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글. 김세현 그림. 문학동네. 1만3800원
그가 교단에서 겪어낸 38년 세월은 길었지만, 마지막 수업은 바람처럼 한순간에 지나갔다. 그가 마지막 수업에서 뿌린 그 씨앗 같은 말과 생각들을 모아, 그리고 마지막 수업에서 그가 채 못다한 말들을 엮어 책 한 권을 펴냈다. 주인공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다.
아직도 그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오면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이들이 그리울 때마다 마지막 수업이 열렸던 그 아늑한 교실에서 차마 아이들에게 못다한 말들을 속으로 되뇔 때마다, 그는 아이들이 쓴 동시를 꺼내 읽는다.
이 책은 아이들 속에서 생의 진실을 담아내는 ‘김용택 산문’의 미학을 이어간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다소 파격적이고 직접적인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아이들보다는 돈봉투와 교장 직위에만 관심 있는 썩은 교육자들에 대한 분노, 권력 지향적인 한국의 정치판과 심화되는 빈부격차에 대한 슬픔, 가난한 가정에서 부모없이 자란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제자들의 말을 무거운 투로 옮기기도 한다.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악마 같은 말들을 한다. 우리 민해가 여야 여성 대변인들의 말싸움을 보며 한 말이다. 정말 그렇다.”
그는 “국토와 교육과 나라의 설계는 정권과 상관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권은 5년이고, 국토는 영원히 대물림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지키고 싶은 것들’에서는 그가 가슴 깊이 사랑해 온 ‘선생’이라는 직업과 어머니, 자연, 아이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토로한다. 교단에 선 동안 그가 가장 간절하게 지키려 했던 것들 중 하나는 ‘아이들의 꿈’이다.
그동안 유수의 작가들과 공동작업으로 출판에 참여했던 김세현 화백과 김용택 시인이 만났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재미는 더한다. 김세현 화백은 이 책에서 꽃비 날리는 봄부터 함박눈 내리는 겨울까지, 섬진강 마을의 사계와 그 속에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정을 아름다운 수묵화로 그려냈다.
그리고 학교를 떠난 시인의 새로운 인생의 향기도 담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선생’으로 남고 싶어 한다. 교단에 선 38년 세월 동안 시골 아낙의 맛동산 선물에도 당황하던 그 시절 그 선생으로. 동기들이 모두 교장교감이 되고 장학사가 될 때에도 ‘선생이라는 말을 사랑한다’며 아이들과 뒹구는 평교사를 ‘사수’했던 그가 그렇게 다시 자연 속으로 걸어가 책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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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글. 김세현 그림. 문학동네. 1만3800원
그가 교단에서 겪어낸 38년 세월은 길었지만, 마지막 수업은 바람처럼 한순간에 지나갔다. 그가 마지막 수업에서 뿌린 그 씨앗 같은 말과 생각들을 모아, 그리고 마지막 수업에서 그가 채 못다한 말들을 엮어 책 한 권을 펴냈다. 주인공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다.
아직도 그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오면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이들이 그리울 때마다 마지막 수업이 열렸던 그 아늑한 교실에서 차마 아이들에게 못다한 말들을 속으로 되뇔 때마다, 그는 아이들이 쓴 동시를 꺼내 읽는다.
이 책은 아이들 속에서 생의 진실을 담아내는 ‘김용택 산문’의 미학을 이어간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다소 파격적이고 직접적인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아이들보다는 돈봉투와 교장 직위에만 관심 있는 썩은 교육자들에 대한 분노, 권력 지향적인 한국의 정치판과 심화되는 빈부격차에 대한 슬픔, 가난한 가정에서 부모없이 자란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제자들의 말을 무거운 투로 옮기기도 한다.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악마 같은 말들을 한다. 우리 민해가 여야 여성 대변인들의 말싸움을 보며 한 말이다. 정말 그렇다.”
그는 “국토와 교육과 나라의 설계는 정권과 상관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권은 5년이고, 국토는 영원히 대물림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지키고 싶은 것들’에서는 그가 가슴 깊이 사랑해 온 ‘선생’이라는 직업과 어머니, 자연, 아이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토로한다. 교단에 선 동안 그가 가장 간절하게 지키려 했던 것들 중 하나는 ‘아이들의 꿈’이다.
그동안 유수의 작가들과 공동작업으로 출판에 참여했던 김세현 화백과 김용택 시인이 만났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재미는 더한다. 김세현 화백은 이 책에서 꽃비 날리는 봄부터 함박눈 내리는 겨울까지, 섬진강 마을의 사계와 그 속에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정을 아름다운 수묵화로 그려냈다.
그리고 학교를 떠난 시인의 새로운 인생의 향기도 담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선생’으로 남고 싶어 한다. 교단에 선 38년 세월 동안 시골 아낙의 맛동산 선물에도 당황하던 그 시절 그 선생으로. 동기들이 모두 교장교감이 되고 장학사가 될 때에도 ‘선생이라는 말을 사랑한다’며 아이들과 뒹구는 평교사를 ‘사수’했던 그가 그렇게 다시 자연 속으로 걸어가 책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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