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

지역내일 2010-01-29
마음의 꽃꽂이

신경숙
주부

언제부턴가 길을 가다 예쁜 꽃을 보게 되면 발길을 멈추게 된다. 저런 꽃도 있구나 하며 이름을 기억해놓고, 꽃꽂이 화분을 보면 꽃이 꽂혀진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내가 이런 버릇을 갖게 된 것은 꽃꽂이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다. 매주 토요일마다 부산의료원 원목실로 꽃꽂이 봉사활동을 간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일이 벌써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토요일 오전이면 자유시장에서 꽃 서너 가지를 사들고 다시 의료원 원목실로 이동해 정성스럽게 꽃꽂이를 한다. 버스를 타고 왕복 2시간씩 걸리는 거리지만 피곤하거나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그 시간이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느껴진다.
어느 해 장마철에는 폭우가 쏟아져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집에서 출발한 적도 있었다. 원목실을 찾아가면서 그런 옷차림을 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또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난다. 작은 봉사활동이지만 그속에서 모르게 즐거움을 느끼고 활력이 생겨 매주 토요일이면 꽃시장으로 발걸음이 절로 움직인다.
지난주에는 측백에 노란 소국과 진분홍 소국을 사다 꽂아 놓았다. 이왕이면 오래가고 쉽게 시들지 않는 꽃을 골라 꽃꽂이를 한다. 생기 있고 밝은 색을 띤 꽃을 꽂아 놓으면 지하에 있는 원목실에 조금이나마 환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원목실인데도 무게 있고 엄숙한 분위기의 꽃꽂이를 하기보다 밝고 활기찬 느낌의 꽃을 꽂는 이유는 또 있다. 이곳 원목실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많은 병원 입원 환우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환우들 중에는 행려환자와 치매노인과 알코올 중독 환자, 정신병동환자 등 다양한 환자들이 있다. 꽃을 보는 환우들이 저마다 ‘꽃이 참 예쁘다’ ‘꽃꽂이를 참 잘했다’는 말을 할 때면 기분이 나쁘지 않다. 가끔씩은 시간이 지난 꽃을 양해를 구하고 병실에 가져가는 환우들도 있다. 난 그저 그 환우들이 꽃의 밝은 기운을 통해 병을 치유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이곳 원목실의 목사님은 이십여년이 넘은 세월동안 변함없이 환우들을 돌보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나도 그 곁에서 꽃꽂이 봉사를 하고 환우들을 챙기면서 조금씩 이웃을 돌아보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게 된다. 목사님을 보면서 이런 실천은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게 된다. 나도 그 뜻을 잘 살려 성실한 노력을 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다음 주에는 소철과 버들강아지에 연분홍 카네이션과 노란 소국으로 꽃꽂이를 해볼까. 내가 꽂은 꽃을 보게 될 환우들이 그 꽃을 보면서 마음의 짐과 몸의 고통을 잠깐이나마 덜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매주 토요일 나는 꽃꽂이 오아시스에 환우들의 상처가 하루 빨리 치유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꽃과 함께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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