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서 100억 달러 상당 외자유치설

제2 양빈사태냐, 회담복귀 수순이냐

지역내일 2010-02-16
2002년 중국 통한 신의주개발 좌절 전례 … 유엔 제재속 대규모투자 불가론도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 아래 있는 북한이 100억 달러 상당의 외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의 진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투자유치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선 유엔제재 해제’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어 향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에도 중국을 동원한 대규모 개발계획을 입안했다가 좌절한 적 있는 북한이 ‘설익은’ 상태로 발표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왕자루이 방북 통해 100억 달러 투자 유치”= 15일 ‘연합뉴스’는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통해 연간 북한 GDP(미화 150억 달러)의 70%에 육박하는 초대형 외자유치를 성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대형 은행 두세 곳과 복수의 다국적기업이 대풍그룹과 대북 투자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면서 “3월 중순 평양 국가개발은행에서 투자 조인식을 가질 계획인데 전체 투자 규모는 미화 1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달 발표될 북한내 외자유치 사업은 평양∼신의주 철도, 중국 투먼∼라선특별시 철도,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연관된 주택 건설, 항만 건설 등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거액 투자유치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실제 투자로 이어질까’하는 점이다. 외화 가뭄에 시달리는 북한은 지난해 유럽연합(EU)과 미국 기업을 상대로 투자유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방북한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일행, 찰스 보이드 국가안보사업이사회(BENS) 회장 일행 등 미국 대표단에게도 투자의향을 집중 탐문했다. 하지만 “유엔 제재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는 설명에 깜짝 놀라며 실망감을 표현했다고 프리처드 소장이 소개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달 20일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내세워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한 것도 종래의 방법으로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설립된 대풍그룹 이사장으로는 김양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국방위원회 참사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상임부이사장 겸 총재로는 재중동포 박철수가 선출됐다.
하지만 박철수 총재의 비중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1959년생으로 옌벤대 교수 출신으로 알려진 박 총재는 오랜 대북사업을 통해 김양건 부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중국 소식통은 “대풍그룹 투자건은 중국 당국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민간기업과 연계가 돼 있다”며 “박철수 총재에 대한 평판도 중국에서는 잘 모르거나 있더라도 좋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의 보증이 없다면 유엔 제재를 무력화할 정도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칫 2002년 9월 중국 갑부 양빈을 신의주 특구장관으로 임명, 신의주 개발을 추진했다가 중국 공안이 곧바로 양빈을 부패 혐의로 구속하는 바람에 좌절한 바 있는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우리 고위 당국자도 “이번 투자유치 보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그런 투자유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2002년과 상황 달라져 … 중국도 동북개발 원해” = 반면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대풍그룹을 당이나 내각 산하가 아닌 국방위 산하에 직접 두고 김양건 등 핵심라인을 포진시켜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왕자루이의 방북 기간 동안 원동연 북한 통전부 부부장 겸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베이징을 일주일 이상 머물며 외자유치 활동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다만 이번 100억 달러 보도는 별도의 건이 아니라 그간 논의돼 왔던 사업을 종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빈을 구속하던 때와 지금 북한과의 동북지역 공동개발을 바라보는 중국측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징이 북경대 교수는 “동북이 개발되면 될수록 한반도와 상호 흡인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창지투(長吉圖) 개발개방선도구를 국가전략으로 세운 시점에 북한이 라진선봉을 특별시로 승격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기수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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