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세대·지역·계층>
가족·세대 - 취학연령조정, 군복무연장, 김제동 퇴출, 외교폐지 논란
지역 - 세종시로 ‘지방 대 정부’ ‘지방+경기·인천 대 정부’ 전선 형성
계층 - 복수노조·전임자임금, 철도노조 파업, 부자감세, 빈부격차 확대
이명박 정부가 가족과 세대, 지역과 계층이라는 ‘4대 갈등축’에 부딪혔다. 국민 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정책이 다양한 층위의 전선을 만들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여권 내부에서도 ‘정무기능의 마비’라고 비판할 정도다.
◆수원 장안 패배원인도 ‘세대감성’ =
수원 장안 10·28재보선 패배를 두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선거 직후 “수원의 표심을 움직인 것은 김제동 논란이었다”는 보고서를 냈다. 방송인 김제동·손석희씨 프로그램 하차가 투표에 영향을 줬다는 응답이 유권자의 절반(45.7%)에 달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실제 성균관대 기숙사에 거주하는 대학생 유권자 3800여명은 투표율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세대감성’이 선거결과를 가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달 25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제시한 ‘취학연령 하향조정’은 또 다른 ‘세대 갈등축’이다. “그렇게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내느냐”로 요약되는 반발기류는 특히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 부모 연령대인 20~30대 여성들에게 집중됐다. 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조기취학에 대한 의견은 전체조사에서 반대(46.7%)가 찬성(32%)보다 14.7%포인트 많았지만 30대(66.2%)와 20대(62.3%) 여성의 반대가 심했다.
군복무기간 연장도 세대감성을 자극하는 쟁점이다. 국방부가 군복무단축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2개월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20대는 물론 군복무를 경험한 30대 남성들의 반발이 도드라지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시작된 외고폐지 논란도 고교 입학대상 자녀를 둔 40~50대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무기능 고장으로 정책 ‘급발진’ =
정운찬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시작된 세종시 수정논란은 지역갈등의 축이다. 원안고수를 주장하는 충청권과 정부의 갈등을 기본 축으로 역차별을 우려하는 나머지 지역이 가세하면서 ‘지방 대 정부’라는 대립각이 형성됐다. 2일 혁신도시의원모임 소속 여야 의원 12명이 세종시 특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경기·인천민심은 수도권기업의 세종시 유출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방+경기·인천 대 정부’로 전선이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 이후 개발비용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수도권 택지개발사업이 대거 중단되거나 재검토대상에 오른 것도 수도권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수도권 친이직계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농담 삼아 ‘세종시로 이사 가자’고 웃어넘겼지만 바닥민심은 심상찮다”며 “지방선거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둘러싼 긴장관계와 철도노조 파업,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완고한 태도는 노동계의 전면적 저항으로 번지고 있다.
빈부통계가 만들어진 이래 격차가 가장 커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갈등의 거대 축이다.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복지·교육예산으로 사용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대가 높은 4대강살리기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계층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친서민’ ‘중도실용’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에서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가족과 세대, 지역과 계층에 걸쳐 갈등을 유발하면서 한국사회 전반으로 전선을 확대, 이명박 정부 스스로 고립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선진화’라는 전진기어를 넣고 출발했지만 정무기능이라는 센서가 고장 나면서 ‘급발진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여권 내부의 시각이다.
친이직계 의원은 “민심의 흐름과 배치되는 의제를 병렬적으로 늘어놓은 채 ‘홍보가 부족하다’ ‘설득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치가 빠진 정책은 대학 속에 갖힌 이론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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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세대·지역·계층>
가족·세대 - 취학연령조정, 군복무연장, 김제동 퇴출, 외교폐지 논란
지역 - 세종시로 ‘지방 대 정부’ ‘지방+경기·인천 대 정부’ 전선 형성
계층 - 복수노조·전임자임금, 철도노조 파업, 부자감세, 빈부격차 확대
이명박 정부가 가족과 세대, 지역과 계층이라는 ‘4대 갈등축’에 부딪혔다. 국민 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정책이 다양한 층위의 전선을 만들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여권 내부에서도 ‘정무기능의 마비’라고 비판할 정도다.
◆수원 장안 패배원인도 ‘세대감성’ =
수원 장안 10·28재보선 패배를 두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선거 직후 “수원의 표심을 움직인 것은 김제동 논란이었다”는 보고서를 냈다. 방송인 김제동·손석희씨 프로그램 하차가 투표에 영향을 줬다는 응답이 유권자의 절반(45.7%)에 달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실제 성균관대 기숙사에 거주하는 대학생 유권자 3800여명은 투표율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세대감성’이 선거결과를 가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달 25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제시한 ‘취학연령 하향조정’은 또 다른 ‘세대 갈등축’이다. “그렇게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내느냐”로 요약되는 반발기류는 특히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 부모 연령대인 20~30대 여성들에게 집중됐다. 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조기취학에 대한 의견은 전체조사에서 반대(46.7%)가 찬성(32%)보다 14.7%포인트 많았지만 30대(66.2%)와 20대(62.3%) 여성의 반대가 심했다.
군복무기간 연장도 세대감성을 자극하는 쟁점이다. 국방부가 군복무단축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2개월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20대는 물론 군복무를 경험한 30대 남성들의 반발이 도드라지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시작된 외고폐지 논란도 고교 입학대상 자녀를 둔 40~50대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무기능 고장으로 정책 ‘급발진’ =
정운찬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시작된 세종시 수정논란은 지역갈등의 축이다. 원안고수를 주장하는 충청권과 정부의 갈등을 기본 축으로 역차별을 우려하는 나머지 지역이 가세하면서 ‘지방 대 정부’라는 대립각이 형성됐다. 2일 혁신도시의원모임 소속 여야 의원 12명이 세종시 특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경기·인천민심은 수도권기업의 세종시 유출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방+경기·인천 대 정부’로 전선이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 이후 개발비용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수도권 택지개발사업이 대거 중단되거나 재검토대상에 오른 것도 수도권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수도권 친이직계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농담 삼아 ‘세종시로 이사 가자’고 웃어넘겼지만 바닥민심은 심상찮다”며 “지방선거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둘러싼 긴장관계와 철도노조 파업,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완고한 태도는 노동계의 전면적 저항으로 번지고 있다.
빈부통계가 만들어진 이래 격차가 가장 커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갈등의 거대 축이다.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복지·교육예산으로 사용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대가 높은 4대강살리기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계층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친서민’ ‘중도실용’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에서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가족과 세대, 지역과 계층에 걸쳐 갈등을 유발하면서 한국사회 전반으로 전선을 확대, 이명박 정부 스스로 고립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선진화’라는 전진기어를 넣고 출발했지만 정무기능이라는 센서가 고장 나면서 ‘급발진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여권 내부의 시각이다.
친이직계 의원은 “민심의 흐름과 배치되는 의제를 병렬적으로 늘어놓은 채 ‘홍보가 부족하다’ ‘설득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치가 빠진 정책은 대학 속에 갖힌 이론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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