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내 너를 기어이’식 수사

지역내일 2010-04-13
‘내 너를 기어이’식 수사
차미례 (언론인·번역가)

결국 한명숙 전 총리는 감출 데도 없고 감출 시간도 없었던 5만달러의 두툼한 두 뭉치 돈봉투를 받아 번개처럼 삼켰다는 신출귀몰 뇌물수수죄 혐의를 벗고 무죄판결을 받았다.
5만달러를 ‘전달’했다는 뇌물공여자의 진술이 왔다갔다 해서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더구나 검찰의 강압수사와 진술강요 등 수사방식에 심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우리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상식’에 대한 믿음을 복원시켜준다.
세간의 얘기처럼 돈을 받은 것은 의자이니 의자를 처벌하고 한 전 총리는 무죄로 한다는 판결이 나왔으면 희대의 해외토픽으로 세계인을 웃겼을 것이다.
문제는 그 후다. 가장 유력한 증인의 진술번복으로 패소의 조짐이 보이자 검찰은 애초의 기소이유와 다른 혐의를 덧씌우려는 노력을 통해 ‘털어서 먼지 안나는 인간 없다’는 오랜 신념을 노골화했다. 검찰 스스로 밝혔듯이 ‘골프 칠 줄 모른다더니 골프장을 이용했다’ ‘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을 거라는 주장이다. 애초의 한명숙 흠집내기 수사목적을 스스로 천명한거나 같다. 검사 출신의 여당의원(홍준표)조차도 “1심에서 무죄가 날 것같으니까 또 하나를 찾겠다는 것은 검사로서 당당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을 정도로 무리수가 심했다.
1심에 불복하고 ‘한명숙 죽이기’를 밀고 나가는 검찰의 완강한 태도를 보면서 나는 묘하게도 비슷한 한국과 중국의 사극 장면들이 생각난다. 정확히 말하면 제왕들의 표적수사(?) 복수전들이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 복원시켜
한번 미운털이 박힌 신하와 장수에게는 ‘내가 네 놈을 기어이!’라고 외치고 온갖 중상모략과 억지 주장을 펴서 그를 참(斬)하거나 퇴출시킨다. 그 동기는 대개 상대방의 직언 등으로 제왕의 권위가 훼손된 듯한 피해의식 때문이다.
이성보다는 감정적인 반응이 많다. 형벌도 가혹해서 본인뿐 아니라 9족을 멸해 아예 씨를 말린다. 그런 사람들을 변호하던 사마천도 한무제(漢武帝)의 노여움을 사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황금 20만냥의 보석금을 못내 궁형에 처해져 남성을 잃었다.
민주국가의 검찰이 제왕적 권위의식 때문에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정치검찰이란 비난을 감수할 리는 없다. 하지만 우리 현대사의 숱한 정치재판에서 갖가지 악역을 도맡아야했던 검찰이 과거의 전철을 되밟기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986년에 일어난 부천 문귀동 경감 성고문사건 후 이를 규탄하는 소규모 평화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오대영(당시 국민연합 인권위원장)씨는 검사가 징역 4년을 구형하자 “검사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며 “본 피고인은 검사에게 정신병원 4개월을 구형한다”는 전대미문의 최후진술을 남긴 바 있다.
그 검사는 “피고인이 검사에게 구형하는 재판이 어디있느냐, 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라며 오씨를 달랬고, 다행히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지금은 피고인의 구형이 아니라 국민방청객의 여론과 판단이 검찰을 향하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무리한 표적수사와 ‘내 너를 기어이’식 집요한 정치적 타살작전은 결국 불신의 부메랑이 되어 검찰에 되돌아올 것이다.

피고인이 검사 구형한 재판
수사할 사건도 업무도 산적해있는 검찰이 독자적으로 한 여성정치인 죽이기에 매달릴 리는 없으니 정권차원의 이미지 손상도 필연적이다.
1961년 케네디는 비엔나 외교회담에서 초강경의 흐루시초프 소련 수상을 향해 “당신은 실수를 인정해본 적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물론이요”라고 흐루시초프가 대답했다. “제20차 전당대회 연설에서 나는 스탈린의 실수들을 전부 다 인정했소.” 흐루시초프의 발상이 어딘지 낯익지 않은가.
어제도 여당의원들은 “이래서야 뇌물사건 수사를 할수 있겠느냐”며 재판부를 맹비난했고 법무장관은 “앞으로도 법과 원칙대로 수사를 밀고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 ‘법과 원칙’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