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4

지역내일 2009-12-02
남들은 저를 보고 쓸쓸하다 합니다
해거름이 깔리는 저녁
미루나무숲을 따라갔기 때문이지요

남들은 저를 보고 병들었다 합니다
매연에 찌들려 저의 얼굴이
검게 탔기 때문이지요

저는 쓸쓸한 적도 병든 적도 없습니다
서둘러 그들의 도시를
지나왔을 뿐입니다

제게로 오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제게서 가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그들의 눈 속에 흐르는 눈물입니다

- ‘강1’. 이성복


낙동강 4

낙동강 금빛모래가 다 사라지고 나면
건교부 보고서도 “골재채취로 낙동강 하상 1.8m 저하” … 골재선별 오탁수도 문제

‘삼강주막’으로 유명한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三江里)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 세 줄기 강의 물뿌리는 모두 백두대간에 닿아 있다. 낙동강 본류는 백두대간 싸리재(1268m·태백시)에서, 내성천은 구룡산(1345m·봉화군)에서, 금천은 대미산(1115m·문경시)에서 발원한다.
세 강의 합수지점인 백포나루 낙동강 물빛은 여전히 티없이 맑다. 강변 모래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그대로다. 수질도 연평균 1급수를 유지한다.
영강은 문경 일대의 폐광지역을, 낙동강 본류는 태백과 석포, 안동을 거쳐 내려왔고, 내성천도 영주와 예천을 통과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맑은 물빛을 유지할까? 상류지역의 수많은 오염원들을 거쳐왔지만 풍부한 모래톱과 습지를 지나는 동안 낙동강은 ‘자정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맑게 지켜온 것이다.
낙동강은 모래의 강이다. 낙동강의 특징은 금빛 모래톱이다. 흔히 강에는 강물만 흘러가는 줄 알지만 하상의 모래도 강물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내려간다. 강물과 모래가 함께 흘러가는 걸 자세히 보고 싶다면 내성천이 낙동강을 만나기 전 회룡포마을을 한바퀴 휘감아 도는 뿅뿅다리를 건너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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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와 황토는 수질 정화작용이 뛰어난 물질이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도 모래를 통과시켜서 만든다. 염소 소독 공정을 빼면 다 모래로 여과시켜 흐린 강물을 맑게 만드는 과정이다.
낙동강이 웬만한 오염에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비법은 바로 모래의 여과작용이다. 그러나 정작 오염의 늪에 빠져 있는 낙동강 하류에는 이런 온전한 모래톱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골재채취에 나서는 바람에 강바닥까지 다 파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채취장이 보이는 곳을 지나 하류로 가면 물빛은 영락없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골재채취는 수질악화는 물론 안정된 수생 수변 동식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다. 아무리 자정능력이 뛰어난 모래라고 해도 이렇게 뒤집어놓으면 머금었던 오염물질을 토해놓지 않을 재간이 없다.
게다가 강물 속에서 채취한 골재를 자갈과 모래로 분리한 뒤 거기서 쏟아지는 폐수를 그대로 강으로 쏟아내는 곳들도 많다. 더욱이 진공펌프식 흡입기계로 강바닥에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놓으면 각종 오염물질들이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쌓여 여름철 부영양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골재채취가 유속이 느린 구미 이남의 낙동강 중·하류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2009년 7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낙동강수계 하천정비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경북에서 대구까지 낙동강 수계에서 골재채취 허가량은 △칠곡군 1708만6000㎥(루베) △구미시 1081만2000㎥ △고령군 614만㎥ △상주시 586만2000㎥ 등이다.
이런 골재채취의 영향으로 낙동강의 하상은 80년대 이후 평균 1.8m 정도 내려간 상태다. 국토부의 동 보고서를 보면 하상저하 높이는 △하구둑~낙동강대교 -1.28m △낙동강대교~양산 낙동강교 -1.90m △양산 낙동강교~미전천 합류부 -1.32m △미전천 합류부~청도천 합류부 -2.30m △청도천 합류부~임해진 -1.28m △임해진~금호강 합류부 -1.88m △금호강 합류부~감천 합류부 -1.12m 등이다.
낙동강에서 하상이 높아진 곳은 거의 최상류 구간인 △삼강나루(내성천 합류부)~안동시(반변천 합류부) 0.05m밖에 없다. 그것도 겨우 5cm에 불과한 높이다. 반면 일부 구간의 경우 제일 깊은 하상이 △1980년대 -6.16m △90년대 -9.60m △2009년 -17.65m까지 낮아진 곳도 있었다.
4대강살리기 마스터플랜은 낙동강에서 ‘하도정비-퇴적토 준설(4억4000만㎥)을 통해 홍수조절능력 6억1000만톤을 늘린다’고 했는데, 실제 낙동강은 퇴적토가 쌓일 틈이 없을만큼 골재채취가 일상화된 곳이다.
관동대 토목학과 박창근 교수는 “본류구간 준설과 보 건설의 목표는 ‘홍수피해 저감과 가뭄 대비 물 확보’인데, 실제 홍수와 가뭄 피해는 99%가 낙동강 본류가 아니라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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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질이다. 하상을 낮추고 여기에 보를 막아 물을 가두기 전까지, 하상정비(준설) 공사기간 동안 낙동강 수질은 어떻게 될까?
준설은 크게 육상준설과 수중준설로 나뉜다. 육상준설은 물 밖에서 불도저(33톤)로 토사를 채취한 뒤 로더(2.87㎥)를 이용해 덤프트럭(15톤)에 실은 다음 강 밖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이 경우 수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수중준설은 수심에 따라 2m 이내는 가물막이 후 육상준설(반체절준설)을 하고, 2m 이상 깊은 곳은 진공흡입식 준설선을 이용해 물과 골재를 함께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유압식펌프 등 친환경 수중준설공법을 통해 수중탁수 발생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진공흡입식 준설선으로 하상골재를 빨아들일 경우 오탁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절반만 진실이다.
준설선이 강물(70%)과 골재(30%)를 동시에 흡입한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이송해 육상 적치장에 다시 토해놓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물 흐름에 따라 굵은 자갈부터 미세한 점토 성분까지 골재의 비중선별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준설토 투기장에서 발생하는 부유토사 농도는 1000ppm이 넘는다.
가물막이 후 육상준설 방식으로 골재를 채취하는 경우에도 수분 함량이 40%에 이른다. 수분이 많이 포함된 골재는 곧바로 트럭으로 실어 나를 수 없다. 강과 가까운 곳에 임시 투기장을 만들고 3일 정도 물을 뺀 다음 이송해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오탁수 양도 시간당 8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낙동강 1공구(안동~대구 경북)의 경우, △육상준설 1억1200만㎥ △가물막이 후 반체절준설 4000만㎥ △수중준설 3900만㎥로 계획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최소 9억4000㎥의 오탁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골재채취 및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유토사(오탁수)에 대한 저감대책은 ‘다단계 침전저류지’와 ‘오탁방지망’이 전부다. 침전저류지의 경우 부유사 농도 저감효율 90%, 오탁방지망은 효율 50%를 가정해 예측한 결과, 낙동강 본류에 미치는 오탁수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2000마력급 준설선이 멀리 제방 밖 침사지까지 파이프라인으로 골재를 이송할 수 있을지, 제외지(하천구역 내)에 설치한 임시 침전지가 물에 잠길 경우 오탁수 영향은 어떻게 될지, 수많은 현장 변수에 대한 고려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산가톨릭대 김좌관(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장조사는 거의 없고 2003년부터 골재채취사업을 위한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단편적으로 조사된 내용을 짜깁기한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 건설과 준설 예산 10조원을 유보하고 이 돈을 차라리 사회복지에 쓰는 게 국가적으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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