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번가 AIG를 비롯해 미국의 금융사들이 건물을 팔고 뉴욕을 떠나고 있다. 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사들이 이익을 많이 냈지만 ‘허수’다. 정상화된 게 아니라 증권거래도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업무 전문가들도 실업에 허덕이고 있다. 직원을 줄이는 IB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직 ‘한겨울’이다.
음식업 등 중소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은 뉴욕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식당에 는 빈 자리 투성이였다. 한인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연말쯤이면 ‘쇼핑족’들이 몰려들지만 예전같지 않다. 성수기인데도 호텔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성수기엔 평상시보다 많이 올라가지만 올해는 짧은 기간동안 상승한 후 정상으로 내려왔다. 뉴욕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지 않다는 반증이다.
한국에서 20여년 전에 온 한 택시기사는 “여기 온 이후로 가장 어렵다”면서 “마구 발급해준 신용카드 문제, 부동산 문제가 여전히 소비를 묶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주택대출의 30%를 갚으라고 하니 죽을 맛”이라며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어서 중소기업들과 개인들의 자금사정이 매우 안 좋다”고 털어놨다. 경기가 회복되는 데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패션 거리인 5번가 메디슨가는 연말 할인대목으로 오랜만에 웃고 있다. 추수감사절에 있었던 대규모 할인판매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브로드웨이와 타임스 스쿼어도 관광객을 비롯한 문화 소비자들이 가득 메웠다. 뉴요커들의 주머니 사정이 조금 나아진 듯하다. 올 연말 분위기가 작년보다 낫다는 평가다. 이신형 산업은행 뉴욕지점 부지점장은 “미국은 지역마다 경기회복속도가 많이 다르다”며 “뉴욕은 그나마 금융 쪽이 조금 살아나면서 소비가 꿈틀거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 =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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