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기획1-1)

지역내일 2010-05-13
“산이 만들어준 일자리, 돈보다 보람으로 일해요”
산림보호분야 일하는 3인의 색다른 3색 ‘산 사랑’

지난 12일 오후 충북 단양군 단성면 장화나루 근처. 아래로는 남한강이 굽이쳐 흐르고 위로는 월악산이 버티고 있어 절경인 곳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경력의 산림분야 일꾼들을 만났다. 10년 넘게 산림분야 공공일자리에서 일해온 산림보호감시원 전충만(56)씨와 전문산불진화대원 안복찬(55)씨, 그리고 10년의 연수원 운영때보다 5개월간의 산불진화대원 경험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았다는 배형순(58)다. 비록 과거 살아온 경험과 처지는 다르지만 ‘숲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3인 3색의 산림분야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산 사랑’ 얘기들 들어봤다.

◆ 산림분야 공공일자리 산 증인 = 전충만(56)씨에게 산림보호감시원은 갑갑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 같은 존재다. 고향이 부산인 전씨는 40대 초반에 충북 단양으로 들어왔다. 그 전까지는 부산에서 군납 업체를 운영했다. 벌이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도시생활을 접고 처가가 있는 단양으로 귀농을 선택했다. 조그마한 과수원도 경작하고 있지만 그의 본업은 ‘산림파수꾼’이다. “월악산과 소백산 국립공원 등 단양의 국유림 구석구석을 안 다녀 본 곳이 없다”는 그는 16년째 산림분야 공공일자리에 종사하는 이 분야 산 증인이다.
그가 스스로 일기처럼 작성해놓은 근무일지에는 지난 16년간 이 지역 산이 어떻게 관리돼 왔는지가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오랜 경험만큼 일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전씨는 1996년 처음 산림분야 공공일자리와 인연을 맺었다. 산림입지조사 일부터 숲가꾸기 공공근로까지 이 분야에서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산림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기계톱 등 장비 다루는 법과 나무에 대한 상식 등을 두루 알아야 딸 수 있는 자격증이다.
전씨는 현재 산림보호감시원 제천·단양 총괄반장이다. 봄·가을 산불 위험 기간에는 산불예방과 진화 활동을 한다. 그 외엔 업무가 산림보호 분야로 바뀐다. 병해충 피해목을 예찰·조사하고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목을 제거하는 일은 한다. 국유림 임도 주변의 덩굴류를 제거하거나 임도변 잡초나 낙석 제거도 삼림보호감시원의 일이다.
이렇게 1년에 11개월을 일한다. 급여는 일비 3만5000원. 부대경비와 주 유급휴일수당까지 더해도 한 달 100만원이 채 안 된다. 도시 직장인들에 비하면 적은 액수다. 그런데도 전씨는 16년째 이 일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늘이 내려준 자연을 잘 보존하고 가꿔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단양국유림관리소에는 전씨 같은 산림보호감시원이 42명 있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 또 작은 규모의 농사만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올해 모집 때는 200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단양에서는 인기 직업이다. 5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인 셈이다.
전씨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도 산불조심 캠페인을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쓰고 있다”며 “산 속에서 산이 주는 고마움을 배우며 사는 삶 자체가 목적이고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 국립공원 태울 뻔한 산불 막아 = 안복찬씨는 산불전문진화대원이다. 지난 2월부터 3개월째 일하고 있다. 전충만씨가 하는 산림보호감시원보다는 임금이 조금 많다. 하루 4만2000원을 받는다. 한 달 만근하면 120만원 정도 받는다. 대신 일하는 기간이 짧다. 일 년에 5개월밖에 안 된다.
안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산불예방 활동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톤 트럭에 대형 물통과 농업용 고압분무기를 달고 다니며 산불감시 활동을 한다. 그 덕에 올해 소백산 국립공원을 태울 뻔한 두 번의 산불을 예방하는 성과도 올렸다. 안씨가 아니었다면 국립공원으로 불이 번질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는 “농민들이 논·밭두렁을 태우다 불이 번진 것을 차에 싣고 다니는 분무기를 이용해 껐다”며 “국민의 재산인 국립공원을 지켰다는 자부심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도 산과의 인연이 꽤 오래 됐다. 처음 산림분야에서 일한 때는 1999년 숲가꾸기 공공근로가 한창일 때다. 단양군 대항면사무소에 소속돼 일했다. 2000년부터는 국유림에서 간벌작업 등을 하는 단양국유림관리소 소속 기능인영림단으로 일했다. 2005년에 재선충이 창궐할 때는 방제단에서 일했다. 몇 년간 다른 일을 하다 최근 다시 산불전문진화대원이 됐다.
안씨는 “형편이 어려워 일자리를 찾을 때마다 산림청에서 마련한 공공일자리가 숨통을 틔워졌다”며 “산에서 얻은 일자리라 더욱 소중하고 고맙다”고 했다. 현재 단양에는 일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48명이다.

◆ 컨설턴트 10년보다 값진 5개월 = 배형순씨는 산불전문진화대원을 5개월 한 것이 산림분야 공공일자리 경험의 전부다. 본업은 경영 컨설턴트다. 명문고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보험회사에 근무했다. 외국계 보험회사에 스카우트 돼 가기도 했다. 그러다 IMF 당시 일을 그만 뒀다. 자신만의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단양으로 내려와 연수원을 차렸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연수원이다. 처음에는 보험업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험마케팅 교육을 했다. 그러다 교육·컨설팅 분야를 ‘은퇴 후의 삶’으로 넓혔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일이 잘 됐지만 10년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신종플루라는 복병을 만났다. 교육생이 없어 기본적인 연수원 유지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 때 찾은 돌파구가 산불전문진화대원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5개월 정도 일했다. 그가 받은 600여만원은 시골 생활에서는 꽤 큰 금액이다. 이 돈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배씨는 “지금은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지만 컨설턴트 생활 10년보다 지난 5개월이 내겐 더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산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서였다.
그는 요즘 새로운 인생 설계를 위해 그에게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산의 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에 일과 일자리가 있다’는 것, 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이다.
배씨는 “산림청이나 지자체에서 만든 공공일자리뿐만 아니라 산약초를 채취하거나 재배하는 일에서부터 체험시설을 운영하는 일까지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산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양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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