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충격’ … 성폭력문제 되짚어 보니

지역내일 2010-03-09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충격’ … 성폭력문제 되짚어 보니

성폭력대책 법안 ‘낮잠’
4대강에 밀려 대부분 법사위 상정도 못해

지난해 ‘조두순 사건’이 터지자 정치권은 ‘아동성폭력 대책특별위원회’를 꾸리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며 부산을 떨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아동 성폭력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없애고 유기징역도 50년형까지 늘리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국회의원들은 성범죄자의 전자 발찌 부착기간을 30년까지 늘리는 것은 물론 ‘화학적 거세’까지 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앞다퉈 제출했다.
이런 성폭력 대책관련 법안은 30여 개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거의 없다.
특히 시급하게 집행했어 야 할 13세미만의 아동성폭력관련 법안은 국회에 제출된지 1년이 넘도록 법사위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18대 국회에 제출된 아동성폭력관련 법안은 17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는 법안은 전자발찌 착용을 주 내용으로 하는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과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한 인터넷 신상공개 등을 담은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법률안’ 2개 뿐이다. 9개 법안은 법안소위에도 못 올린 채 지금까지 국회서 낮잠을 자고 있다. 또 6개 법안은 정부안과 유사한 내용이어서 대안 폐기됐다. (내일신문 2009년 10월 16일자 20면 참조)
국회의원들은 아동성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앞 다퉈 법안을 쏟아낸다. 2008년 ‘혜진 예슬양 사건’때도 그랬고 지난해 ‘조두순 사건’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실질적인 아동성폭력 대책으로 집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부부처의 반대도 있지만 들끓던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권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엔 정부여당이 4대강에 집착하는 바람에 아동성폭력관련 법안은 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야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아동성폭력범죄 형량강화만이 아니라 예방과 관리, 치료, 피해자 지원 등 최소한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그마저도 4대강 예산에 밀리고 거대여당 이 단독처리를 하면서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성범죄자 관리 ‘허술’
두차례 전과에도 방치 … 뒤늦게 ‘1:1 전담관리’ 부산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김길태(33)씨가 두 차례의 성범죄 전과가 있었는데도 경찰의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용의자 김씨는 1997년 9살 여아를 성폭행하려다 아동 강간미수 혐의로 검거돼 이듬해 1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이어 2001년에는 32세 여성을 열흘간 감금한 채 성폭행했다가 특수강간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하지만 2차례나 성범죄를 저질러 우범 가능성이 높았던 김씨는 경찰의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아동 강간미수로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범행을 1997년에 저질렀기 때문에 2000년 7월1일부터 시행된 신상정보 제출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 2001년에 저지른 특수강간죄도 피해자가 청소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없었다.
더구나 경찰의 우범자 관리 매뉴얼상 ‘강간 및 강제추행’은 ‘3회 이상의 금고형이상 실형을 받고 출소한 자’로 한정돼 있어 김씨는 첩보수집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었다.
13세 미만을 성폭행했거나 습관적인 성폭행 전과자에게 법무부가 채우는 전자발찌도 김씨는 부착하지 않았다. 전자발찌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수감돼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씨는 경찰의 관리나 감시를 벗어나 생활해왔고, 결국 13세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무참히 살해한 범행의 유력 용의자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뒤늦게 아동 성폭력 범죄자뿐만 아니라 일반 성폭력 범죄자 중에서도 재범 가능성이 농후한 이들에 대해서는 1대1로 전담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모든 성범죄자를 전담관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재범가능성이 큰 사람을 선별해 관리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이번에 살해된 이양뿐만 아니라 성폭행 여성 피해자는 2006년 8376명에서 2007년 8227명으로 약간 줄었다가 2008년에는 9416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2008년 강간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 8832명 가운데 이미 동종 전과가 있는 재범은 442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경찰 초동수사부터 ‘부실’
눈앞서 놓치고 주민신고에도 늑장 대처

경찰이 부산 여중생 이 양을 납치 살해한 피의자 김씨를 지난 3일 눈앞에서 놓친 것 외에 김 씨를 검거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두 차례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초동 수사부터 부실했다는 정황이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8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3일 오전 5시쯤 이 양이 살던 다세대주택 인근의 빈집에 은신해 있다 형사 1명이 플래시를 비추며 집안으로 들어오자 뒤쪽 창문을 통해 3.5m 담 아래로 뛰어내려 도주했다.
당시 이 형사는 “잡아라”라는 고함과 함께 담 아래로 뛰어내렸으나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더이상 뒤쫓지 못해 눈앞에서 김 씨를 놓쳤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2일 주민의 신고에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김씨로 추정되는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실패했다. 이날 오전 8시10분쯤 이 양의 집 근처 2층에 사는 주민이 빈집에서 김 씨로 보이는 남성이 얼굴에 수건을 덮어쓴 채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10여분이 지나도 경찰이 오지 않자 신고한 주민은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위해 함께 집을 나섰고, 이후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 남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수사본부에서 현장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1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신고직후 바로 출동했다면 충분히 검거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경찰은 또 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난달 27일 다음달 김 씨가 사상구 주례동 친구 이 모(33)씨가 운영하는 한 주점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경찰을 배치시키지 않은 바람에 김 씨를 검거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김 씨는 또 범행이후 두 차례 경찰에 전화를 해 수사상황을 살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 양이 실종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2시쯤 사상구 모 시장내 아버지 집을 찾아 아버지 휴대전화로, 28일 오후 10시쯤 친구 이 씨가 운영하는 주점 인근 공중전화에서 경찰과 각각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집을 찾은 25일 아버지가 형사들이 다녀갔다고 하자 아버지 전화로 연락처를 남긴 형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가 왜 사람을 죽이느냐”고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에도 친구 이씨를 찾아가 “나는 범인이 아닌데 경찰이 나를 쫓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 봐 달라”고 말한 뒤 주점을 나와 공중전화로 또 다른 형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부산 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