이다. 즉 자연조명과 태양열 확보를 위해 건물을 정남향과 장방형으로 설계하고, 3중 창호와 현관의 이중시스템 및 옥상녹화로 에너지 단열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실험주택에서는 기존 주택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56퍼센트나 줄었다.

화석연료 쓰지 않는 주택
나머지 44퍼센트의 필요한 에너지 수요는 자체 생산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게 된다. 그린 투모로우는 전기자동차 충전설비도 갖추고 있다고도 한다. 에너지 효율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자재로 재생 목재와 바이오융합자재 같은 마감재를 사용하는 명실상부한 친환경 주택을 선보인 것이다. 이 집을 짓는 데 동원된 친환경기술이 모두 68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삼성물산은 이 주택을 선보이면서 미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인증 플래티넘’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있다. 사실 자랑할 만하다. LEED인증 제도를 주관하는 기구는 민간단체인 미국친환경빌딩위원회인데, 이 기구의 권위는 미국 정부보다 훨씬 높다.
환경의 질, 자재사용, 에너지 효율성, 물 이용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건물에만 LEED인증이 주어진다. 인증은 4등급으로 되어 있는데 플래티넘이 최상위다. 미국에서도 LEED인증 플래티넘을 받은 빌딩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극소수이다.
공사비는 얼마나 들까. 삼성측에 따르면 기존 주택이 평당 700만원인데 비해 이 실험주택은 1000만원이다. 초기 투자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갖는 경제성이 관건이다. 비싼 건축단가는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우리나라같이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많은 곳에서는 상용화에 더욱 어려움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그린투모로우의 친환경기술을 아파트와 사무용 빌딩 건축에도 적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린 투모로우’ 얘기를 들으면서 도요타가 생산하는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가 떠올랐다. 프리우스는 휘발유 엔진과 전기배터리를 최적상태로 사용함으로써 에너지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프리우스가 다른 차들과 다른 것은 에너지를 소비함과 동시에 생산한다는 점이다. 즉 브레이크를 밟을 때, 그리고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생기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휘발유 연료대신 사용할 수 있다. 프리우스는 1997년 출시한 이래 작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는데, 그 판매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인간은 자동차와 주택을 에너지를 소비하는 존재로만 그냥 두지 않는다는 게 미래학자와 과학기술자들의 꿈이다. 자동차와 주택이 에너지 생산자의 역할을 하게 되면 주택과 자동차가 서로 충전케이블로 연결되어 전력을 주고받으며 효율적인 에너지 순환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프리우스와 ‘그린투모로우’에서 그 그림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요의 80퍼센트 이상, 전력 생산의 60퍼센트를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가정의 에너지원은 석유 천연가스 전기다. 구조적으로 화석연료에 묶여 있다. 집이 커지고 가전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에너지는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펑펑 공기 속으로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도 녹색으로 간다
주택을 포함한 빌딩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기체 양이 어마어마하다. 미국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8퍼센트가 주택 및 상업용 건물에서 나온다. 대도시를 가진 선진 국가들은 빌딩의 온실기체 배출을 줄이는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계기로 불어닥칠 이산화탄소 감축 이슈는 필연적으로 한국을 압박해올 것이며, 저탄소 건축은 필연적으로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다. 주택시장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은 세계 환경이슈의 추세에 민감하다. 주택 시장도 녹색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앞서 읽었고, 그 결과 나온 것이 ‘그린 투모로우’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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