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지역내일 2010-01-04 (수정 2010-01-04 오전 7:47:15)
명퇴 후사업실패, 남은 건 은행빚


고령화라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사는 나라. 향후 40년내에 인구 10명 중 4명은 노인인 나라. 이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이러한 빠른 고령화는 잠재성장력 저하로 직결된다. 노동시장의 양과 질이 하락하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늙어가는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고령화된 인력을 재활용하는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나왔지만 제2의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노인이 많아질수록 성장력 저하는 물론이고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고령화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여 좀 더 계획적인 노후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내일신문은 늙어가는 한국경제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대안은 없는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올해 54세의 김 모씨. 김 씨는 ‘백수’로 산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수명 76세까지만 산다고 해도 22년이라는 세월이 남았지만 그때까지 백수 탈출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그의 마음을 휘감는다.
아내와 두 딸이 있지만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 지는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눈을 마주칠 때마다 식솔들의 눈빛이 ‘당신이 가장 맞느냐’, ‘나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느냐’고 묻는 듯해 마주칠 수가 없었다. 자존심은 남아서 아직 뭔가 해보겠노라고 친구들 주위를 어슬렁거리지만 돈도 지위도 없는 그에게 뭔가 새로운 기회가 생길 리는 만무하다.
처음부터 이런 한심한 상황은 아니었다. 97년도까지만해도 H보험사에 다니던 어엿한 가장이었다. IMF 환란으로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은 그를 비껴가지 않았다. 명예퇴직을 하고 회사를 나왔다. 퇴직 때까지 서울에 집을 마련하지 못했던 상태라 지방에 소유하고 있던 집을 판 돈과 퇴직금의 일부로 일단 집부터 마련했다. 직장도 없는 상태인데 전세 계약 때마다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을 마련한 후에도 퇴직금이 꽤 많이 남았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금을 대고 개발이익을 노리는 사업이었는데 사업초반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행사가 부도가 나면서 자신이 댔던 투자금을 홀랑 까먹고 말았다.
망연자실한 채 앉아있을 수만은 없어 다른 사업거리를 찾다가 사채사업을 하는 친척의 이야기에 솔깃했다. 자신이 아는 고객이 돈을 급하게 구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톡톡히 쳐주겠다는 것이다. 담보도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자기 집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아 친척이 안다는 고객에게 빌려주었다. 이번에는 신중을 기해 그 사람 소유의 빌딩을 담보로 잡았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더니 이번엔 그 고객도 부도를 냈다. 담보로 잡은 빌딩을 확인해 보니 자신이 1순위 채무자가 아니라 3순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개해준 친척에게 멱살잡이를 하며 따졌지만 중간에 소개해준 책임밖에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빚더미에 앉게 됐다.
생활이 어려워진 후 전업주부였던 아내가 화장품가게 종업원으로 취직했고 아내 월급으로 근근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1억 빚은 원금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이자만 겨우 갚고 있는 실정이다. 큰 딸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는 노후 준비는 꿈도 못 꾼다. 오늘도 하루하루 버티는 것에 감사하는 처지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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