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칼럼]친환경과 넓은공간 집착증

지역내일 2009-12-09
친환경과 넓은공간 집착증
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도시형 생활주택. 우리들에게 익숙한 다세대 주택과 원룸, 기숙사 등을 묶어 지난봄부터 붙인 새 이름이다. 원룸이나 기숙사에서 오래 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독신이나 신혼부부들이 언젠가는 거기서 벗어날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잠시 기거하는 공간으로 이용할 뿐이다. 여기에다 ‘주택’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원룸이나 기숙사에도 다세대 주택과 함께 ‘주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들을 새로운 주거형태로 격상(?)시킨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생활이 가능한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제시했다는 것이 그렇다. 지금의 원룸이 주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좁지만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공간으로 변화한다면, 휑뎅그렁하게 넓은 집보다 원룸을 더 좋아하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우리는 ‘보다 넓은 집’을 향해 달리고 달리다 생을 마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은퇴한 노부부가 90평형 아파트에서 사는 모습은 겉보기에는 부러울지 모르지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사는, 온기 있는 생활은 아니다.

90평 아파트에 사는 노부부
정책당국은 도시의 주택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도시형 생활공간이라는 발상을 했다. 이것이 새로운 주거형태로 정착한다면, 주택난 해소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생각자체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좁은 생활공간은 개인의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의미는 위기에 빠진 지구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사실에 있다.
지난 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는 지구를 위기로 몰고 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는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끝나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각 나라의 감축량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녹녹치 않다. 2050년까지 현재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의 50% 이상을 줄이지 않으면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전 세계 배출량은 오히려 1990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세계 각국이 지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탄소제로 도시’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온실가스 감축은 왜 그리 어려운가? 우선 친환경에 대한 이해부족을 들 수 있다.
정부는 4대강을 가로막는 보의 디자인을 친환경적으로 건설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보에다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조형물, 이를 테면 낙동강 합천 보 위에 멸종 위기의 따오기 형상을 본 뜬 콘크리트 상징물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는 친환경이 아니라 콘크리트 덩어리를 하나 더 만들뿐이다.
주민 중심이 아니라 환경, 곧 지구 중심으로 보면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것 자체가 환경파괴의 결과이며, 엄청난 온실가스 배출을 예약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하여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원시적인 움막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큰 것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큰 자동차는 더 많은 쇠를 사용했고, 계속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낼 것이다.
큰 집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용하는 넓은 생활공간은 그대로 두고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소모만 줄이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공간자체를 줄임으로써 주택건설로 인한 자원의 소모와 주택 유지로 인한 에너지 소비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지구의 신음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이 쾌적하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리기에 충분한 공간이 어느 정도인가를 물어야 한다. 초고층 아파트나 고급 빌라의 가구당 100평 가까운 공간이 과연 다 사용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대기업 CEO 들의 운동장같이 넓은 사무공간이 왜 필요한가도 물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은?
우리는 이제부터 아파트 생활에 걸맞은 공동체 의식 쪽으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공동체라는 시각에서 보면, 아파트의 이웃과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이 분명히 있다.
공동 세탁실, 공동 응접실(휴게실), 심지어 서로의 생활을 공개하는 공동 부엌도 공동체 의식이 자라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집 안에서도 화장실을 여러개 두기 보다는 샤워실과 화장실을 분리하여 온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결코 쾌적한 생활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제시한 ‘좁은 생활공간’이라는 생각은 우리에게 새롭게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주고, 지구를 살리는 길을 여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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