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원 받으면 오히려 침체 … 미국서 최근 힌두교·이슬람교·불교 확산
로드니 스타크·로저 핑크 공저
김태식 옮김
도서출판 서로사랑. 1만5천원
미국에서 개신교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의 전통적 지배계급을 통칭하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는 용어가 그것을 말해준다. 17세기 초반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신대륙으로 이주한 청교도와 그 후예들에 의해 국가의 토대가 놓여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 국민들이 전적으로 기독교를 신봉했던 것은 아니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전쟁 당시만 해도 인구의 17% 정도만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신대륙에는 술주정뱅이를 비롯해 절도범, 도박꾼들도 적잖게 이주해 있었다. 정착 초기에는 영국 법정의 명령에 따라 무려 5만명에 이르는 중죄인들이 신대륙으로 강제 추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들은 꾸준히 늘어 남북전쟁(1861~1865)이 터질 무렵에는 37%로 높아지게 된다. 전후의 혼란으로 한때 주춤했던 이 비율은 그뒤에도 계속 높아져 1906년께는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교회에 다녔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1980년을 전후해 대략 62%로 올랐으며 2000년대 들어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종교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원제 The Churching of America)는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230여년 동안에 이르는 미국 교회 및 교단의 부침과 그 원인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공동저자인 로드니 스타크와 로저 핑크는 교회·신자의 증감추이, 교회 예산 등 다양한 통계자료를 열거하며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즉,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 신자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는 과연 무엇이며, 또 거기서 탈락한 교단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하는 것들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논점이다. 교회의 부흥과 쇠퇴를 설명하면서 경제적 분석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신자들이 특정 교단에 등록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며, 교회와 교단이 신자 확보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종교도 상업 경제와 비슷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견해다. 개인들의 입장에서도 종교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그에 따르는 보상심리 등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라 교회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교단들은 서로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부흥과 쇠퇴를 경험하게 된다. 건국 초기에는 회중주의, 성공회, 장로교가 우세를 이루고 있었으나 1850년 무렵 이들 교단들은 현저한 신자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감리교와 침례교, 가톨릭은 뚜렷한 신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저자들은 교단 사이에 이처럼 밀물과 썰물 현상이 엇갈렸던 가장 중요한 원인을 원활한 리더십과 교회 재정의 조달방안에 돌린다. 교단의 조직 구성과 운영이 민주적으로 이뤄질수록, 목회자가 교회 재정과 자신의 생활비를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입장일수록 교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운영되었으며, 그 결과 전체 교단이 부흥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것은 정부로부터 교회세의 지원을 받았던 회중주의가 결국 뉴잉글랜드 지역에 국한하다가 점차 쇠퇴한 현상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은 건국초기 정교분리에도 불구하고 영국 본토와 식민지 시절부터의 관행에 따라 주별로 교회세를 걷었다.
하지만 이처럼 제도적인 지원을 받을 경우 신앙의 열기는 오히려 수그러든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청교도들이 많이 거주했던 매사추세츠주에서도 신자들은 기껏 20% 남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근거다. 교회세는 매사추세츠주에서 가장 늦게까지 시행되다가 마지막으로 1833년에 폐지됐다.
그런 점에서 종교에서도 자유시장이 이뤄져야만 그 경쟁관계 속에서 전체적으로 부흥을 기약할 수 있게 된다. 중세 유럽에서처럼 종교가 국가 권력에 의해 독과점되는 불완전 경쟁은 건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자발적인 다원주의가 종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비슷한 분석은 일찍이 아담 스미스에 의해서도 시도된 바 있다. 그는 ‘국부론’에서 “교인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에 의존해야 하는 목회자들은 국가로부터 기금을 지원받는 경우보다 열정과 노력이 더 클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당시 영국에서 “국가 지원을 받고 있던 성공회는 잠잤고, 칼빈주의 분리자들은 졸고 있었고, 오직 감리교인들만이 어떤 영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다양한 교리를 내세운 교단들이 곳곳에 난립할수록 신앙의 분위기를 약화시킨다는 우려를 배격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교회 역사를 돌이켜볼 때도 여러 분파들이 대두했던 시점에 신자들이 늘어나고 부흥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분파가 무조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분파들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에 기초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종교가 내세와 영혼의 구원, 현실에 대한 위로 등에 있어 만족스런 답변을 제시하지 못할 때는 신자들로부터 버림받고 끝내 종교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종교계에서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는 힌두교를 비롯해 이슬람교 불교 등 동양 종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1960년대 들어 이민법의 개정으로 국가별 할당제도가 폐지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이민자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기독교인이며 이민 온 뒤에 기독교로 개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민자들을 위해 그들의 모국어로 예배를 드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교민에 있어서도 이민자의 52%가 원래 신앙을 갖고 있었으며 나머지 절반도 이민 후에 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통계수치는 말해준다.
한편 이 책의 시장분석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가 만만치 않음은 물론이다. 종교에서 영성과 신앙을 배제한 채 오로지 승패의 게임으로만 간주한다는 지적이다. 종교의 가치를 단지 신자 숫자에 따라 판단하고, 따라서 목회자들이 본연의 사명을 저버리고 인기를 좇아 영합하게 된다면 교회나 신자들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신도와 교회 건물의 대형화를 추구하는 한국 교회들의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의 상가와 주택가 골목마다 세워진 교회 첨탑들…. 한국의 교회는 과연 부흥하고 있는 것일까.
허영섭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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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니 스타크·로저 핑크 공저
김태식 옮김
도서출판 서로사랑. 1만5천원
미국에서 개신교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의 전통적 지배계급을 통칭하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는 용어가 그것을 말해준다. 17세기 초반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신대륙으로 이주한 청교도와 그 후예들에 의해 국가의 토대가 놓여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 국민들이 전적으로 기독교를 신봉했던 것은 아니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전쟁 당시만 해도 인구의 17% 정도만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신대륙에는 술주정뱅이를 비롯해 절도범, 도박꾼들도 적잖게 이주해 있었다. 정착 초기에는 영국 법정의 명령에 따라 무려 5만명에 이르는 중죄인들이 신대륙으로 강제 추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들은 꾸준히 늘어 남북전쟁(1861~1865)이 터질 무렵에는 37%로 높아지게 된다. 전후의 혼란으로 한때 주춤했던 이 비율은 그뒤에도 계속 높아져 1906년께는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교회에 다녔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1980년을 전후해 대략 62%로 올랐으며 2000년대 들어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종교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원제 The Churching of America)는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230여년 동안에 이르는 미국 교회 및 교단의 부침과 그 원인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공동저자인 로드니 스타크와 로저 핑크는 교회·신자의 증감추이, 교회 예산 등 다양한 통계자료를 열거하며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즉,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 신자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는 과연 무엇이며, 또 거기서 탈락한 교단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하는 것들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논점이다. 교회의 부흥과 쇠퇴를 설명하면서 경제적 분석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신자들이 특정 교단에 등록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며, 교회와 교단이 신자 확보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종교도 상업 경제와 비슷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견해다. 개인들의 입장에서도 종교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그에 따르는 보상심리 등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라 교회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교단들은 서로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부흥과 쇠퇴를 경험하게 된다. 건국 초기에는 회중주의, 성공회, 장로교가 우세를 이루고 있었으나 1850년 무렵 이들 교단들은 현저한 신자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감리교와 침례교, 가톨릭은 뚜렷한 신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저자들은 교단 사이에 이처럼 밀물과 썰물 현상이 엇갈렸던 가장 중요한 원인을 원활한 리더십과 교회 재정의 조달방안에 돌린다. 교단의 조직 구성과 운영이 민주적으로 이뤄질수록, 목회자가 교회 재정과 자신의 생활비를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입장일수록 교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운영되었으며, 그 결과 전체 교단이 부흥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것은 정부로부터 교회세의 지원을 받았던 회중주의가 결국 뉴잉글랜드 지역에 국한하다가 점차 쇠퇴한 현상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은 건국초기 정교분리에도 불구하고 영국 본토와 식민지 시절부터의 관행에 따라 주별로 교회세를 걷었다.
하지만 이처럼 제도적인 지원을 받을 경우 신앙의 열기는 오히려 수그러든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청교도들이 많이 거주했던 매사추세츠주에서도 신자들은 기껏 20% 남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근거다. 교회세는 매사추세츠주에서 가장 늦게까지 시행되다가 마지막으로 1833년에 폐지됐다.
그런 점에서 종교에서도 자유시장이 이뤄져야만 그 경쟁관계 속에서 전체적으로 부흥을 기약할 수 있게 된다. 중세 유럽에서처럼 종교가 국가 권력에 의해 독과점되는 불완전 경쟁은 건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자발적인 다원주의가 종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비슷한 분석은 일찍이 아담 스미스에 의해서도 시도된 바 있다. 그는 ‘국부론’에서 “교인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에 의존해야 하는 목회자들은 국가로부터 기금을 지원받는 경우보다 열정과 노력이 더 클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당시 영국에서 “국가 지원을 받고 있던 성공회는 잠잤고, 칼빈주의 분리자들은 졸고 있었고, 오직 감리교인들만이 어떤 영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다양한 교리를 내세운 교단들이 곳곳에 난립할수록 신앙의 분위기를 약화시킨다는 우려를 배격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교회 역사를 돌이켜볼 때도 여러 분파들이 대두했던 시점에 신자들이 늘어나고 부흥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분파가 무조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분파들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에 기초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종교가 내세와 영혼의 구원, 현실에 대한 위로 등에 있어 만족스런 답변을 제시하지 못할 때는 신자들로부터 버림받고 끝내 종교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종교계에서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는 힌두교를 비롯해 이슬람교 불교 등 동양 종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1960년대 들어 이민법의 개정으로 국가별 할당제도가 폐지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이민자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기독교인이며 이민 온 뒤에 기독교로 개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민자들을 위해 그들의 모국어로 예배를 드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교민에 있어서도 이민자의 52%가 원래 신앙을 갖고 있었으며 나머지 절반도 이민 후에 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통계수치는 말해준다.
한편 이 책의 시장분석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가 만만치 않음은 물론이다. 종교에서 영성과 신앙을 배제한 채 오로지 승패의 게임으로만 간주한다는 지적이다. 종교의 가치를 단지 신자 숫자에 따라 판단하고, 따라서 목회자들이 본연의 사명을 저버리고 인기를 좇아 영합하게 된다면 교회나 신자들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신도와 교회 건물의 대형화를 추구하는 한국 교회들의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의 상가와 주택가 골목마다 세워진 교회 첨탑들…. 한국의 교회는 과연 부흥하고 있는 것일까.
허영섭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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