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이주대책’ 발표, 인천시 사업재검토
주민들 “선거용 임시방편 불과 … 인식전환 필요”
‘용산참사’ 이후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재개발사업이 부동산경기 침체와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지자체들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개발이익’ 중심에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1월 20일 용산참사 1주년을 맞아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대안을 모색해 본다.
수도권 지자체들이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의 개선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순환개발방식’을 골자로 한 원주민 주거안정대책을 마련했고, 인천시는 주민이 반대하면 뉴타운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주거불안정에 따른 원주민 반발 등 ‘제2의 용산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기사 20면
그러나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처방이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며 ‘개발이익’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소득층 위한 주거대책 추진 =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주거환경 개선정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에 맡겼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 정비사업에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재개발사업 관련 정보가 망라된 홈페이지(cleanup.seoul.go.kr)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사업 투명성을 확보, 각종 비리를 차단하고 사업기간 단축 및 공사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로 쫓겨나야하는 서민들을 위한 주거대책도 내놨다. 세입자의 휴업보상금 지급 기준을 현행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리고, ‘주차장설치완화구역’ 내 기숙사·원룸형주택 18만 가구(2020년까지), 다세대주택 7만 가구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경기도도 지난달 23일 ‘경기뉴타운 주거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뉴타운지역 주민들을 인근에 건설되는 공공국민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다가구 매입주택 등으로 먼저 이주시킨 뒤 사업을 추진하는 ‘순환형 정비방식’이 핵심내용이다.
이와 함께 ‘주거안정지수’를 개발, 이를 통해 사업 성공여부를 평가하고 뉴타운사업을 일자리 창출과 연계시키는 한편 ‘뉴타운 시민대학’도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 규모가 큰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4곳 가운데 인천역 지구(반대 75.3%)와 가좌나들목 지구(반대 82%) 2곳의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19일에는 결정을 보류했던 제물포역 지구(반대 54.1%)도 지구지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동인천역 지구(찬성 65.5%)만 도시재생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인천시는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온 배다리지역을 역사문화지구로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공공개발로 장기계획 세워 추진해야” = 그러나 주민과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주민이 원치 않는 뉴타운을 추진해오다가 선거를 앞두고 법원의 판결 등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형식적으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또 다시 각종 개발사업을 우후죽순 추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천시 개발관련 시민모임 ‘삶의 자리’도 “반대여론이 거세니까 이를 잠시 피했다가 개발찬성 여론을 일으켜 다시 집권하면 언제든 다시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이는 큰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에 대한 지자체와 단체장들의 인식전환과 개발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시부동산)는 “현재의 재개발(뉴타운)사업은 개발이익 극대화가 최대 목표이며 이를 위해 원주민 재정착보다 ‘좋은 집’만 지으면 된다는 식으로 개발, ‘누구를 위한 재개발이냐’는 문제가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개발이익이 있는 곳이라도 개발자나 소유자에 지나치게 편중된 보상제도를 개선해야하고, 개발이익이 없는 곳은 공공개발로 장기계획을 세워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천 ‘삶의 자리’는 “고층 아파트만 가득 채워 넣는 천편일률적 발상에서 벗어나 원주민 재정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해당지역의 역사·문화 등 특성에 기반한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김선일 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
“주민부터 생각을 바꿔야”
[인터뷰]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김헌동(사진)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재개발은 과거 달동네 등 집이 무너질 우려가 있어 주민안전이 위협받는 곳을 대상으로 했는데 지금은 멀쩡한 집을 헐고 개발해 돈을 벌려고 한다”며 “재개발 사업은 국토중장기계획에 의해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총선 때 여당은 물론 야당도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이 각종 개발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자체들이 뉴타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김 단장은 “주민이 원치 않는 뉴타운을 추진해왔고, 법원에서 판결이 반대주민들에게 유리하게 나오고 선거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형식적으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선거가 끝나면 다시 우후죽순 추진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뉴타운’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은 지 15년 된 주택, 20년 지난 아파트는 재개발할 수 있게 해놓은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며 “뉴타운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인 주민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자기 집을 부수고 다시 짓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그런 정치인을 뽑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정치인은 주민들에게 헛된 꿈을 심어주고 결국 건설업체가 제일 많은 이익을 챙기는 것이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라며 “주민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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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선거용 임시방편 불과 … 인식전환 필요”
‘용산참사’ 이후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재개발사업이 부동산경기 침체와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지자체들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개발이익’ 중심에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1월 20일 용산참사 1주년을 맞아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대안을 모색해 본다.
수도권 지자체들이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의 개선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순환개발방식’을 골자로 한 원주민 주거안정대책을 마련했고, 인천시는 주민이 반대하면 뉴타운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주거불안정에 따른 원주민 반발 등 ‘제2의 용산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기사 20면
그러나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처방이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며 ‘개발이익’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소득층 위한 주거대책 추진 =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주거환경 개선정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에 맡겼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 정비사업에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재개발사업 관련 정보가 망라된 홈페이지(cleanup.seoul.go.kr)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사업 투명성을 확보, 각종 비리를 차단하고 사업기간 단축 및 공사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로 쫓겨나야하는 서민들을 위한 주거대책도 내놨다. 세입자의 휴업보상금 지급 기준을 현행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리고, ‘주차장설치완화구역’ 내 기숙사·원룸형주택 18만 가구(2020년까지), 다세대주택 7만 가구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경기도도 지난달 23일 ‘경기뉴타운 주거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뉴타운지역 주민들을 인근에 건설되는 공공국민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다가구 매입주택 등으로 먼저 이주시킨 뒤 사업을 추진하는 ‘순환형 정비방식’이 핵심내용이다.
이와 함께 ‘주거안정지수’를 개발, 이를 통해 사업 성공여부를 평가하고 뉴타운사업을 일자리 창출과 연계시키는 한편 ‘뉴타운 시민대학’도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 규모가 큰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4곳 가운데 인천역 지구(반대 75.3%)와 가좌나들목 지구(반대 82%) 2곳의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19일에는 결정을 보류했던 제물포역 지구(반대 54.1%)도 지구지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동인천역 지구(찬성 65.5%)만 도시재생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인천시는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온 배다리지역을 역사문화지구로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공공개발로 장기계획 세워 추진해야” = 그러나 주민과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주민이 원치 않는 뉴타운을 추진해오다가 선거를 앞두고 법원의 판결 등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형식적으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또 다시 각종 개발사업을 우후죽순 추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천시 개발관련 시민모임 ‘삶의 자리’도 “반대여론이 거세니까 이를 잠시 피했다가 개발찬성 여론을 일으켜 다시 집권하면 언제든 다시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이는 큰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에 대한 지자체와 단체장들의 인식전환과 개발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시부동산)는 “현재의 재개발(뉴타운)사업은 개발이익 극대화가 최대 목표이며 이를 위해 원주민 재정착보다 ‘좋은 집’만 지으면 된다는 식으로 개발, ‘누구를 위한 재개발이냐’는 문제가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개발이익이 있는 곳이라도 개발자나 소유자에 지나치게 편중된 보상제도를 개선해야하고, 개발이익이 없는 곳은 공공개발로 장기계획을 세워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천 ‘삶의 자리’는 “고층 아파트만 가득 채워 넣는 천편일률적 발상에서 벗어나 원주민 재정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해당지역의 역사·문화 등 특성에 기반한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김선일 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
“주민부터 생각을 바꿔야”
[인터뷰]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김헌동(사진)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재개발은 과거 달동네 등 집이 무너질 우려가 있어 주민안전이 위협받는 곳을 대상으로 했는데 지금은 멀쩡한 집을 헐고 개발해 돈을 벌려고 한다”며 “재개발 사업은 국토중장기계획에 의해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총선 때 여당은 물론 야당도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이 각종 개발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자체들이 뉴타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김 단장은 “주민이 원치 않는 뉴타운을 추진해왔고, 법원에서 판결이 반대주민들에게 유리하게 나오고 선거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형식적으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선거가 끝나면 다시 우후죽순 추진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뉴타운’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은 지 15년 된 주택, 20년 지난 아파트는 재개발할 수 있게 해놓은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며 “뉴타운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인 주민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자기 집을 부수고 다시 짓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그런 정치인을 뽑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정치인은 주민들에게 헛된 꿈을 심어주고 결국 건설업체가 제일 많은 이익을 챙기는 것이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라며 “주민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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