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용기’ 때론 ‘장난스러움’까지(사진)
20년 맞은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 정감 어린 글귀로 도심 속 청량제
광화문 명물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이 새 옷을 입었다. 이번에는 장석남 시인의 ‘그리운 시냇가’에서 발췌했다. 이번 봄편으로 광화문 글판은 61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1년에 4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문안을 선보였다. 그러는 사이 20년이 흘렀다. 세월의 무게만큼 광화문 글판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 1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처음 등장했다. 첫 문안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 이처럼 초기 문안은 구호, 계몽적 성격의 직설적인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신용호 창립자는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이듬해 봄 고은 시인의 ‘낯선 곳’에서 따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안이 걸리게 된 배경이다.
이때부터 광화문 글판에 시심(詩心)이 녹아들었다.
IMF 외환위기로 암울했던 1998년 겨울에 게시된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고은 창작)는 전국민의 희망가가 됐다.
또 2002년 봄엔 ‘푸름을 푸름을 들이마시며 터지는 여름을 향해 우람한 꽃망울을 준비하리라’(조태일「꽃나무들」)이라는 글귀로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광화문 글판 문안은 ‘광화문 글판 문안선정위원회’을 통해 선정된다. 지금까지 공자, 헤르만 헤세, 알프레드 테니슨, 파블로 네루다, 서정주, 고은, 도종환, 김용택 등 동서고금의 현인과 시인 40여명의 작품이 광화문 글판으로 재탄생 했다.
광화문 글판은 2007년 12월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2008년 3월에는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우리말 사랑꾼’에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가 은희경 씨는 “광화문 글판은 어딜가나 볼 수 있는 흔한 명언, 명구와는 달리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사색에 잠기게도 만들며, 때로는 장난스럽기까지 한 점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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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맞은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 정감 어린 글귀로 도심 속 청량제
광화문 명물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이 새 옷을 입었다. 이번에는 장석남 시인의 ‘그리운 시냇가’에서 발췌했다. 이번 봄편으로 광화문 글판은 61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1년에 4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문안을 선보였다. 그러는 사이 20년이 흘렀다. 세월의 무게만큼 광화문 글판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 1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처음 등장했다. 첫 문안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 이처럼 초기 문안은 구호, 계몽적 성격의 직설적인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신용호 창립자는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이듬해 봄 고은 시인의 ‘낯선 곳’에서 따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안이 걸리게 된 배경이다.
이때부터 광화문 글판에 시심(詩心)이 녹아들었다.
IMF 외환위기로 암울했던 1998년 겨울에 게시된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고은 창작)는 전국민의 희망가가 됐다.
또 2002년 봄엔 ‘푸름을 푸름을 들이마시며 터지는 여름을 향해 우람한 꽃망울을 준비하리라’(조태일「꽃나무들」)이라는 글귀로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광화문 글판 문안은 ‘광화문 글판 문안선정위원회’을 통해 선정된다. 지금까지 공자, 헤르만 헤세, 알프레드 테니슨, 파블로 네루다, 서정주, 고은, 도종환, 김용택 등 동서고금의 현인과 시인 40여명의 작품이 광화문 글판으로 재탄생 했다.
광화문 글판은 2007년 12월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2008년 3월에는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우리말 사랑꾼’에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가 은희경 씨는 “광화문 글판은 어딜가나 볼 수 있는 흔한 명언, 명구와는 달리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사색에 잠기게도 만들며, 때로는 장난스럽기까지 한 점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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