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발굴, 남북 공동으로
^올해는 6·25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부터 두 세대가 흘러간 세월의 의미는 적지 않다.
^그 사이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 가입하였고, 그 중에서도 못 사는 나라를 돕는 유엔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되었다. 북한도 핵무기 개발과 배타적인 독자노선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나라가 되었으니, 한반도의 60년은 다른 나라의 그 것과 비교하기 어려운 세월이다.
^그러나 그 전쟁의 뒤처리는 너무 소홀하여, 국민의 가슴에 든 피멍울을 키웠다. 바로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과 국군포로 문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전쟁에 나가는 것은 국민의 신성한 의무다. 마찬가지로 그 전쟁의 전몰자와 전상자, 또는 포로 같은 피해자 희생에 보답하는 것은 나라의 의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 마땅한 의무에 너무 소홀하였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이 전쟁 발발 50주년인 2000년에야 겨우 시작되었으니, 이런 부끄러움이 또 있겠는가. 그나마 북한지역이나 비무장 지대는 대상으로 삼을 마음도 먹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신년사에서 북한지역 국군유해 발굴사업을 언급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을 금할 수 없다. 새해 벽두 국정연설에서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북한과 대화를 통해 (6·25 전쟁에서 전사한) 국군용사 유해 발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은 너무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도 대통령의 언급에 부응하여 북한지역 국군 유해 발굴사업을 대북지원과 연계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북한지역 유해 발굴사업을 벌여 온 미국의 사례를 의식한 방침으로 보인다. 어떤 방법이 되었건, 현실적으로 유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많은 성과를 올려 주기를 기대한다. 북한도 자기네 유해 발굴에 무관심할 수 없을 터이니, 서로 협조하여 함께 추진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근래에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지난해부터 물밑에서 회담 성사를 위한 접촉이 활발한 모양이고, 최근에는 최고 책임자들 입에 정상회담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한 기자단 질문에 “콘텐츠가 문제”라는 말로 서울 답방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북한도 신년 공동사설을 통하여 매우 유연한 자세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격렬한 비난을 쏟아내던 종전의 태도와는 달리, 한국과 미국에 대한 비난이 한 줄도 없었다.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3개 매체에 실린 신년사설은 “남조선 당국은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밝혔다.
^2005년 중단된 미군유해 발굴사업의 재개를 원하는 미국 측 희망에 대하여, 전 유엔 주재 북한대사 김명길이 관련 청문회에서 “그것은 미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You are not forgotten."(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습니다)
^미국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가 모토로 삼는 이 글귀에는 전사자와 전쟁포로를 지극히 존중하는 국가철학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그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지구 끝까지 뒤져서, 유해라도 조국에 봉안하여 영웅으로 떠받들겠다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1996년부터 10년 동안 33회에 걸쳐 유해발굴단을 북한에 파견하였다. 그렇게 발굴한 유해가 124구, 북한이 발굴해 보낸 것이 208구였다. 거기에 들어간 사업비가 무려 2800만 달러였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 차원의 발굴사업 착수가 겨우 2000년이었다. 10년간 국내에서 발굴한 것이 겨우 3367구에 불과하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에서 말도 꺼내지 보지 못 하였다. 뒤늦게나마 대통령이 나서고, 북한이 호응할 때 60년 묵은 숙제를 깨끗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 문 창 재 논설고문 )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청년전위>조선인민군>노동신문>
^올해는 6·25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부터 두 세대가 흘러간 세월의 의미는 적지 않다.
^그 사이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 가입하였고, 그 중에서도 못 사는 나라를 돕는 유엔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되었다. 북한도 핵무기 개발과 배타적인 독자노선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나라가 되었으니, 한반도의 60년은 다른 나라의 그 것과 비교하기 어려운 세월이다.
^그러나 그 전쟁의 뒤처리는 너무 소홀하여, 국민의 가슴에 든 피멍울을 키웠다. 바로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과 국군포로 문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전쟁에 나가는 것은 국민의 신성한 의무다. 마찬가지로 그 전쟁의 전몰자와 전상자, 또는 포로 같은 피해자 희생에 보답하는 것은 나라의 의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 마땅한 의무에 너무 소홀하였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이 전쟁 발발 50주년인 2000년에야 겨우 시작되었으니, 이런 부끄러움이 또 있겠는가. 그나마 북한지역이나 비무장 지대는 대상으로 삼을 마음도 먹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신년사에서 북한지역 국군유해 발굴사업을 언급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을 금할 수 없다. 새해 벽두 국정연설에서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북한과 대화를 통해 (6·25 전쟁에서 전사한) 국군용사 유해 발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은 너무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도 대통령의 언급에 부응하여 북한지역 국군 유해 발굴사업을 대북지원과 연계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북한지역 유해 발굴사업을 벌여 온 미국의 사례를 의식한 방침으로 보인다. 어떤 방법이 되었건, 현실적으로 유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많은 성과를 올려 주기를 기대한다. 북한도 자기네 유해 발굴에 무관심할 수 없을 터이니, 서로 협조하여 함께 추진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근래에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지난해부터 물밑에서 회담 성사를 위한 접촉이 활발한 모양이고, 최근에는 최고 책임자들 입에 정상회담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한 기자단 질문에 “콘텐츠가 문제”라는 말로 서울 답방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북한도 신년 공동사설을 통하여 매우 유연한 자세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격렬한 비난을 쏟아내던 종전의 태도와는 달리, 한국과 미국에 대한 비난이 한 줄도 없었다.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3개 매체에 실린 신년사설은 “남조선 당국은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밝혔다.
^2005년 중단된 미군유해 발굴사업의 재개를 원하는 미국 측 희망에 대하여, 전 유엔 주재 북한대사 김명길이 관련 청문회에서 “그것은 미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You are not forgotten."(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습니다)
^미국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가 모토로 삼는 이 글귀에는 전사자와 전쟁포로를 지극히 존중하는 국가철학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그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지구 끝까지 뒤져서, 유해라도 조국에 봉안하여 영웅으로 떠받들겠다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1996년부터 10년 동안 33회에 걸쳐 유해발굴단을 북한에 파견하였다. 그렇게 발굴한 유해가 124구, 북한이 발굴해 보낸 것이 208구였다. 거기에 들어간 사업비가 무려 2800만 달러였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 차원의 발굴사업 착수가 겨우 2000년이었다. 10년간 국내에서 발굴한 것이 겨우 3367구에 불과하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에서 말도 꺼내지 보지 못 하였다. 뒤늦게나마 대통령이 나서고, 북한이 호응할 때 60년 묵은 숙제를 깨끗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 문 창 재 논설고문 )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청년전위>조선인민군>노동신문>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